이재성, 다가오는 선택의 시간

2021. 3. 18. 22:002. Bundesliga

ⓒ Leon Kuegeler/ AFP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재성 선수와 홀슈타인 킬의 현재 계약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2018년 여름, K리그 최강의 전북 현대 모터스를 떠나, 독일 최북단, 덴마크와 국경 인근의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킬에 새로 둥지를 튼 이재성 선수는 지난 세 시즌, (글을 쓰는 시점까지) 2. 분데스리가 총 여든네 경기에서 열아홉 골과 열여섯 개 도움을 기록하며, 황새 군단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골과 도움의 합 35개는 같은 기간, 23골과 열 개 도움을 쌓은 알렉산더 뮐링의 33개, 24골과 여섯 개 도움을 남긴 야니 제라의 30개를 넘어, 팀 내 최다입니다.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로 범위를 확장해도 그의 위로는 "2. 분데스리가의 제왕" 지몬 테로데(1. FC 쾰른과 함부르거 SV를 거치며 49골과 여덟 개 도움=57개), 파비안 클로스(DSC 아르미니아 빌레펠트; 38골과 14개 도움=52개), 세르다 두르순(SV 다름슈타트 98; 42골과 아홉 개 도움=51개), 파스칼 테스트로트(FC 에어츠게비어게 아우에; 32골과 15개 도움=47개), 토비아스 켐페(SV 다름슈타트 98; 25골과 15개 도움=40개), 조니 키텔(FC 잉골슈타트 04와 함부르거 SV를 거치며 26골과 13개 도움=39개), 마빈 두크슈(하노버 96; 26골과 12개 도움=38개), 플로리안 크뤼거(FC 에어츠게비어게 아우에; 19골과 17개 도움=36개) 등, 여덟 명만 옵니다. 마누엘 셰플러(SW 베엔 비스바덴과 1. FC 뉘른베르크를 거치며 28골과 일곱 개 도움)와 안드레아스 포글자머(DSC 아르미니아 빌레펠트; 25골과 열 개 도움=이상 35개)는 이재성 선수와 동률입니다. 이적 당시만 하더라도 K리그 MVP 출신의 선수가 독일 프로축구 '차상위' 대회에 속한 클럽으로 향하는 데 관한 우려와 아쉬움의 시선이 가득했지만, 그는 '유럽 무대 진출', 그 자체와 선수로서 새로운 자극, 동기 부여의 측면에 의의를 두고 용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어느덧 3년이 지나,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지금, 선수의 나이를 헤아리면, 홀슈타인 킬과 함께한 시간이 "못내 아쉬운 몇 년을 허비한 셈이라" 더 아깝기만 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재성 선수가 이곳에서 쌓은 신뢰와 증명해 낸 강점이 있기에 그 3년이 의미 없이 흘렀다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훨씬 크고 중요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을 뿐입니다.

 

ⓒ Christian Charisius/ dpa

 

 최근, <<스카이 도이칠란트>>는 이재성 선수가 TSG 1899 호펜하임 측과 여름 이적을 두고 우호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추후 협의해야 할 몇 가지 세부 사항이 남았지만, 거래의 성사 가능성이 제법 커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 여러 매체가 그를 따라, 이재성 선수의 진스하임으로 이동 소문을 다루어, 지구 반대편의 축구광들을 들썩이게 했으나, 어제 난 <<키커>>의 기사 내용에 따르면, 디트마어 호프의 클럽이 여름에 무적 신분이 될 "공격 지역의 만능선수" 영입에 매우 근접했다는 구체적인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더불어, TSG 1899 호펜하임뿐 아니라, 다양한 클럽이 이재성 선수를 잠재적인 영입 후보군에 올려두고 있으며, 선수는 이전에 잉글랜드 무대로 진출을 제일 큰 목표로 삼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이적 시장의 문이 열릴 때마다 홀슈타인 킬이 그들의 '에이스'를 잃지 않기 위해 '이적 불가'의 단호한 태도를 고수했지만, 계약이 끝나고 이적료 없이 옮길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기에, 이제는 다른 클럽이 이재성 선수 영입을 염두에 두기 훨씬 편한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아직 다음 시즌 분데스리가로의 승격 가능성이 제법 남아 있는 홀슈타인 킬도 이재성 선수와 동행을 이어가기를 원하고, 여러 매체의 보도를 종합할 때, SV 베르더 브레멘 등 몇몇 분데스리가 클럽도 각자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있는 듯합니다. 삼 년 전, 처음 유럽으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보다는 분명, 더 많은 주체의 관심을 받는 이재성 선수이지만, 결국, 이제는 삼십 대를 향하는 그 나이 때문에라도 '조금 더 신중한' 결단을 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누구보다 선수가 잘 아는 바입니다. 지난해 말, <<다음스포츠>>에 주기적으로 기고하는 "이재성의 축구 일기"를 통해, 그는 언젠가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프로 선수로서 첫 번째 경력을 마무리하고 싶은 바람을 전하면서, 오는 여름에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모든 두려움과 걱정에도) 기대와 설렘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도 꿈을 좇아 남들이 무모하다고 하는 도전을 한대도, 현실적으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쉬운 곳으로 가서 더 많은 것을 증명하겠다고 해도, 그는 박수받고 응원을 받을 자격이 차고 넘칩니다. 선수가 '후회하지 않을 길'을 택하면, 충분합니다.

