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의 대단히 이기적인 퇴장

2020. 2. 12. 00:00#HaHoHe

 위르겐 클린스만이 헤르타 BSC(이하 헤르타) 감독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구단 역사상 네 번째로 짧은 임기에 해당하는 76일간 팀을 이끌며, 분데스리가 아홉 경기를 감독하는 동안, 꼭 세 번씩 이기고, 비기고, 졌습니다. 조던 토루나리가를 향한 상대 관중의 인종적인 차별 행위, 그 상황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자기감정을 거칠게 드러냈다고 선수를 밖으로 내보내 버린 함 오스머스 주심에 대한 사후 비판 등으로 얼룩진 FC 샬케 04와 DFB-포칼 16강전에는 연장 혈투 끝에 베니토 라만에게 일격을 당하고 2 대 3으로 패했습니다. 전임, 안테 초비치 전 감독과 분데스리가 12경기에 삼 승 이 무 칠 패, 승점 11점 쌓는 데 그쳤던 헤르타인 만큼, 클린스만 체제에서 성적이 나빴다고 말하기는 어려우나, 그 짧은 기간에 더해, 후술할 여러 논란거리 탓에, 그의 시대가 베스트엔트에서 '좋은 기억'으로 남지는 못합니다. 여담으로, 초비치 전 감독은 헤르타에서 148일을 보냈고, 이는 구단 역사상 열 번째로 짧은 임기로 기록(종전 아홉째에서 클린스만 전 감독의 사임 이후, 한 계단 내려왔습니다)되었습니다.


 논란 1: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한 일방적인 사임 발표

 

위르겐 클린스만 개인 페이스북 게시물 캡처

 

 위르겐 클린스만은 자기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일방적으로' 사임을 발표했습니다. 사실상 헤르타, 클럽을 상대로 한 '통보'에 가까웠습니다. 책임감이 없어도 도가 지나치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이기적인 퇴장(Ein egoistischer Abgang)"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입니다. 평소, 감정이란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점잖은 표현으로 정평이 난 <<키커>>의 일면에 그런 강한 어조의 제목("이기적인 퇴장")이 실렸으니, 이례적이라고 할 만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클린스만은 '셀럽'이었습니다. 사전에 일언반구도 없이, 자기 뜻대로 글을 쓰면서도 "이 기회를 빌려, 지난 10주간 보내주신 지지와 만남, 숱한 의견 교환에 모든 선수, 팬, 관중, 관리자, 그리고 직원 여러분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이 시간은 제게 매우 재미있었고, 여러 흥미로운, 새로운 통찰력을 물어다 주었습니다. 클럽과 도시는 제 심장/마음에 더욱 가까워졌습니다."라고 운을 떼, 자기 체면치레를 했습니다. 그다음부터 내용은 다소 이상하게 흐르는데, 그는 "지난 11월 말, 우리는 매우 유능한 팀과 함께, 구단 경영진의 바람을 접하고, 어려운 시기에 그들을 도왔습니다. 비교적 짧은 기간, 우리는 매우 좋은 길을 걸어왔고, 많은 분의 응원 덕에, 대부분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도 이제, 강등권과 승점 육 점 차가 됐습니다. 저는 헤르타가 분데스리가에 잔류하는 목표를 달성하리라고 굳게 믿습니다."라고 이었습니다. 결국, 감독으로서 자기 성과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넌지시 드러내면서도 이곳에서 상황을 꼭 제삼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듯 서술했습니다. 자아도취의 말하기 습관이 일부, 읽힙니다. 돌이켜 보면, 클린스만은 그와 인연이 있는 안드레아스 쾨프케를 데려오기 위해, 마침 자기 아들(조너선 클린스만)과 사이도 불편한 솔트 페트리 전 골키퍼 코치(조너선이 아직 헤르타에 몸담던 때, 페트리 코치는 "훈련장에서 성실함이 부족하며, 인격적으로도 성장이 필요한" 선수를 강하게 공개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를 해임한 뒤, 그의 복귀는 절대 없다고 (역시 일방적으로) 밝힐 때, 소셜 미디어를 창구로 이용했고, 그의 지도자 자격증과 관련한 이슈로 촌극을 벌이던 때도 모든 자기 설명을 페이스북의 생방송 기능으로 늘어놓았으며, 심지어는 사퇴 의사를 밝히기 약 열여섯 시간 전이던 10일 오후에도 구단 공식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이지 않는 선 너머의 불특정 다수를 만났습니다. 지금껏 자기선전을 페이스북에 대거, 방출해 왔기에, 그 특수한 공간에서 자기에게 가장 불리할지도 모르는 말(사임)을 하리라 결심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가 어떠한 이유로, 어떠한 생각으로 "이런 식의 마무리"를 결정했든, 그는 잘못했습니다. 미하엘 프레츠 전무이사와 선수단 모두, 그의 물러남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이에 동요했습니다. 훈련장에서 만난 마르코 그루이치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전했고, 지난 경기의 영상 분석이 있으리라고 예상했던 페어 셸브레드는 충격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클린스만은 헤르타, 클럽과 뭇 베를린의 축구광에게 명백한 결례를 범했습니다.

