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너 게겐바우어 회장과 라스 빈트호스트의 갈등

2022. 3. 21. 17:00#HaHoHe

ⓒ Bernd König/ Imago Images

 

 곪으면, 터지는 법입니다. 지난 주말,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에서 새로운 지도부와 첫 경기에 3 대 0 승리를 거두어, 당장, '즉시 강등권'에서는 벗어났지만, 3월 국제 경기 휴식기를 맞는 오늘, 헤르타 BSC를 둘러싼 경기장 밖의 위기 상황은 대단히 급하게 돌아갑니다. 베르너 게겐바우어 회장과 '재정적 동반자' 라스 빈트호스트 사이 갈등이 격화합니다. 클럽에서 정치적 이해관계 충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속마음을 죽림도 아닌, 대중 매체에 털어놓음으로써 혼란을 키웁니다. 둘의 관계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빈트호스트는 다음 클럽 총회에 게겐바우어 회장 불신임을 요구하고, 그가 계속 헤르타 BSC의 회장으로 재직하는 한, 더는 외부 자금 조달은 없다고 못을 박습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는 가운데, 이적 시장에서 선수단을 보강하고, '마침내' 새로운 경기장 건설의 첫 삽을 뜨려면, 클럽은 그 어느 때보다 그의 자본이 필요합니다. 게겐바우어 회장은 구체적인 언급을 연일 피하지만, 유력한 인사가 그의 퇴장을 눈치 보지 않고 외치는 상황에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합니다. 대부분의 회원에게 팀이 분데스리가에서 강등권 싸움을 계속하는 '지금' 이 이야기로 주목을 받음은 속이 거북할 수 있습니다. 하나로 뭉쳐서 잔류할 권리, 자격을 손에 넣어야 하는 때, 권력의 불협화음은 '단합'과 거리가 멉니다. 헤르타 BSC 공동체의 단결은 경기장 안과 밖에서 모두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갈등 양상을 평가하며, 그 '시점'에 관한 모서리만 도려내면, 빈트호스트, 독일 경제 영원한 말썽꾼의 격분에 일리가 있습니다. 게겐바우어 회장과 그의 측근 인사들은 분데스리가에서 실패를 수년간 되풀이합니다. 헤르타 BSC 회원들에 의해 공인된 힘이 운동에 관한 성공보다 그 유지와 연장에 더 관심을 보이는 듯합니다. 클럽은 제자리걸음을 하는지 아예 멈춰 섰는지, 더 나아지고자 하지 않고, 만족합니다. 결국, 보조를 맞추지 않고는 반드시 퇴보하는 경쟁 생태계에서 권력의 나아갈 의지 없이 자본만 투입하여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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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너 게겐바우어는 지난 2008년 5월부터, 어느덧, 만 십사 년째 헤르타 BSC의 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클럽 역사에서 그보다 긴 회장 임기를 지낸 인물은 1908년부터 1933년 사이, 팀을 이끌었던 SPD 출신의 "헌신적인 노조원" 빌헬름 베르니케(1882-1967)뿐입니다. 그와 함께, 베를린의 노파는 여러 굴곡진 세월을 지났습니다. 2009년 6월에는 울리 회네스, FC 바이에른 뮌헨 명예 회장의 동생이자, 제바스티안 회네스, 현 TSG 1899 호펜하임 감독의 아버지로, 클럽을 임기 12년 중 일곱 번이나 유럽 클럽 대항전에 올려놓은 디터 회네스가 (게겐바우어 회장과 권력 다툼 끝에 밀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그의 교육을 받은 미하엘 프레츠 전무이사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프레츠의 시대"는 베를린에서 11년 반 동안 지속하다가, 지난해 1월, 브루노 라바디아 전 감독의 경질과 함께, 그 수장이 전무이사직에서 물러남으로써 막을 내렸습니다. "게겐바우어 회장의 시대"는 사실상, 그가 그토록 신뢰해 마지않던 "프레츠 전무이사의 시대"와 같이 갑니다. 로렌츠 호어, 에리히 베어, 루트비히 뮐러, 우베 클리만 등, 클럽의 전설들과 1970년대에 호흡을 맞췄던 미하엘 스치다트를 중심으로, 게겐바우어 회장이 "능력이 부족한" 프레츠 (당시) 전무이사를 내쳐야 한다는 목소리(특히 그가 두 번째 강등을 경험한 2012년 무렵에 강하게)도 존재했지만, 둘은 꽤 오랜 시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2020-21 시즌을 아르네 프리드리히 전 스포르팅 디렉터에게 권한을 대거 위임한 채로 마친 헤르타 BSC는 바로 작년 여름, 새로운 물줄기, "프레디 보비치 전무이사의 시대"를 맞습니다. 