 

ⓒ dpa

 

 이재성 선수가 이적 시장에서 주장할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감독이 전술을 짜고 팀을 구상하는 데 다양한 쓰임새가 있다는 점입니다. "봉동 이장님/강희대제" 최강희 감독(현 상하이 선화 감독)에게 지도받은 K리그에서부터 익숙한 2선 중앙은 물론, 파울루 벤투 감독의 대한민국 대표팀에서처럼 좌우 측면에서도 뛸 수 있고, 수비에 더 크게 공헌해야 하는 3선에서 활약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는 최전방에서 '가짜 공격수'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 장신의 야니 제라(역시 홀슈타인 킬과 계약이 여름에 만료되는 제라는 일찌감치 DSC 아르미니아 빌레펠트와 여름 이적을 위한 협상을 마무리했습니다)가 2. 분데스리가 23경기에서 일곱 골을 터뜨리며 버텨주기 전까지, 킬로 옮긴 이재성 선수는 최전방에 자주 섰습니다. 잊을 만하면, 제라가 넓적다리뒤근육 문제로 이탈한 탓인데, 특히, 지난 시즌, 그 독일 청소년 대표 출신 공격수는 팀이 0 대 1로 패한 1. FC 하이덴하임과 23라운드 경기 이후, 잔디를 이탈했습니다. 대회 19경기에 일곱 골을 넣은 뒤였지만, 막판 순위 싸움에 전혀 힘을 보태지 못했고, 23라운드까지 승점 33점을 쌓아, 순위표 다섯째 칸에서 '막판 뒤집기'를 노린 홀슈타인 킬도 이내 미끄러져, 최종 11위로 초라하게 시즌을 마치고야 말았습니다. 이 마지막 11경기 구간에 이재성 선수는 여덟 번 선발로 나서서, 90분당 3.49개 수준의 슈팅 기회를 창출하고 세 골과 두 개 도움을 더하는 등, 분투했지만, 대표팀까지 오가며 피로가 누적된 탓인지 막바지, 조금씩 힘에 부쳤습니다. 결국, 사타구니의 문제가 두 경기 일찍, 이재성 선수의 2019-20 시즌을 마감했습니다. 여전히 다양한 위치에 서고는 있지만, 제라의 존재 덕에, 오늘 지나는 계절에는 역삼각형 중원, 좌우 꼭짓점으로 주로 출전합니다. 팀 공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하여, 2. 분데스리가에서 24경기를 포함, 이번 시즌, 총 28경기를 뛰었고, 일곱 골과 세 개의 도움을 기록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광이라면, 누구나 알듯, 잔디 위 이재성 선수는 남부럽지 않게 부지런히 뜁니다. 어쩌면, 이 성실함이 그가 경기장 여러 위치에서 활약하게 해주는지도 모릅니다. 킬로 옮긴 이래, 2. 분데스리가에서 이재성 선수의 활동량은 90분당 11㎞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지난 시즌에 최전방에 자주 서고도 총 348.81㎞(90분당 11.52㎞)를 밟아, 전체 활동량 열넷째를 차지했으며, 급기야 이번 시즌에는 더 높은 순위를 노립니다. 왕성하게 뛰며, 이재성 선수는 태클 시도와 공 가로채기 등, 수비에서 숫자도 준수하게 쌓아 왔습니다. 공간을 잘 읽고, 그렇게, 상대가 공을 보낼 길목을 일찍 차단하여, 공격권을 되찾아 오는 모습을 K리그에서부터 적잖이 봤습니다. 유럽 무대에 진출하고 더 짙어진 이 "블루 워커"로서 색채에 때로 가려지는 듯하지만, 이재성 선수는 팀 공격 작업에 매우 영리하고 창의적인 접근 방식으로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한 번 공을 잡고 연속적으로 오래 소유하는 일은 드물지만, 넓은 시야는 기본이고, 주변 동료와 짧고 정확하게 공을 주고받으며 압박을 이기거나, 더 높은 곳에서는 골 기회를 만듭니다. 공을 보내는 정확도가 대단히 수준급인데, 그중 다수가 상대 골대와 가까운 곳에서 실행됐다는 점이 놀라움을 더합니다. 앞선 계절, 450분 이상, 독일 프로축구 차상위 대회에 잔디를 밟은 공격수 중 가장 많은 90분당 4.53회, 전진하는 방향으로 공을 연결하며, 백분위 93%에 해당하는 73.9%의 전체 패스 성공률을 찍었고, 지금 진행되는 시즌에도 언급한 두 숫자는 각각 90분당 4.26회와 80.2%로 더 나아지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합니다. 지능적인 침투로 페널티 구역 안에서 공도 쉽게 받으며, 간결하게 처리합니다. 공을 잡고 빠르게 판단, 그로부터 신속하고 정확하게 방출은 독일로 넘어온 뒤, 눈에 띄게 좋아진 면입니다. '역대 최고의 선수'로 칭하기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만, '역대 가장 지능적인 선수'로는 첫손에 꼽을 만한 토마스 뮐러(FC 바이에른 뮌헨)가 때로 보이는데, 이재성 선수도 여러 기회를 빌려, 뮐러의 경기 영상이 그에게 영감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두 선수는 두 달여 전, DFB-포칼 32강전에 맞붙었는데, 그 경기, 홀슈타인 킬이 승부차기 끝에 이기며, 많은 이에게 놀라움을 선사했습니다. 둘의 다음 대결도 기대됩니다.