 

 논란 2: 구단 운영에 더 깊숙이 관여하기를 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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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고 끝에, 저는 헤르타 감독으로서 자리에서 내려오고, 원래 제 장기적인 역할이던 감독위원회 구성원으로 돌아가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물론, 지지해 주시는 분들과 선수들, 뒤에서 힘써주시는 분들이 (지난 십 주간) 제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왔고, 그래서, 저는 헤르타를 계속 응원합니다. 도시나 경기장에서 계속될 많은 만남도 기대합니다."

 

 현장에서 물러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은 자기가 "돌아갈" 자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라스 빈트호스트와 테너 홀딩 B.V.가 9,900만 유로를 추가로 들여, 헤르타 BSC GmbH & Co. KGaA 지분을 기존 37.5%에서 49.9%까지 늘리는 권리를 공식적으로 행사한 지난해 11월 8일, 클린스만은 그 수권 대리인으로서 헤르타 BSC 감독위원회의 새로운 일원으로 발표됐습니다. 당시, Dr. 칼 카우어만, 헤르타 BSC GmbH & Co. KGaA 감독위원장은 "검증된 전문가" 클린시의 합류가 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환영의 말을 전한 바 있습니다. 그로부터 열아흐레 만에, 등 떠밀려, 잔디 위 사령탑에 앉은 클린스만으로서는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의 경기 지휘석이 '원래' 자기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할 만도 했습니다. 안테 초비치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이번 시즌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소방수'로 임명되던 그 과정에도 이미 몇 차례, 미하엘 프레츠 전무이사의 감독직 제안을 고사했던 그라서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벌어져 버린 오늘, 클린스만이 클럽 감독위원회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숩니다. 적어도 박수받으며 그곳에 향하기는 글렀습니다. 무엇보다 그의 신용이 문제입니다. 클린스만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처음부터 자신이 원치 않았던 그 자리를 떠남으로써 (자신은 그렇게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독일을 넘어, 전 세계 축구계에 "클린스만은 책임감은 물론이고, 기본 예의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런 그가 헤르타에서 훨씬 더 무거운 책임을 지기 원한다는 사실이 어불성설이라고 곳곳에서 지적합니다.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헤르타가 여기서 클린스만의 손을 놓지 않고, 그가 바라는 대로, 그를 감독위원회 일원으로 돌리려 해도,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와 헤르타가 맺은 유효한 계약은 2019년 11월 17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분데스리가 선수단 감독으로서 역할에 관한 내용뿐입니다. 그마저도 그의 자진 사임으로 백지장이 됐지만. 오는 여름 이후,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에 관한 구두 합의는 양 주체 간에 있었을지 몰라도, 당장 내일부터 클린시가 그 일을 하려면, 빈트호스트, 테너 홀딩 B.V.의 추천부터, 이전의 절차를 모두 다시 밟아야 합니다. 클린스만처럼, '셀럽의 삶'을 즐기는 빈트호스트가 여론에 반하는 그러한 모험을 할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논란 3: 무색해진 겨울 이적 시장에서 막대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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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겨울 이적 시장: "최다 지출" 헤르타 BSC

