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스 오펜다, 라이프치히 황소 군단의 새 얼굴

2023. 7. 17. 17:00Bundesliga

니콜라이키르헤(li.)와 라이프치히 시내에 있는 미하엘 피셔-아트의 벽화 일부(re.) [ⓒ jgseins__jh]

 

 베를린에서 ICE를 타고 한 시간 15분 남짓 달리면, 도착하는 라이프치히는 아직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의 시대가 계속되던 시기, 동독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였으며, 로스토크, 비스마르 등 항구 도시와 같이 1950년대, 동독에서 처음으로 서쪽의 상품을 판매하는 복합상가 등이 들어선 도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곳은 20세기 후반, 최고 변혁의 한가운데 섰던 도시로 독일 현대사에 커다란 획을 그었습니다. 시 중심가의 교회, 니콜라이키르헤에서는 1982년 11월부터 매주 월요일, 평화 기도회를 열었는데, 젊은 회중 사이에 (사회적으로) 도발적인, 민감한 내용이 너무 많이 오간다는 안팎의 우려에도 사회 논쟁이 격화한 1988년 말, 모이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고, 이내 기도회는 정치적인 의미를 품었습니다. 결국, 이곳에서 출발한 '월요일 시위(Montagsdemonstrationen)'는 동독 창립 40주년을 기념하던 1989년 10월 7일을 전후로 "폭력 반대", "우리는 인민이다!" 등 문구를 내건 복수의 동독 주요 도시에서 시위로 확산했고, 베를린 장벽의 붕괴(Fall der Berliner Mauer), 국경 개방을 거쳐, 이듬해, 독일 재통일로 결실을 본 평화 혁명(Friedliche Revolution)의 뿌리가 돼, 이미 수년 전부터 비틀거리던 동독 체제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1989년 10월 16일에 민주적인 변화와 자유선거, 표현의 자유 등을 요구하며 라이프치히 각 거리로 쏟아져 나온 군중만 12만 명에 달했습니다. 비록, 재통일 이후에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그 중요성이 다른 도시와 비교해 떨어졌다지만, 오늘도 도시는 견본시, MDR 등 대중 매체, 파울리눔이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는 우니(대학교) 등으로 명맥을 이어 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전 시장(SPD)이 "가난하지만, 매력적인 도시"를 표방하며 유럽 전역에서 창의적으로 사고할 줄 아는 예술가를 불러들였던 베를린이 지난 십여 년 새 고급화하고 지세가 오르자, 그중 여럿이 자기 활동 영역을 라이프치히로 옮겨오기도 했습니다. 전국 축구광에게 "플라스틱 클럽"이라고 손가락질당하나, 에너지 음료로 대표되는 레드불을 등에 업은 RB 라이프치히는 이렇듯 "다시 깨어나는 도시"에 때로, 꼭 어울리는 구단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 jgseins__jh

 

 웬만큼 오랜 역사, 전통을 자랑한다는 독일 내 다른 구단보다 자금력이 크게 앞서는 RB 라이프치히는 불과 지난 칠팔 년 사이, 무섭게 성장하여, 어느덧 분데스리가에서 FC 바이에른 뮌헨의 아성에 도전하는 중입니다. 여러 번의 이적 시장에 적극적으로 움직여, 일찌감치 젊고 경쟁력 있는 선수단을 구축한 덕분입니다. 엊그제 찾은 라이프치히 시내의 구단 공식 팬 상점에서는 새롭게 팀의 '얼굴'이 될 선수의 유니폼도 만나볼 수 있었으니, 바로, 지난 14일, 금요일, RB 라이프치히가 영입했다고 전한 벨기에 국가대표 공격수, 로이스 오펜다의 이름이 찍힌 옷입니다. 지난 시즌, RC 랑스에서 활약한 오펜다는 오는 2028년 여름까지 황소 군단과 동행을 확정했으며, 그의 새 소속팀은 그와 계약을 위해 자체 최고인 3,850만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프랑스로 이체했습니다. 초기에 RB 라이프치히가 3,000만 유로가량을 협상장에서 내보였지만, RC 랑스는 5,000만 유로 수준을 꾸준히 원했으며, 종장에는 각종 부대 조항을 더하여, 결국, 지난 일 년, 프랑스 프로축구 최고 무대에서 돌풍을 일으킨 클럽의 요구 조건에 더 가깝게 타결점이 형성됐다고 전합니다. 여기에는 "에이스" 크리스토페르 은쿤쿠(첼시 FC)의 이적 이후, 전방에서 공격의 핵이 될 누군가를 찾아야 하는 황소 군단의 "잘 알려진 수요"는 물론, 올여름, 맨체스터 시티 FC와 지속해서 연결되는 요슈코 그바르디올의 이동이 마무리될 때 막스 에벌이 손에 쥘 수 있는 1억 유로 이상 수입에 관한 기대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공교롭게도 오펜다 이전에 RB 라이프치히가 가장 큰돈을 들여 영입했던 선수는 이 년 전 여름의 그바르디올(당시 GNK 디나모 자그레브에 3,680만 유로가량을 넘겨야 했습니다)입니다. 마시모 브루노(2014-2018; 현 KV 코르트레이크 소속 공격수)에 이어, 이제 RB 라이프치히 소속으로 붉은 황소를 가슴에 달고 뛰는 두 번째 벨기에 국적 선수가 되는 오펜다(내년 여름에는 골키퍼인 마르턴 판더보르트도 합류 예정)는 그의 어깨에 진 부담을 이겨내고 자기 가치를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 Anthony Dibon/ Icon Sport