회네스의 마지막 일 년(2008-09 시즌)과 보비치의 첫해(이번 시즌)를 제외하고, 프레츠 전 전무이사가 클럽 운동 부서를 이끌던 시기와 게겐바우어 회장의 영향력이 최고에 달하던 시기를 살피면, 경기장 안팎에서 사뭇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습니다. 헤르타 BSC는 그 11년여 동안, 뤼시앵 파브르부터 카스텐 하이네(임시 감독), 프리트헬름 풍켈, 마쿠스 바벨, 미하엘 스키베, 레네 트레초크(임시 감독), 오토 레하겔, 요스 뤼휘카이, 팔 다다이(첫 번째 임기), 안테 초비치(현 헤르타 BSC II 감독), 위르겐 클린스만, 알렉산더 누리(임시 감독), 그리고 브루노 라바디아까지, 무려, 열세 명의 감독을 거쳤습니다. 그나마 뤼휘카이 전 감독(2012년 여름부터 2015년 2월까지)과 다다이 전 감독(2015년 2월부터 2019년 여름까지)이 버티지 못했다면, 그 숫자는 더 뛰었을 터입니다. 2009-10 시즌과 2011-12 시즌, 두 번의 2. 분데스리가로 강등을 경험했으며, 다다이 전 감독이 이끌던 2016-17 시즌, 분데스리가 6위를 차지해 '유일한' UEFA 유로파 리그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분데스리가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에는 프레츠 전 전무이사와 게겐바우어 회장(책임자로서) 모두, 그 능력의 한계가 분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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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나마 클럽의 경제 능력에 관해서는 베르너 게겐바우어의 시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와 미하엘 프레츠, 전 운동 부서 총괄 전무이사, 잉고 실러, 재무 부서 총괄 전무이사(현직) 등은 외부 투자자 물색을 통한 자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그가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FC 바이에른 뮌헨이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등 분데스리가 내 "거인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2014년부터 미국에 있는 사모 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클럽에 투자했습니다. KKR은 경기장에서 벌어지는 일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6,100만 유로를 들여 처음 클럽 지분의 9.7%를 사들인 그들은 이후 삼 년간, 그 규모를 36.3%까지 확대했습니다. 사모 펀드로서 그들에 대해 달갑지 않은 시선이 곳곳에 존재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투자는 헤르타 BSC 내부 체계를 능률화하고 회계 관리를 현대화하며, 클럽 재정을 안정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게겐바우어 회장과 클럽 관계자들은 중국과 미국에서 잠재적인 파트너를 계속 찾았지만, 구체적으로 클럽 지분의 매입과 상호 동반관계 체결 따위로 이어진 사례는 없습니다. 2018년 말, 클럽은 6.5% 이자에 국제 자본 시장에서 4,000만 유로를 끌어오고 은행으로부터 1,000만 유로를 대출하여, 그간 KKR에 넘어가 있던 지분 전부를 회수했습니다. 구단 가치가 크게 뛰었다는 자신과 그를 더 비싼 가격에 다시 팔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2019년 여름, 마침내 라스 빈트호스트와 테너 홀딩 B.V.가 참여합니다. 1억 2,500만 유로, 독일 축구 역사상 가장 큰 값에 클럽 지분 37.5%를 사들이며 화려하게/요란하게 등장한 빈트호스트와 그의 사모 펀드는 반년이 채 안 돼, 9,900만 유로를 더 투입하여, 그를 49.9%까지 키웠습니다. 이후, 총 1억 5,000만 유로를 더 조달했고, 오늘, 헤르타 BSC GmbH & Co. KGaA 지분의 64.7%를 확보합니다. 여러 기형적인 거래로 디터 회네스가 쌓아 둔 2008년, 일 년간 5,500만 유로의 부채와 프레츠가 그의 후임으로서 일을 시작하던 때 클럽을 옥좼던 3,500만 유로가량의 '급한 빚'에서 나름 멀리 왔음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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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 빈트호스트와 테너 홀딩 B.V.