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유로의 행방불명

2020. 11. 9. 20:00#HaHoHe

 지난 7월 1일, 라스 빈트호스트와 테너 홀딩 B.V.는 1억 5,000만 유로에 달하는 추가 자금을 조달해, 그들이 소유한 헤르타 BSC GmbH & Co. KGaA 지분을 기존, 49.9%에서 66.6% 수준까지 늘리기로 구단 고위층과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동시에, 선수 시절, 독일 국가대표 골키퍼로 이름을 날렸던 옌스 레만과 세계적인 대형 법률회사인 퀸 에마누엘 어콰트 & 설리번의 저명한 변호사, 토마스 베어렌이 테너 홀딩 B.V.에 클럽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받았습니다. 본래, 레만과 함께 감독위원회 신임 위원 후보자로 알려졌던 마크 코지케는 테너 홀딩 B.V.의 고문으로 역할이 변경됐습니다. 그의 감독위원회 합류 불발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이유는 발표된 바 없으나, 그간, 업계에서는 그를 둘러싸고 비판적인 시선이 여럿 존재했습니다. projekt b GmbH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무이사로 활동하는 코지케는 이전에 나이키, 아디다스 등, 다국적 기업을 거치며, 축구계 인맥을 넓혔으며, 위르겐 클로프(현 리버풀 FC 감독)의 대리인으로 활동,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지금도 율리안 나겔스만(현 RB 라이프치히 감독), 다비트 바그너(현 FC 샬케 04 감독), 플로리안 코펠트(현 SV 베르더 브레멘 감독) 등, 스무 명가량의 유명 인사와 함께 일합니다. 시즌 전 준비기, 여러 팀의 전지훈련 일정을 짜거나, 친선전을 중개하는 Onside Sports, 코펠트 감독, 마츠 후멜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이 투자, 독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디지털 아카데미 신생기업 등에도 코지케의 손이 뻗쳤으니, 최고의 마당발 중 하나라고 할 만합니다. 바로 이 때문에 그가 한 구단의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합류하면,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달았고, DFL도 자문하는 베를린 노파의 서한에 비슷한 답을 내주었다고 전합니다. '돈 얘기'로 돌아와, 헤르타 BSC와 테너 홀딩 B.V.는 총액, 1억 5,000만 유로 중 5,000만 유로는 그달(7월)에 즉시 거래하고, 나머지, 1억 유로는 10월에 주고받기로 상호 합의했습니다. 여름에는 별문제가 없는 듯했는데, 시간이 흘러, 어느덧 11월 국가대표 경기 기간을 지나는 오늘, 아직, 약속된 1억 유로는 클럽의 손에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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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 31일, 라스 빈트호스트와 테너 홀딩 B.V.는 헤르타 BSC에 2,000만 유로를 이체했습니다. 약속했던 5,000만 유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입니다. 결국, 처음에 합의했던 5,000만 유로는 '부분적으로 늦게' 들어왔습니다. 이는 지난달 말, 클럽 내부에서 다시금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지되게 했으니, 곧, 기존에 발표했던 1억 유로 가운데도 일부만 제때 수중에 들어오거나, 심지어 이번에는 조달되는 자금이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이유 있는' 불안감이 퍼진 탓입니다. 베를린의 노파는 처음 테너 홀딩 B.V.와 전략적 동반관계를 맺으며 받은 1억 2,500만 유로가량 자금의 상당 부분을 '오래된 부채'를 상환하는 데 투입했고, 그사이,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확산하며, 너도나도 경제적인 충격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헤르타 BSC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으니, 지난 시즌, 5,900만 유로 규모의 적자가 기록됐습니다. 산적한 1억 4,180만 유로가량 부채의 일부를 갚고, 눈에 띄게 불어버린, 시한폭탄이나 다름이 없는 선수단 급료 문제(전체 자금 운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으로 큽니다)를 해결하며, 지난 2018년, 당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구단 지분을 회수하려 국제 자본시장에서 끌어온 6.5% 이자의 4,000만 유로 빚을 앞으로 삼 년 안에 털어내려면, "Windhorst-Geld"가 필요합니다. 