 

 리에주와 브뤼허 등지에서 성장한 로이스 오펜다는 2020년부터 이 년간 SBV 피테서에서 활동하며 에레디비시 총 66경기에 28골과 여섯 개 도움을 기록했고, RC 랑스로 옮긴 지난 시즌, 프랑크 에스 감독을 만나 만개, 리그 1 38경기에서 21골과 네 개 도움을 남겼습니다. 2022-23 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최상위 대회에서 그보다 자주 상대 골망을 가른 이는 킬리안 음바페(29골; 파리 상제르망 FC), 알렉상드르 라카제트(27골; 올랭피크 리요네), 조너선 데이비드(24골; 릴 OSC) 등 셋뿐(아스널 FC에 적을 둔 채로 스타드 드 랭스에서 뛴 폴라린 발로군도 21골 기록)이었고, 이렇게 오펜다가 최전방에서 든든한 해결사로 나서준 덕에, '수문장' 브리스 삼바, 최종 방어선의 케빈 단조와 파쿤도 메디나, 중원의 세코 포파나, 2선의 플로리앙 소토카 등의 활약까지 더한 RC 랑스는 리그 1 순위표 둘째 자리를 차지하고 20여 년 만에 UEFA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성적으로 전 유럽의 시선을 한 몸에 사로잡은 오펜다이지만, 이따금 반복되는 기복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그가 리그 1에서 넣은 총 21골을 구간별로 뜯어보면, 18라운드, RC 스트라스부르 알자스와 경기까지 아홉 골을 터뜨린 뒤, 두 달가량 침묵을 이어가다, 클레르몽 푸트 63와 27라운드 경기의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마지막 12경기에 12골을 몰아치는 화력을 과시했습니다. 해당 기간, 이 대회에서 두 자릿수 골의 주인공이 된 선수는 라카제트(13골)와 음바페(11골), 엘리 와이(열 골; 몽펠리에 HSC), 그리고 오펜다 등, 넷입니다. 34라운드, 몽펠리에 HSC와 경기에 홀로 네 골을 뽑아낸 라카제트만이 오펜다를 앞섰습니다. 선수로서는 놀라운 집중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한 점이 고무적이라고 할 만도 하지만, 거의 매 시즌 반복되는 '중도 골 가뭄'은 고민입니다. 아른험에서 뛴 지난 2021-22 시즌에도 에레디비시서 대회 첫 골을 넣기까지 여덟 경기가 필요했고,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두 달여, 곧 거의 비슷한 시기에 득점 없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제는 해마다 큰 꿈을 품고 출항하는 RB 라이프치히라는 배에 올라탄 그이므로 전보다 '꾸준함'을 보여주는 데 더 힘을 써야 합니다. 알게 모르게 견제가 심해질 테니.