가 헤르타 BSC GmbH & Co. KGaA 지분의 삼분의 이가량을 쥐었다고는 해도, 클럽의 주인은 여전히 '평범한' 회원들입니다. 무한책임회사인 헤르타 BSC 페어발퉁 GmbH의 지분은 그들 손에 아주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고(헤르타 BSC e. V.가 단독 주주), 그는 또한, 그들 사모 펀드와 클럽의 협력 관계가 분데스리가를 넘어, 독일 축구 전체의 근간이 되는 이른바, "50+1 규정"을 위배하지 않도록 붙드는 끈이 됩니다. 사실, 그와 빈트호스트의 갈등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기 훨씬 이전부터, 클럽 안팎에서 베르너 게겐바우어 회장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가 많았습니다. 2020년 10월의 총회와 상임위원 선거 결과, 게겐바우어 회장은 임기 사 년의 '4선'에 성공했는데, 여태 가장 적은 찬성표를 받고, 가까스로 자리를 지켰습니다. 2008년, 첫 당선 때 77.8%, 2012년, 재선 때 73.2%, 2016년, 3선 때 무려 83%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는 '경쟁 후보 없이' 회장직에 도전하고도 그해 가을, 유효표 50%를 간신히 넘긴, '아찔한 당선'을 경험했습니다. 당시, 시내 코로나19 확진 사례 급증 등으로 대면 총회에 참석한 회원 비율이 3%가 채 안 됐는데, 오히려 조금만 더 많은 이가 그날 표를 행사했다면, 그의 '4선'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리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2021년 5월 총회에는 '평범한' 회원들이 (빈트호스트의 부추김 없이) 게겐바우어 회장의 불신임을 결의했습니다. 그는 찬성 622명, 반대 982명, 기권 95명 등으로 부결됐지만, 불과 일곱 달 전에 당선한 회장에 대한 탄핵안이 총회 말미에 '주요 안건'으로 다루어지는 자체가 정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외부 투자자, 특히,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며 "마지막 1억 유로"의 지급을 해를 넘기도록 일방적으로 미루적거린 재정 파트너와 갈등은 뒤로하더라도, 그의 제일 든든한 우군, 확고한 지지 기반이었어야 할 그 '평범한' 회원들이 그에게 등을 돌리는 모습은 게겐바우어 회장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방증합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대부분은 KKR 이후, '투명한' 자금 출처, "믿을 수 있는", 클럽 경영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 인물과 협력을 원칙으로 제시하던 그의 말과 달리, "뱀",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진 사업가"로 불리는 빈트호스트와 손잡은 데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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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모 펀드는 자산 수익의 획득을 목적으로 통상 삼 년 내지 칠 년 동안 비상장 그룹에 투자합니다. 이들은 투자 대상 기업의 재무적 투명성과 가치 재평가, 효율적 경영으로 수익을 올리고, 기업의 지배 구조를 재구성한 후, '건강한 기업'으로 만들어 투자 자금을 회수, 퇴각합니다. 초기 자금 지원을 통한 투자 대상 기업의 경영 구조 안정화 전략은 사모 펀드의 투자에서 매우 일반적입니다. 라스 빈트호스트와 테너 홀딩 B.V.는 대단히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사모 펀드의 투자에서 이러한 전략에 의존하는 경우, 십중팔구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투자 대상 기업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한 후,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높여, 다시 매각합니다. 빈트호스트는 처음 헤르타 BSC를 "낮게 매달린 열매"라고 칭했고, 마드리드의 레알 마드리드 CF, 런던의 아스널 FC와 첼시 FC, 파리의 파리 상제르망 FC, 로마의 AS 로마처럼, 유럽 대표 도시의 클럽으로서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단, '그의 자본'과 함께라면 말입니다. 