갓 시작된 2020-21 시즌에도 이미 앞선 계절과 비슷한 수준의 재정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클럽의 책임자들이 줄곧 강조했듯, "헤르타 BSC가 테너 홀딩 B.V.와 전략적 동반관계 덕에 코로나19로 인한 불안정한 시기에도 다른 클럽보다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라는 점을 증명해 보이려면, 역시, '그 1억 유로'가 정상적으로 지급됐어야 합니다. '굳건한 상호 신뢰'의 징표로서. 결과적으로, 클럽의 계산은 이제 모두 수포가 되었습니다. 테너 홀딩 B.V.는 지난달, 헤르타 BSC 측에 자금을 '일절' 조달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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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넉 달, 헤르타 BSC는 라스 빈트호스트와 테너 홀딩 B.V.로부터 별다른 추가 도움을 얻지 못했습니다. 양측 모두, 그 배경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언론에 싣지 않았지만, 테너 홀딩 B.V.는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정국의 혼란 가운데, '미래에 사업적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몇몇 회사를 인수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전합니다. 사모 펀드의 자금이 그리로 집중된다고 풀이하는 이가 많습니다. 잉고 실러, 헤르타 BSC 재무 부서 전무이사는 클럽이 테너 홀딩 B.V.로부터 지난달, 1억 유로를 조달받지 못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 지급이 임박했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과연, 그의 말이 어떠한 근거가 있는 자신감에서 비롯되는지, 아니면, 그저, 맡은바, 자기 '바람/소망'에 지나지 않는지는 조금 더 두고 보면, 확실히 드러납니다. 일단, 남은 자금도 분할 지급(기한은 내년 6월 30일까지)될 가능성이 큰 가운데, 헤르타 BSC는 다가오는 겨울 이적 시장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아직, 3,000만 유로가량의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남았다고는 해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과 산티아고 아스카시바르, 뤼카 투자르, 크시슈토프 피옹테크, 마테우스 쿠냐 등을 들이며 8,000만 유로에 가까운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지난겨울(당해 겨울 이적 시장 지출액 1위; 분데스리가 겨울 이적 시장 지출 신기록 달성)처럼 '미친 일'을 다시 하기는 힘듭니다. 그리 경거망동할 때가 아닙니다. 미하엘 프레츠, 운동 부서 전무이사와 아르네 프리드리히, 스포르팅 디렉터 등은 지난여름, 비교적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하여, '책임감 있게' 돈을 썼을 때처럼, 두 달 뒤에도 무턱대고 시장에 나서지는 않습니다. 약속된 돈을 다 받지도 못했거니와,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흐름이 너무도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합의된 1억 유로가 내년 여름을 즈음해서나 들어오는 '최악의 수'까지 염두에 두고,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한두 명과 손잡기가 현실적이며, 그마저도 이적 대가와 잔여 시즌 연봉 등은 줄여야 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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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라스 빈트호스트는 헤르타 BSC의 책임 있는 자들이 자기 주머니에서 나간 돈을 쓰는 방식에 불만을 품는다고 합니다. 그는 베를린의 노파가 훨씬 공격적으로 성적에 욕심내고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빠른 상승을 보고 싶어 하며, 이는 그에게 지명돼 클럽 감독위원회에 합류한 옌스 레만이 끊임없이 대외 '확성기'로서 임무를 수행하며 주장하는 내용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슈프레아테너도 UEFA 주관의 유럽 클럽 대항전 진출을 꿈꾸지만, 그를 '중기적인 목표'로 세웠습니다. "유럽 최고 명성 대회 진출을 당장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라는 투자자의 목소리와는 조금 거리를 둡니다. 