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베른슈타인, 헤르타 BSC의 신임 회장

2022. 6. 27. 16:00#HaH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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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말,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에서 베르너 게겐바우어 전 회장의 시대가 정확히 14년 만에,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재작년 10월 선거에서 여태 가장 낮은 54% 득표율에 그쳐, 네 번째 당선에도 가시밭길 임기가 예고됐던 그는 지난 2019년에 등장한 헤르타 BSC 최고의 재정적 동반자, 테너 홀딩 B.V.의 수장인 라스 빈트호스트와 (특히 팀이 분데스리가 잔류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기에) 공개적으로 갈등을 겪은 끝에, 불명예스럽게 퇴장해야 했습니다. 정기 총회에는 이미 그의 탄핵안이 상정된 터였고, 그 어느 때보다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클럽 안팎에서 높았습니다. 게겐바우어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말, 미국 근거의 사모 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넘어가 있던 클럽 지분을 몽땅 회수한 뒤, 빈트호스트와 손잡기 전까지, "투명한" 자금 출처, "믿을 수 있는", 클럽 경영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 인물과 협력의 원칙을 연설했지만, 이후 현실은 그와 같지 못했습니다. "뱀", "아홉 개의 목숨을 가진 사업가" 빈트호스트는 클럽에 주머니만 내어 주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20세기 초에 클럽을 이끌었던 SPD 출신 "헌신적인 노조원" 빌헬름 베르니케(1882-1967)에 이어, 헤르타 BSC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임기를 지낸 회장의 씁쓸한 말로와 함께, 베를린의 노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보궐 선거를 준비했습니다. 게겐바우어 전 회장을 오래 보좌한 토어스텐 만스케가 그를 대리하기로 했지만, 총회에 부쳐진 상임위원회 구성원들에 대한 탄핵안의 투표 결과, 가장 많은 '탄핵 찬성표(64.2%)'를 받은 그마저, 과반의 회원이 자신이 물러나기를 원한다면, 그리하겠다던 투표 돌입 전의 약속을 지켜, 상임위원회 회장직이 비어 버렸습니다. 그나마, 과반인 다섯이 잔류해, 클럽이 어떻게든 돌아갔으나, 늘어난 상임위원회 공백에 매우 불안정한 한 달을 난 뒤, 어제, 임시 총회에서 마침내, 큰 변화의 물줄기를 맞았습니다. 울트라스 출신으로, 경기장 출입이 세 번이나 금지된 적 있는 카이 베른슈타인이 54.9%의 득표율을 기록, 헤르타 BSC 상임위원회의 새로운 회장으로 선출됐습니다. 선거 준비 기간, 베른슈타인 신임 회장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한 파비안 드레셔(전 상임위원회 위원)가 부회장으로서 그를 돕습니다. 새롭게 위원으로 선출된 팀 카우어만(전 감독위원회 위원장)까지 더하여, 헤르타 BSC 상임위원회는 비록, 기존 아홉에서 축소되기는 했지만, 최소 정족수인 일곱을 맞추어, 비로소 온전함을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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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저명한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카이 베른슈타인이 헤르타 BSC의 새로운 상임위원회 회장으로 선출된 일을 "베를린에서 실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분데스리가 역사상 처음으로, 울트라스 출신 인사가 클럽을 이끌게 됐기 때문입니다. 구도상, 클럽의 이번 보궐 선거는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의 목소리'와 '기존 권력'의 충돌이었습니다. 그 출신 때문에, 출마 선언 직후, 일각에 거부감을 심어줬으나, 한 달간, 각종 매체와 만남, 연설 등으로 표를 가진 회원의 마음을 대거 사로잡은 베른슈타인은 전자를 상징했습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 42.1% 득표에 그쳐, 예상보다 베른슈타인에게 크게 패한 프랑크 슈테펠은 후자를 대표했습니다. 전 독일연방의회 의원으로, 지난 2005년부터 스포츠 클럽, 퓍세 베를린 라이니켄도르프의 수장으로 재직한 정치인, 슈테펠(CDU)은 지난 2일에 헤르타 BSC 감독위원회 새로운 위원장이 된 클라우스 브뤼게만(토어스텐예른 클라인의 후임; 여담으로, 안드레아스 슈미트의 부위원장직은 CDU 출신 정치인, 스콧 쾨르버에게 넘어갔습니다)이 추천하고, 홍보한 인사입니다. 팔 다다이 전 감독과 딕 판뷔리크(전 헤르타 BSC 주장) 등, 클럽의 상징적인, 영향력 있는 '과거의' 인물들이 그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영상 따위를 공개함은 '클럽의 기존 권력이 선호하는 후보'로서 슈테펠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습니다. 언론에서 "의혹"이라는 표현을 계속 붙였지만, 그의 출마가 공식화하고, '공교롭게도' 잉마 페링(부회장직에만 도전했으나, 슈테펠이 패한 직후에 그마저 후보에서 물러났습니다) 등, 다른 후보 여럿이 회장직 도전을 중도에 포기한 일도 그가 마치, 감독위원회의 '내정'을 받은 인물로 외부에 비치게 했습니다. 베른슈타인만이 그와 손잡기를 공개적으로 거부했습니다. 결국, 베르너 게겐바우어 전 회장의 무능으로 치러진 보궐 선거에 크고 작은 책임이 있는 클럽 고위 관계자들과 노선/색깔을 달리하기는커녕, 그 '과거'에 한 달을 갇혀 살았다는 점을 슈테펠의 패인으로 들 만합니다. 선거 과정에 보인 그의 모습은 전혀 '노련한 정치인'답지 않았습니다. 회원들은 베른슈타인의 지난날에 대한 우려보다, '쇄신'을 거부하는 듯한 오랜 권력에 대한 반감이 더 컸습니다. 베른슈타인의 승리는 클럽 오랜 권력의 치명상입니다.