2020년 1월의 분데스리가 이적 시장 문이 닫혔습니다. 지난여름부터 본격적으로 헤르타 BSC GmbH & Co. KGaA(이하 헤르타)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해, 결국, 지난해 11월까지 49.9%가량을 확보, 이적 시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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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타는 지난달, 겨울 이적 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풀었습니다. 산티아고 아스카시바르 영입에 1,000만 유로, 뤼카 투자르 영입에 2,500만 유로, 크시슈토프 피옹테크 영입에 (성적에 따른) 각종 부대 조항 포함, 최대 2,700만 유로, 마테우스 쿠냐 영입에 최소 1,500만 유로(부대 조항 발동 시, 최대 1,800만 유로) 등, 네 명의 선수와 계약하는 데만 7,300만-8,000만 유로가량 되는 엄청난 이적 대가를 지급하며, 전 세계, 이적 시장 최고의 '큰손'으로 나섰습니다. 그라니트 자카(아스널 FC) 등, 원하던 선수와 모두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어도, 위르겐 클린스만은 '큰 계획'을 갖고 이 이적 시장에서 '미친' 투자의 밑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런 그가 이적 시장의 막이 내리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현장 지휘권을 내려놓았으니, 구단의 지난날 행보가 지나치게 성급하다고 비판하던 회의론이 다시 고개를 듭니다. 이제 더는 '구단 정체성'의 문제나, 기존 선수단의 반발에 관한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렇게나 쉽게" 감독직에서 물러날 생각을 한 이가 과연, 무슨 생각으로 겨울에 그리도 많은 돈을, "오늘만 사는 듯" 썼느냐에 관한 질타로 번졌습니다. 클린스만의 사퇴와 함께, 헤르타의 남은 후반기 일정에 관한 구상은 물론이고, 차기 시즌, 새로운 감독 선임에 관한 구상까지, 구단이 그간 차근차근 계획해 온 전부가 틀어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결국, 클린스만이 '무려,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돈을 쓰면서까지' 겨울에 보여주고자 했던 바가 진정 무엇인지 의구심이 커질 뿐입니다. 심지어, 이적 시장 마감일에 계약 합의 소식을 전한 마테우스 쿠냐는 콜롬비아에서 2020 도쿄 올림픽 남아메리카 대륙 예선에 참여하느라, 클린스만 체제에서 실전에 투입되기는커녕, 훈련조차 아직 새 동료들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베를린에서 혼란은 그에게도 몹시 당혹스러운 일입니다. 구단의 모든 구상이 이미 흔들리는 마당에, 새로운 감독의 선임 여부, 그리고 (만일 새 감독의 선임이 바로 이루어진다면) 그의 성향에 따라, 겨울에 계약한 선수라도, 자칫 팀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하며 겉돌다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그는 대체 왜 떠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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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처럼 '급하게' 헤르타 감독직에 대한 사의를 표하게 된 배경을 두고는 여러 추측이 오갑니다. 그중 제일 많이 오르내리는 하나는 계약과 관련한 문제입니다. 클린스만은 어떤 방식으로든 '오는 여름이 지난 뒤에도' 구단에서 자기 자리를 보장받기를 원했습니다. 일전에 "이번 시즌이 끝나는 시점까지"로 명시된 감독으로서 임기를 늘리고 싶어 했는데, 미하엘 프레츠 전무이사나 베르너 게겐바우어, 헤르타 BSC 상임위원회 회장 등, 구단 운영진 사이에는 당장 분데스리가에서 성적이 썩 좋지 않고(여전히 순위표에서 위치가 낮으므로), 클린시가 시즌 중 '소방수'로 부임한 지 석 달도 안 돼, 여러모로 계약의 연장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대외적으로 헤르타는 더 많은 득점을 추구하는 "공격적이고 매력적인" 축구를 선보이기를 바라는데, 클린스만 체제에서는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운영을 통해, 분데스리가 잔류라는 단기적인 목표 달성에 열을 올리는 만큼, 서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다는 이야기도 꺼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속내야 어떻든, 프레츠 전무이사를 위시한 관계자들의 이 유보하는 태도를 클린스만은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신뢰받지 못했다며, 사임 과정에 볼멘소리를 그득히 늘어놓았습니다. "감독으로서 제게는 운영진의 신뢰도 필요한데, (베를린에서는) 아직 그가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강등권 경쟁을 할 때는 단결력과 유대감, 그리고 요점에 관한 집중력이 제일 중요합니다. 그 전부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저는 직에 맞는 제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하고, 끝내는 제 책임감에 걸맞은 모습을 보일 수 없습니다." 자신이 이렇게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며, '자진 사임'이라는 최후의 수단/방책을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확신을 두고 자신에게 힘을 더 실어주지 않아, 자신이 느끼는 책임감보다 못한 수준으로만 일하게 한 관계자들에게 있다는 듯 읽힙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또 다른 소문에는 클린스만이 기술 이사직을 희망했으며, 프레츠 전무이사에게 이 년 계약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진실이 무엇이든, 자기 뜻대로, 바로 결론이 나지 않는 상황에 '갇혀 버린' 클린스만의 마음이 단단히 상했음은 분명합니다.

 

 

