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인 힘을 보여준 레 블뢰에 눈물 삼킨 태극낭자들

2019. 6. 8. 16:30International

ⓒ François-Xavier Marit/ Getty Images

 

 2019 FIFA 여자 월드컵 프랑스 공식 첫 경기, 프랑스 대표팀과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가 홈 팀의 4 대 0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사실, 지난해 12월, 파리의 라 센 뮈지칼에서 조 추첨과 경기 일정 편성이 마무리된 직후부터, 대회 '개최국'이자, "황금 세대"를 주축으로 우승에 도전하는 프랑스 대표팀이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무난히' 대한민국 대표팀을 상대로 승점 석 점을 가져가리라는 승부 예측 보도가 빗발쳤습니다. 세 번째 대회에 나서며, 지난 대회에 이루었던 16강 진출을 넘어,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다짐한 "태극낭자들"도 철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대회 중 엄청난 탄력을 붙여 줄 '반전'을 꿈꾸었지만, 현실, 잔디 위의 결과란, 잔인하기에 그지없었습니다. 전반전에만 프랑스 대표팀이 세 차례, 대한민국 대표팀의 골대 그물을 흔들었고, 장신의 최고 수준 수비수인 웬디 르나르(올랭피크 리요네)는 경기 중 두 번, "치명적인 헤더"를 선보였습니다. "레 블뢰(Les Bleues)"의 전력은 예상했던 대로, 혹은 예상보다도 더 막강했습니다. 조별 단계에 함께 묶인 노르웨이 대표팀과 나이지리아 대표팀도 이 경기를 보고, 각자,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최하위로 대회를 시작하는 "태극낭자들"은 밝은 분위기를 '다시' 만들고, 대패의 아픔을 잘 추슬러, 다음 경기에 나서야 합니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쉽지는 않지만, 단기전 특성상, 빠른 회복이 필요합니다.

 여담으로, 이번까지, 두 팀은 대한민국이 FIFA 여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때마다, 대회에서 만났습니다. 미국에서 열린 2003년 대회에는 브라질, 노르웨이 등과 B조에 같이 묶였고, 직전, 2015 FIFA 여자 월드컵 캐나다에는 16강, 외나무다리에서 격돌했습니다. 16년 전에는 프랑스 대표팀이 1 대 0으로 이겼고, 사 년 전에는 마리로르 델리(클럽과 계약 기간은 이 년 남아 있었지만, 최근, FC 메스를 떠나기로 했습니다)가 홀로 두 골을 넣고, 자국 대표팀에 3 대 0 승리를 안겼습니다. 결국, 오늘까지 세 번의 대결에 전승, 프랑스 대표팀이 절대 우위를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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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에서 코린 디아크르, 프랑스 대표팀 감독은 433 대형에 맞춰, 선발 명단을 작성했습니다. 사라 부아디(올랭피크 리요네)가 장갑을 낀 "레 블뢰"는 마리옹 토랑(몽펠리에 HSC)과 그리주 음보크 바티, 웬디 르나르, 아멜 마지리(이상 올랭피크 리요네)가 맨 뒤 수비선에 늘어섰고, 아망딘 앙리(올랭피크 리요네)와 가에탄 티네(파리 FC), 엘리즈 뷔살리아(디종 FCO)가 허리를 구성했습니다. 델핀 카스카리노와 외제니 르소메르(이상 올랭피크 리요네)가 좌우 날개로 섰으며, 최전방에는 카디디아투 디아니(파리 상제르망 FC)가 포진했습니다. 지난 시즌, 샹피오나 드 프랑스 페미낭 드 풋볼(=프랑스 여자축구 최상위 무대) '득점왕(대회 20경기에 나서서 22골 기록)'을 차지한 마리앙투아네트 카코토(파리 상제르망 FC)를 대회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해, 논란을 빚은 디아크르 감독은 출정하며, 발레리 고방(몽펠리에 HSC)에게 많은 역할을 기대했지만, 정작, 개막전에 고방은 교체 명단에 대기했습니다. 감독은 "전술에 따른 선택"이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이는 고방이 앞서서, 대표팀 훈련에 '두 번'이나 '지각'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날, 프랑스 대표팀이 골을 많이 넣고 이겼지만, 최전방에서 자꾸만 들려오는 '잡음'에 프랑스 여러 매체도 의문과 우려를 표합니다. 대회가 진행되며, 디아크르 감독이 또 어떤 선택을 할지 두고볼 일입니다.