 

 

 빠른 발을 자랑하는 로이스 오펜다에게 공간을 주면,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달려들어 골문을 겨냥합니다. 상대 측면 수비를 책임지는 선수와 가까운 중앙 수비수 사이의 절반 공간으로 침투하여 측면으로 나가는 움직임을 즐기는 오펜다는 정상 경기력의 티모 베르너 등과 함께, 속공 시, RB 라이프치히의 최고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길게 넘어오는 공을 이어받아, 직접 몰곤 하는데, 그의 발끝은 다소 투박하다는 지적이 우세하지만, 가속을 붙여 폭발적으로 밀고 나가는 오펜다의 직선적인 경기는 상대 수비진을 긴장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역시 라이프치히를 잠시 거쳐 간 황희찬 선수(울버햄프턴 원더러스 FC)가 떠오르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그를 의식하여 방어선을 뒤로 물린다면, 오펜다에게 안성맞춤의 공간이 제공되니, 상대로서는 막기 매우 까다롭습니다. 지난 시즌, 리그 1에서 오펜다가 공을 몰아, 결국, 골로 마무리된 RC 랑스의 공격 단위 숫자는 총 일곱으로, 킬리안 음바페와 위삼 벤예데르(AS 모나코 FC)의 여섯, 테렘 모피(OGC 니스)의 다섯, 엘리 와이와 아슈라프 하키미(파리 상제르망 FC), 아르노 노르당(몽펠리에 HSC), 이토 준야(스타드 드 랭스) 등의 넷을 모두 뛰어넘어, 대회 최다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혼자 "마법"을 부리지는 못해도, 오펜다의 발에 붙은 공은 그만큼 위협적입니다. 골대와 가까운 지점까지 공을 운반한 오펜다는 양발을 모두 써서 골키퍼를 시험할 줄 압니다. 계속해서 그의 리그 1에서 21골을 해부해 보면, 여덟 번(38.1% 수준)이 왼발, 일곱 번(33.3% 수준)이 오른발, 그리고 나머지, 여섯 번(28.6% 수준)이 머리로 해결됐습니다. 그는 오른발로 페널티킥을 차므로, 흔히 이야기하는 '주발'의 반대 발로 오히려 더 많은 골을 집어넣은 셈입니다. 두 시즌 전,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 리그 득점왕의 위업을 달성(리버풀 FC의 무함마드 살라흐와 함께 수상)한 손흥민 선수(토트넘 홋스퍼 FC)가 당시, 전체 23골 중 12골을 왼발로, 11골을 오른발로 올렸는데, 그 못지않게 오펜다도 "온몸이 무기"라고 할 만합니다.

 

 

 마르코 로제 감독이 이끄는 RB 라이프치히는 견고함을 되찾은 수비와 레드불 축구 연결망 특유의 동적인 힘을 앞세워, 승점 오 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던 개막 직후 다섯 경기의 부진을 딛고,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최종 3위를 차지했습니다. 사령탑 교체 이후, 분데스리가에서 그들보다 많은 승점을 획득한 팀은 없었습니다. 신속히 공격 방향으로 공을 보내며 상대 전방 압박 기준선을 벗기고 균열을 일으키는 그들의 '초심'으로 돌아갔습니다. 로제 감독의 지휘로 분데스리가 34경기에 41번의 속공을 시도했고, 그렇게 여섯 골을 만듦으로 나머지 17개 경쟁팀을 압도했습니다. 특히, 경기당 세 개에 근접, 99개(경기당 2.91개)를 찍은 '상대 수비수 사이를 찌르는 공 연결'은 FC 바이에른 뮌헨의 2위 기록, 78개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공간 타격에 최적화한 공격수, 로이스 오펜다와 궁합을 기대토록 하는 숫자입니다. 오펜다는 아예 깊숙이 진행하는 공을 쫓아 상대 수비수와 경합할 줄도 알고, 그의 발아래 들어온 공을 더 높이 옮겨, 골 확률을 높일 줄도 압니다. 때로 후자를 선호한다는 인상도 주지만, 어느 편이든, 그는 다니 올모와 크리스토프 바움가르트너(TSG 1899 호펜하임으로부터 여름에 합류), 하루 새 연결이 짙어진 사비 시몬스(파리 상제르망 FC로부터 임대 이적 유력) 등, 상황에 따라 그의 입맛을 맞춰줄 동료들과 무서운 호흡을 자랑할 수 있습니다. 오펜다가 새롭게 꿰찬 번호, '17번'은 라이프치히 축구에서 상징하는 바가 제법 큽니다. 그의 전임자, 크리스토페르 은쿤쿠가 런던으로 떠나기 전까지 RB 라이프치히, 구단의 (아직 짧은) 역사에 길이 남을 지난 사 년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기회를 찾아 옛 동독 땅을 밟았던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는 독일에서 뛴 172경기에 70골과 56개 도움을 남겼으며, 특히, 분데스리가 119경기에서 뽑아낸 47골은 티모 베르너가 154경기에 기록한 87골(진행 중) 바로 다음, 구단 역대 2위에 해당합니다. 18명의 서로 다른 선수가 득점하여, 분데스리가에서 '한 골이라도 넣은 선수의 숫자'가 제일 많은 팀이 됐지만, RB 라이프치히의 공격진은 당장 지난 시즌에도 은쿤쿠를 향한 의존도가 높았고, 결국, 은쿤쿠는 16골로 니클라스 퓔크루크(SV 베르더 브레멘)와 분데스리가 '공동' 득점왕에 올랐습니다.