이는 베르너 게겐바우어 회장과 미하엘 프레츠, 운동 부서 전무이사에 대한 불신임 목소리를 최근, 놀라운 수준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게겐바우어 회장은 지난 총회, 헤르타 BSC 상임위원회 선거, 회장직에 홀로 입후보했는데도 56%에 불과한, 낮은 지지율로 '간신히' 4선에 성공했습니다. 2008년, 초선에 77.8%, 2012년, 재선에 73.2%, 2016년, 3선에 83%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이기에, 추락한 지지도가 더 두드러집니다. 게겐바우어 회장과 프레츠 전무이사는 얼마 전, "레만은 빈트호스트의 대리인으로서 그와 투자자의 의견을 대변하고, 우리는 헤르타 BSC, 클럽을 대변합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지난 '클린스만 시대'와 같이, 또 한 번, 클럽 내부의 의견 불일치, 갈등 발생을 노출한다고 논란이 됐습니다. '비교적 느긋한 책임자들의 모습'과 '성격 급한 투자자의 바람'이 정면충돌하는 듯 비치므로. 바로 이 대목에, 내달 초하루부터 클럽 마케팅 부서와 매출 관리, 전략 기획, 기업 의사소통, 국제화 사업 등을 총괄하며, 명목상 프레츠와 잉고 실러, 두 전무이사의 상관으로 일하는 카스켄 슈미트, 신임 이사회 의장이 역할이 더 주목받습니다. 빈트호스트도 그가 들어와, 더욱 적극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바람을 실현해 주기를 원하고, 클럽 내부에서도 그가 자체 수익 모델을 개선,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인 타격을 최소화하고, "빅 시티 클럽 프로젝트"의 돌파구를 다시 찾아 주기를 기대합니다. 이러나저러나, 그의 어깨 위에는 매우 무거운 짐이 지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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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타 BSC 운동 부서를 관장하는 미하엘 프레츠 전무이사는 최근, "테너 홀딩 B.V.나 옌스 레만과의 소통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라고 재차 말하며, 라스 빈트호스트를 위시한 재정적 동반자들과 클럽의 갈등에 관한 모든 소문,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빈트호스트는 애초부터 추가로 조달될 자금의 상당량이 선수단을 강화하는 일에 쓰이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오늘, 베를린에서 상황은 그를 허락하지 않는 듯 보입니다. 대단히 불안정한 정국에, 그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니, 더 그렇습니다. 또 한 번, 큰 시험의 파도가 슈프레아테너를 덮치기 일보 직전입니다. 1억 유로의 자금 조달은 지연되었고, 그 안에 카스텐 슈미트, 신임 이사회 의장은 임기를 시작할 공산이 큽니다. 사실, <<스카이 도이칠란트>>에서 보인 경영자로서 그의 능력에는 의심스러운 면이 분명 존재하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더구나, 그가 앉는 자리는 (늘어나는 부채에 "능력보다 많이, 미래를 빌려와서 쓴다."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임기 12년 중 일곱 번이나 유럽 클럽 대항전에 팀을 올려놓았으나, 베르너 게겐바우어 회장과 권력 다툼 끝에 밀려났던 디터 회네스 이후,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오래된 직"입니다. 슈미트와 만난 토어스텐예른 클라인, 헤르타 BSC e. V. 감독위원회 위원장은 클럽의 장기적인 발전 목표를 공유하고, 빈트호스트와 테너 홀딩 B.V.에게 받는 자금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위치에 올라,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그보다 지속 가능한 무언가를 빠르게 내놓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진퇴양난의 오늘 상황도 그 이유를 잘 보여 줍니다.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진 사업가"가 "낮게 매달린 열매"를 따서 "빅 시티 클럽"을 표방하고 나선 지 어언 일 년, 누구보다 이기적으로 도망쳐 버린 위르겐 클린스만의 "미친 이적 시장"으로부터 열 달. 헤르타 BSC는 심히 삐거덕거리며,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조차 알 길 없는 언덕을 지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