 한편, 대회 시작부터 "골리앗" 프랑스와 맞닥뜨린 윤덕여 감독은 4231 대형을 빌렸습니다. 김민정 선수(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가 대한민국 대표팀의 골문을 지켰고, 김혜리 선수(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와 황보람 선수(화천 KSPO), 김도연 선수, 장슬기 선수(이상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가 최종 방어선을 구축했습니다. 이영주 선수(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가 '주장' 조소현 선수(웨스트 햄 유나이티드 FC)와 그 앞을 보호했고, 지소연 선수(첼시 FC)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으며, 강유미 선수(화천 KSPO)와 이금민 선수(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여자 축구단)가 양쪽 날개로, 정설빈 선수(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가 공격 선봉으로 각각 출전했습니다. 먼저 나선 열한 명의 선수 중, 사 년 전, 프랑스 대표팀과 경기에도 선발로 뛰었던 선수는 김도연, 조소현, 강유미, 이금민 등, 네 명이고, 황보람, 김혜리, 지소연, 정설빈 선수 등은 그날, 교체 명단에 이름이 있었습니다.

 

 

 대회 개막을 앞두고, 몇 번의 평가전에 연습한 4231 대형으로 첫 경기, 시작을 알리는 호각 소리를 기다렸지만, 프랑스 대표팀이 시종일관 유기적으로 공을 돌리고, 중원을 완벽히 장악하며, 대한민국 대표팀은 지소연 선수가 이영주 선수와 같은 높이까지 내려와서 수비에 힘을 보태고, 조소현 선수가 맨 뒤 수비선과 그 바로 앞의 가로선 사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4141 대형 또는 451 대형으로 대부분 경기 시간을 소진했습니다. 프랑스에서 "여자 대표팀의 올리비에 지루(첼시 FC; 프랑스 남자축구 국가대표 공격수)"라고 불릴 만큼,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자랑하는 발레리 고방이 긴 시간, 교체 명단에 대기(후반 25분경에야 델핀 카스카리노와 교대)했어도, 코린 디아크르 감독이 이끄는 홈 팀이 측면에서 공을 감아올려, 페널티 구역 안에서 '높이'로 싸우거나, 뒤쪽에서 절묘하게 공을 찔러, '속도'와 '힘' 따위로 경합하려 하면, 여전히, "태극낭자들"이 그 타고난 조건으로 막아 세우기에 어려웠으므로, 윤덕여 감독은 가로로 길게 늘어선 두 줄의 수비선이 측면 공간에서 상대와 대등하게 숫자 싸움(최소한, '두 명'이 '두 명'을 잡을 수 있도록)하고, 전방의 선수들이 열심히 내려와, 사이사이 틈을 최소화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주문했습니다. 성급하게 올라갔다가 틈을 보이기를 경계해, 높은 위치에서부터 압박은 자제했고, 이따금, 아예, 조소현 선수(주로)나 이영주 선수가 황보람 선수와 김도연 선수 사이, 또는 옆으로 내려서기도(541 대형 완성) 했습니다. 그나마 압박의 강도는 허리에서 키웠는데, 밑으로 내려온 공격수와 둘째 줄의 미드필더들이 힘을 합쳐, 그물을 쳤습니다. 그러나, 압박 시, 지나치게 보수적인 접근은 때로, 수비의 주안점(공을 향해, 거칠게 밀어붙여서, 도전할 요량인지, 아니면, 다시 수비선을 뒤로 물리고, 전열을 재정비할 계획인지)을 흐리게 했고, 서로 간격이 아주 촘촘하지 못했던 "압박 도형"은 그 안에 상대 선수를 가두지 못하고, 오히려, '압박 기준선을 넘나드는 공'이 통과될 기회를 키우는 역효과를 내고 말았습니다.

 

ⓒ FIFA

 