 

ⓒ Pat Scheid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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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축구일기] 굿바이 나의 20대, 그리고 2020년

여러분 안녕하세요, 축구선수 이재성입니다. 2020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여러분들에게 2020년은 어땠나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전염병으로 인해서 우리 모두에게 많은 어려움과 힘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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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슈타인 킬은 현재, 선수단 내 코로나19 확진 사례 네 건 발생으로 일주일 넘게 격리돼 있습니다. 팀 주치의이자, 위생 책임자인 Dr. 클라우스 헤닝젠에 따르면, 감염된 이들의 증상은 대수롭지 않거나, 아예 없으며, 모두 잘 이겨내고 있다고 합니다. 뜻하지 않은 휴지기, 황새 군단은 2. 분데스리가 순위표 네 번째로 높은 위치를 점했고, FC 바이에른 뮌헨을 잡으며 '파란'을 일으킨 DFB-포칼에서는 준결승까지 내달았습니다. 특히, 독일 프로축구 차상위 대회 선두권 경쟁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홀슈타인 킬과 2위, 함부르거 SV, 3위, SpVgg 그로이터 퓌르트 모두, 승점 46점씩 쌓고 있어, 순위표상 이들의 순서는 오로지 골 득실에 의해 나뉘어 있을 뿐입니다. 그가 국내외 여러 구단으로부터 이적 문의를 받던 때마다 홀슈타인 킬이 주장하던 "가장 좋은 각본", 이재성 선수가 지난 삼 년간 활약한 클럽과 '함께' 분데스리가로 향할 가능성도 아직 폐기되지는 않았다는 뜻입니다. 단, 마침내 계약이 만료되는 여름, 이는 곧 이재성 선수와 '동행을 연장할' 명분인 동시에, 그들의 바람과는 관계없이,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가 '박수받으며 떠날' 명분도 됩니다. 매년, 차상위 대회에서 최상위 대회로 오른 팀 '에이스'의 행보를 살피면, 그중 몇몇은 친정팀의 손을 잡고 새로운 도전에 맞서지만, 다시 몇몇은 아예 새로운 환경을 향해 나아갑니다. 누구나 한 번쯤 인생에서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가 있는데, 비교적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길을 택할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불확실성이 커 보이는 길을 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결단의 때에 '안전지대 벗어나기'를 택하기란, 웬만한 각오로도 어렵습니다. 그 크기는 다를지언정, 누구에게나 보수적이고, 지금 모습에 안주하려는 본능이 꿈틀대는 탓입니다. 어른들의 용어로 그를 '현실'이라 부릅니다. 이재성 선수는 이미 한 번, 그러한 도전에 나섰고, 멋지게 '성공'하며 '증명'했습니다. 또 하나의 갈림길이 선수에게 '두 번째 선택'을 강요합니다. 그 끝에도 행복한 결말을 맞을 수 있기를 바라며, 선수를 응원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