 

 

 준족에 공간을 창출하고 직접 이용할 줄 알며, 가운데서 공격을 진두지휘하면서도 측면으로 자주 빠진다는 점 등을 공유하지만, 크리스토페르 은쿤쿠와 로이스 오펜다는 분명, 다른 유형의 공격수입니다. 오펜다도 그 점을 잘 알고, 그래서, 자기만의 색깔로 라이프치히의 축구광들을 사로잡으려 합니다. 비록, 절대다수가 그에게서 은쿤쿠의 모습을 먼저 기대하겠지만 말입니다. 은쿤쿠가 오펜다보다 낮은 곳에서 영향력은 큰 편입니다. 오펜다도 90분 내내 전방에 대기하며 골만 노리는 선수는 절대 아니지만, 경기장 가운데 삼분의 일 지역에서 공을 만지는 빈도(247/712)는 은쿤쿠(356/854)보다 낮습니다. 정확하고 절묘하게 공을 보내 동료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에 두 선수의 차이는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넓은 시야를 확보한 은쿤쿠가 창의적인 공 배급으로 문전에서 자신의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는 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공격수로서 오펜다의 선은 너무 굵은 나머지, 세심한 붓질에 약점을 드러내곤 합니다. 90분당 패스 시도가 15.8회로, 지난 시즌, 리그 1에서 450분 이상 잔디를 밟은 공격수 중 백분위 하위 10%에 그치고도 70% 아래에 머문 그 정확도(67.0%)는 장차 RB 라이프치히와 벨기에 국가대표 간판 공격수로 발돋움할 선수가 개선해야 하는 자료입니다. 한편, 마르코 로제 감독의 RB 라이프치히는 수비 시, 가능한 한 주동적 태도를 고수하려 하는데, 이들의 쉬지 않는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은 11.0의 PPDA, 곧, 태클 성공과 가로채기, 경합(태클 실패), 반칙 등 단위 수비 행동당 상대가 공을 연결하도록 허용한 숫자로 돌아왔으며, 이는 분데스리가에서 FC 바이에른 뮌헨의 9.8 다음으로 작은 숫자입니다. 오펜다가 수비에 크게 공헌하는 공격수는 아니라는 평이 지배적이나, 부지런히, 빠르게 움직여서 상대가 안전하게 공을 보낼 길목을 차단하며 진행 방향을 측면으로 강제하는 일차적인 역할을 성실히 해준다면, 심각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지금껏 분데스리가 데뷔 시즌에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출범 첫 번째 해(1963-64 시즌)의 우베 젤러(30골; 당시 함부르거 SV에서 활동한 젤러는 그 이전에도 최고 무대에서 많은 골을 넣었으므로 여기 적는 데 약간의 어색함은 있습니다)이며, 그 뒤를 2004-05 시즌의 마레크 민탈(당시 1. FC 뉘른베르크)과 2007-08 시즌의 루카 토니(당시 FC 바이에른 뮌헨; 이상 24골)가 잇습니다. 현실적으로 젤러의 30골 기록에는 도전하기 어려울지라도 꾸준함을 탑재한 오펜다가 새로운 무대에 빠르게 적응한다면, 민탈과 토니의 숫자는 넘볼 수 있습니다. 황소 군단의 새 얼굴이 된 그가 시즌이 끝나고 또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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