 

ⓒ Matthias Koch/ Imago Images

 

 프랑크 슈테펠은 헤르타 BSC의 "국제적인 도전"을 강조해 왔습니다. 울트라스 출신 인사의 구호는 그와 달랐습니다. 카이 베른슈타인은 "헤르타 BSC의 정체성 되찾기"를 말했습니다. 초기에 약점으로 지적받은 자기 출신을 "독일 축구와 축구광들의 문화에 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지역 정치인(슈테펠을 겨냥), '육류 재벌(FC 샬케 04의 클레멘스 퇴니스 전 감독위원회 위원장을 겨냥)', 상업 변호사 등 기득권"과 차별화하며 역이용하는 전략을 폈고, 그 가운데, 독일 축구에서 각 클럽의 힘은 일반 회원들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인터넷에 퍼진, 울트라스를 강하게 비판한 슈테펠의 과거 연설 영상도 그에게는 도움이 됐습니다. 대다수 사회 구성원은 여전히 울트라스를 경기장에서 후드 쓰고 폭죽이나 던지는, 폭력적인, 혼란을 야기하는 문제 집단으로 간주합니다. 그러나, 베른슈타인은 오히려 자기 정체성을 확립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 토론하고, 함께 성장하고, 함께 이기고, 함께 지며, 경기장 응원석에서 삶에 필요한 전부를 배웠다고 이야기합니다. 때론 "자기 한계를 시험"해 보았지만, 자녀들에게 말할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은 한 적 없다고 자신합니다. 울트라스의 모든 행동을 옹호할 생각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베른슈타인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1. FC 우니온 베를린과 경기에 완패한 후, 울트라스가 일부 선수에게 "그 유니폼을 입을 자격이 없으니, 당장 벗어서 내놓아라!"라고 한 일은 클럽의 분열만 조장하는,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비판합니다. 그는 자신이 '울트라스 출신'이라는 점을 숨기지 않지만, 동시에 그만으로 축소돼 그려지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자기를 한 인간, 기업가, 창의적인 사람으로 소개하는 헤르타 BSC의 새로운 회장은 클럽이 오늘, 재정적인 도약 직후에 그 어떤 클럽도 밟아서는 안 될, 잘못된 길을 보여 주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겸손하고 객관적인, 명확한 계획을 수립하는 "헤르타 BSC"를 그리워하며, 임기를 시작합니다. 베른슈타인은 자기 기업의 결정권을 아내에게 모두 넘겼습니다. 수요일 저녁의 상임위원회 회의를 시작으로, 이제 헤르타 BSC에만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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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보궐 선거가 베르너 게겐바우어 전 회장과 라스 빈트호스트의 갈등에서 시작됐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카이 베른슈타인 신임 회장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아직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갖춘 기존 권력과 합심하여 클럽의 미래를 위한 방향을 다시 설정하는 일,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서야 시에서 긍정 신호를 보내 준, 새로운 홈 경기장 건설과 관련한 실무, 토마스 헤리히의 전무이사 승진과는 별개로, 카스텐 슈미트 전 이사회 의장의 뒤를 이을 인물을 찾을지, 10월에 떠나는 재무 부서, 잉고 실러 전무이사의 뒤는 누가 이을지 결정하는 일 등과 더불어, 지난 시간, 완전히 파괴돼 버린 빈트호스트와 클럽의 신뢰 관계 재구축/회복을 위해 힘을 쏟아야 합니다. 운동 부서를 이끄는 프레디 보비치 전무이사와는 일전에 간단히 대화했다고 밝힌 그는 당선 후 인터뷰에서 빈트호스트와 클럽의 '동반자'로서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그와 약속을 잡을 계획이며, 그와 '최대한', '함께' 조율해 가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두 번째 걸음을 첫 번째 걸음보다 먼저 옮길 수는 없는 법이기에, 차근차근 일을 풀어갑니다. 회원들과 클럽 지분에 관한 토론도 필요하다고 믿는다며, 훨씬 더 나은 소통과 시너지 통합을 약속했습니다. 한편, 다시 그 출신과 사회적인 영향력 때문에, '울트라스 출신' 베른슈타인보다 '정치인' 프랑크 슈테펠을 선호했으리라는 해석이 우세(과거에 그가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전 베를린시장을 회장 후보로 원한다는 이야기도 잠시 있었습니다)하지만, 빈트호스트는 베른슈타인 회장의 당선을 축하하며 클럽과 협력이 이전보다는 나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권력과 파벌의 유지"에만 관심을 기울이던 오랜 권력이 선거에서 패배했기 때문입니다. 클럽의 제일 큰 재정적 동반자는 신임 회장과 향후 회담에 "공개적으로, 어떠한 유보도 없이" 접근하기를 원합니다. 단순히 추가 자금 조달 따위를 논의하는 수준을 넘어, 만인이 비웃는 헤르타 BSC를 다시 일으키기 위한 협력이 필요합니다. 모두가 마음을 모아 자기 일을 한다면, 빈트호스트의 말처럼, 더 나빠질 일도 없습니다. 그가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베른슈타인은 준비됐습니다. 헤르타 BSC도 준비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