 "레 블뢰"는 그들이 원하는 '틈'을 찾기까지 침착하게, 참을성 있게 공을 돌렸습니다. "태극낭자들"을 페널티 구역 밖으로 끌어내는 데 일차적인 목표가 세워졌습니다. 공 점유율을 60% 가까이 가져갔고, 619번, 동료와 연결을 시도하여, 540번(패스 성공률 87.24% 수준)이나 성공했습니다. 코린 디아크르 감독의 공격 전술에서 '핵심 열쇠'는 좌우 측면 수비수가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기본적으로 이들은 공격 시, 높이, 직선적으로 올라가, 언제든지 가운데로 공을 넘길 채비를 했습니다. 뒤쪽에서 공격 단위의 시작점에 그리주 음보크 바티와 웬디 르나르, 두 명의 중앙 수비수가 공을 주고받으며, 이들에게 공간의 자유도가 주어지기를 기다렸습니다. 음보크 바티와 르나르는 '적기'가 되기까지 직접, 높은 위치로 공을 몰고 올라가기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전진한 측면 수비수가 공을 건네받으면, 가운데, 아망딘 앙리나 가에탄 티네에게 돌려주어, 대한민국 대표팀의 시선을 중앙으로 몰고, '다시' 측면이 열리도록 유도했습니다. 그 끝에는 너른 공간에서 가운데로 넘기거나, 절반 공간의 델핀 카스카리노, 외제니 르소메르 등과 측면 수비수(선발 마리옹 토랑과 아멜 마지리)가 연계, 원정팀의 수비선을 파괴하고자 했습니다. 결국, 각 공격 단위의 처음과 끝에 측면 수비수의 임무가 막중했으니, 마지리가 지친 기색이 드러난 후반전, 디아크르 감독이 그를 '바로' 에브 페리세(파리 상제르망 FC)와 바꿔, 좌측면의 활발함을 유지함은 당연한 결정이었습니다.

 측면 수비수의 전진에 따른 후방의 부담은 아망딘 앙리(때로 엘리즈 뷔살리아)가 한 칸 아래로 내려서서 덜어주었습니다. 프랑스 대표팀에서 앙리, 가에탄 티니, 뷔살리아 등, 각자 기량이 출중한 세 명이 허리에서 싸움에 먼저 나섰지만, 조소현, 이영주, 지소연 등, 원정팀에서도 핵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여기 섰기에, 코린 디아크르 감독은 카디디아투 디아니에게도 자주 밑으로 내려와, 중원에 머리를 더해 주라고 지시했습니다. 디아니의 처지는 움직임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중앙 수비수를 끌고 나오는 효과를 내어, 절반 공간을 공략한 델핀 카스카리노와 외제니 르소메르에게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경기 초반에는 마리옹 토랑이 티네에게 도움받은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이 유독, 활발했습니다. 카스카리노가 호시탐탐 '틈'을 노려서, 상대하는 편에서는 장슬기 선수와 이금민 선수의 협력 수비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가운데서 황보람, 김도연 선수를 이리저리 끌고 다닌 디아니 덕에, 공이 결국, 반대편으로 넘어가면, 공간의 르소메르에게 절호의 기회가 (자주) 찾아오기 마련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는 다시, 웬디 르나르와 아멜 마지리, 앙리, 르소메르 등, 올랭피크 리요네에서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이 관여하는 왼쪽에서 프랑스 대표팀의 공격 비중이 커졌고, 승부의 추가 이미 한쪽(프랑스 대표팀)으로 많이 기운 경기 후반에는 뷔살리아가 완전히 앙리의 옆으로 내려서면서, 이들보다 위쪽에서 티네가 활동하는 4231 대형을 제법 오래 보이기도 했습니다.

 

ⓒ FIFA

 

 골대 바로 앞, '수문장'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대한민국 대표팀의 "최대 불안 요소", "최고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자리입니다. 애초, 윤덕여 감독에게 주전 골키퍼로 낙점받은 윤영글 선수(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여자 축구단)가 지난 4월, 무릎을 다쳐서, 안타깝게 낙마했고, 이에 호출된 '베테랑' 김정미 선수(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도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불운으로 이탈했으며, 설상가상, 강가애 선수(구미 스포츠토토 여자 축구단)마저, 허벅지의 이상으로 정상 몸 상태를 찾지 못했습니다. 소속팀에서 김정미 선수를 대체한 김민정 선수가 결국, 개막전, 장갑을 꼈지만, 이제 WK리그에 데뷔한 지 삼 년 차에 불과한 그인 만큼, 큰 경기 경험은 선배들보다 부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그에게 평소보다도 더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황보람 선수와 김도연 선수의 중앙 수비 조합도 본선 직전에야 윤덕여 감독의 구상에서 '첫째'가 된 데다, 대회를 앞두고 치른 여러 차례 평가전에 최종 방어선에서 개개인의 실수는 물론, 팀 단위 실책마저 왕왕 발생하여, 안정감 있는 주변 환경이라고 보기 힘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레 블뢰"의 막강한 화력과 정면으로 맞선 김민정 선수는 네 골을 내리 실점하기까지, 글자 그대로, 얼어버렸습니다.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긴장이 가득한 얼굴이었습니다. 실수도 없지 않았고, 특히, 전반전에만 세 번이나, 자기 뒤의 골망이 출렁이기를 허용했으므로, 중압감이 더해갔습니다. 이후 일정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나쁜 기억"을 지우고, "버티기"가 중요했는데, 다행히, 몸이 막 풀린 윤덕여 감독의 "새로운 주전 골키퍼"는 이를 곧잘 해냈습니다. 네 차례, 상대 슈팅을 방어하고, '끝내, 무너지지 않은 채'로 90분 시합을 마쳤습니다. 나이지리아 대표팀과 2차전, 노르웨이 대표팀과 3차전에도 김민정 선수는 숱한 시험대에 설 텐데, 그때마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자기 능력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첫날,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는 독한 예방 주사를 맞았습니다.