 한편, 지난 주말에 있었던 1. FSV 마인츠 05와 경기에 헤르타가 1 대 3으로 무기력하게 패한 뒤, 클린스만은 베를린의 축구광 집단에 거세게 비판받았습니다. 이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도시의 "쉬지 않고 일하는" 각종 매체에서는 그의 전술을 짜는 능력이나 감각 따위가 지나치게 낡고, 떨어진다는 여러 전문가의 말을 인용, '클린스만 체제 헤르타'의 잔디 위 문제점을 몽땅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경기를 보면, 먼저 득점한 1. FSV 마인츠 05가 442 대형을 만들고, 헤르타의 공격이 진행되는 방향으로 최전방 두 명의 선수와 그다음 선의 네 명의 선수가 졸졸 따라다니며 방어선을 구축하는데, 역시 442 대형을 만든 클린스만 감독의 팀은 맨 뒤 수비선, 네 명의 선수, 경기장 가운데 서는 두 선수 등, 여섯 명과 나머지, 전방에 버티는 네 명 사이 거리가 지나치게 멀어져, 뒤쪽에서 공 잡은 선수에게 선택지라고는 뒤로 다시 돌려서 후퇴하거나, 확률이 낮아도 전방으로 길게 차기밖에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90분 내내 반복된 이러한 장면이 헤르타가 공을 더 오래 점유하고도 중앙선 아래, 상대에게 골 위협이 작은 지역에서 허비하는 시간만 늘렸습니다. 공수 간격이 벌어지니, 중앙에서 자꾸만 공격권을 빼앗겼고, 그렇게 역습을 허용해 실점하면서도 개선의 여지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경기장을 가로선을 삼 등분했을 때 맨 위에 오는 공간, 곧, 상대 골대와 제일 가까운 공간에서는 지나치게 '킥 앤드 러시'만 고집하며, 선수들의 동선 조정을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했습니다. 경기 후, "측면에서 위협적인 공격의 장면과 절대적인 측면 공격수의 숫자가 부족해서 졌습니다."라고 늘어놓은 클린스만의 '궤변'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제는 그가 부임하고 팀 실점이 줄어든 일조차, 그저 그와 그의 조수들이 너무 극단적인 "안티 풋볼"을 지향한 영향일 뿐이라는 말까지 돕니다. 클린스만이 이 모든 "부당한 반응"에 의해 축적된 자기 분을 이기지 못하고 폭발, 돌연 사임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사임 하루 전에 진행한 소셜 미디어 생방송에도 클린스만을 향한 팬들의 공격은 계속됐습니다. 그 대부분이 살로몽 칼루를 선수단에서 아예 제외한 이유를 밝히라는 내용과 직전 경기, 팀의 부진에 관한 힐난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클린스만에게는 자신을 향한 모욕처럼 들렸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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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타는 이제, 또 하나의 '대단히 어려운 과제' 앞에 놓이게 됐습니다. 새로운 감독을 선임해야 합니다. 알렉산더 누리와 마쿠스 펠트호프를 비롯해, 위르겐 클린스만이 남기고 떠난 그의 '사단'이 남은 기간, 팀을 이끈다고 하나, 그 누구도 "누리-펠트호프 체제"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직 클린스만이 사령탑에 앉아 있던 때도 헤르타의 거의 모든 전술 설정을 누리 수석코치가 도맡고 있음은 '이미' 숨은 비밀이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직전, 1. FSV 마인츠 05와 경기에 진 뒤로는 그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게 일었습니다. 그렇다고 미하엘 프레츠 전무이사가 누리 수석코치를 대신해, 당장 선수단을 지휘할 인물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헤르타는 이미 지난해 11월, 클린스만에게 지휘봉을 맡기며, 오는 여름,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에 팀과 중장기적 비전을 나눌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겠다고 했고, 이는 곧, 그 1순위 후보로 낙점한 니코 코바치, 전 FC 바이에른 뮌헨 감독이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휴식을 취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과연 그가 헤르타 감독직을 수락할지에 관한 의문은 차치하고라도, 클린스만이 급하게 짐을 싸서 떠나 버린 지금이라고 코바치가 이번 시즌 내 복귀할 의사는 없어 보입니다. 헤르타가 결국, 여름에 다시, 코바치를 설득하려 나선다면, 오늘, 클린스만을 대신하기 위해 들어오는 이는 딱 "분데스리가 13경기를 위한 감독"이 되는 셈입니다. 이런 자리를 원할 사람은 없습니다. 헤르타는 FC 바이에른 뮌헨이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이 상황을 헤쳐갈 제일 현실적인 대안이 팔 다다이 전 감독의 일시적인 복귀일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지난여름, 계약 종료와 동시에, 프레츠 전무이사에게 등 떠밀리듯, 자신이 사랑하는 팀의 지도를 그만두어야 했던 그가 "13경기를 위한 감독직"을 수락할지, 아니, 프레츠 전무이사가 버젓이 자리를 지키는데, 복귀하려고는 할지 의문입니다. 클린스만 감독의 자진 사임은 이처럼, 그 '비정상적인' 방법만큼이나, 헤르타, 구단과 선수단은 물론, 당장 그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는 그의 조수, 누리와 펠트호프 코치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지웠다는 점에서 지극히 "이기적"입니다. 선수로서 그가 거둔 성공은 모두가 인정하나, 이 같은 무책임한 태도는 앞으로도 (적어도 독일 축구계에서는) 용서받기 대단히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