실제로, 처음 그가 추천했던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은 2020년 1월의 이적 시장에 산티아고 아스카시바르와 뤼카 투자르, 크시슈토프 피옹테크(현 ACF 피오렌티나 소속 공격수; 임대 이적), 마테우스 쿠냐(현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소속 공격수) 등을 영입하며, 무려 8,000만 유로 가까이 썼습니다. 그 겨울, 헤르타 BSC보다 크게 지출한 클럽은 없었고, 분데스리가 역사상, 그는 '겨울 이적 시장 최고 소비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클린스만이 이기적으로 물러난 뒤, 다시 지난 몇 번의 이적 시장에는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데 많은 재화가 필요한 탓에, 당장 이적 시장에 유명 선수와 계약하려 자원을 쏟아붓기보다, 자금 유동성 확보와 자기 자본 확충에 더 초점을 맞췄습니다. 2,500만 유로를 들인 투자르와 2,300만 유로가량을 들인 피옹테크의 영입이 모두,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도 교훈했습니다. 돈만으로 분데스리가에서 눈앞의 성적을 사기란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베르너 게겐바우어 회장은 "향후 몇 년간 이곳에서 중요한 결정이 여럿 내려집니다. 우리는 그 모든 영역에서 분별력,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주체적으로 일해야 합니다."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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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 빈트호스트는 클럽의 책임 있는 인물들이 돈 쓰는 방식에 불만을 품습니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큰 위협을 감수하며, 당장 '유럽'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빠른 성적 상승을 보고 싶어 하며, 바로 이 지점에서 UEFA 주관의 유럽 클럽 대항전 진출을 "중기적인 목표"로 설정한 클럽 내부 권력과 충돌합니다. 베르너 게겐바우어 회장은 그가 "재정 파트너를 대변하는 회장"이 아니라, "헤르타 BSC를 대표하는 회장"임을 늘 강조합니다. 진짜 문제는 서로 다른 곳에서, 그러나 결국은 둘 다 틀렸다는 점입니다. 빈트호스트에게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이며, 그와 테너 홀딩 B.V.의 '투자 성과'에 관한 문제입니다. 자본을 투입했으니, 그만한 구체적인 성과를 원합니다. 이번 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급히' 지휘봉을 잡은 펠릭스 마가트의 말마따나, 이곳 모두가 한 개인 혹은 작은 집단이 아닌, "헤르타 BSC에 관한 문제"에 몰두해야 합니다. 게겐바우어 회장과 그가 신뢰하는 세법 전문 변호사, 토어스텐 만스케 부회장, 잉고 실러, 재무 부서 전무이사 등의 평가와 그들에게 책임을 물지 말지는 '평범한' 회원들에 달렸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외부 투자자가 경거망동할 일이 아닙니다. 게겐바우어 회장은 오랫동안 실패했습니다. 분데스리가에서 성적은 두말할 필요 없이, 새로운 경기장을 짓는 데 있어, 정치권을 설득하지 못했고, 오늘은 그가 자신하던 '재정 파트너와 소통'마저 의심을 삽니다. 이대로라면, 그 14년을 쌓아 온 공든 탑이 무너질지 모릅니다. 빈트호스트와 사이가 틀어진 탓이 아니라, 그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지속 가능성을 위해, 베를린의 노파는 자체적인 수익 모델을 개선하고, 여러 해 지연된 프로젝트의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뛰어야 합니다. 아예 헤어질 심산이 아니라면, 좋든 싫든 성난 빈트호스트를 달래고, 그와 갈등을 봉합해야 합니다. 운동 부서를 이끄는 프레디 보비치 전무이사는 그의 첫해, 아직, 경기장에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평가는 역사의 몫이며, 언제든 상황은 역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또한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모두에 도움을 호소/요청합니다. 지혜를 모으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게겐바우어 회장이 과연 그 중심에 설 자격이 있는지는 그가 다음 총회가 열리기까지 입증해야 할 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