 

 

 공격권을 더 자주, 더 오래 소유하기를 목표한 프랑스 대표팀은 수비 시, 적극적으로, 높은 위치에서부터 "태극낭자들"을 압박했습니다. 442 대형(주로 가에탄 티네가 전방으로 올라서면서)을 갖춘 채로 가운데 빽빽이 늘어서서, 공이 옆줄 부근으로 나가기를 먼저 유도했고, 대한민국 대표팀의 공격이 경기장을 가로선으로 삼 등분했을 때, 둘째 들어오는 구역에 도달하면, 공과 제일 가까운 선수가 공을 가진 상대에게 바짝 달라붙고, 나머지 선수가 제일 가까운 "잠재적인 공 수신자"를 견제, 그 공 보낼 선택지를 제거했습니다. 전반 9분이 조금 안 된 시점, 원정팀은 느리게 공격을 풀다가, 그 고강도 압박에 당하고 말았습니다. 장슬기 선수가 김도연 선수에게서 공을 넘겨받는 틈에 델핀 카스카리노가 장슬기 선수와 거리를 좁혔고, 카디디아투 디아니가 김도연 선수를 향해 움직였으며, 중앙에서 공을 받아 주려 하던 이영주 선수는 아망딘 앙리가 전담해서 막았습니다. 장슬기 선수는 공이 자기 발아래 도착하자마자, 이영주 선수를 찾는데, 이미 앙리가 그를 향해 달려드는 중이었으므로, 이영주 선수에게는 그다음 길을 찾을 여유가 터무니없이 부족했습니다. 받는 과정에서 공이 튀기까지 해, 앙리의 도전을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쉽게 공을 빼앗은 앙리가 디아니와 사선으로 짧게 주고받으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좌측면을 파괴하고, 반대편으로 넘기니, 외제니 르소메르가 마무리, 대회 첫 번째 골을 기록합니다.

 이 충격적인 첫 번째 실점 이후, 개인 능력이 탁월한 지소연 선수가 자주 밑으로 내려와, 기초 공격 작업에 이영주 선수, 조소현 선수 등의 짐을 덜어주려 했는데, 그의 '창의성'이 내내 빛을 발하지 못하도록, 그를 철저히 괴롭히기가 아망딘 앙리, 가에탄 티네, 엘리즈 뷔살리아 등, 홈 팀 척추의 선수들에게 내어진 과제였습니다. 지소연 선수가 자꾸만 경기장 아래쪽, 낮은 지점에서 공을 잡고, 집중 견제 속에 경기하게 되니, 차근차근 만들어서 올라가는 원정팀의 공격 장면이 나오기가 평소보다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높이 올라온 상대 최종 수비선,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앞쪽으로 기운 상대의 수비 무게 추 등을 고려하여, 먼 공간으로 길게 공을 보내, 전방 공격수들의 민첩성을 믿어보는 편이 (물론 그마저도 그리주 음보크 바티와 웬디 르나르의 높은 벽에 대부분 차단당했지만) 공격 단위의 성공 확률을 높여주곤 했습니다. 양쪽 진영에서 몇몇 선수를 교체한 후반 32분경, 대한민국 대표팀이 지키는 지역에서 황보람 선수가 공을 잡는데, 발레리 고방이 그에게 도전하고, 앙리가 지소연 선수를, 티네가 조소현 선수를 각기 견제합니다. 왼발로 한 번 접는 동작을 통해, 고방과 거리를 확보한 황보람 선수는 음보크 바티와 르나르의 위치가 서로 바뀐 "레 블뢰"의 취약 지점을 향해, 길게 공을 차고, 르나르의 발에 아슬아슬하게 걸리지 않은 공을 침투하던 이민아 선수(INAC 고베 레오네사; 후반 24분경에 이영주 선수를 대신했습니다)가 잡아, 페널티 구역 인근에서 슈팅으로 마무리합니다. 득점과는 거리가 있었으나, 대회 개최국의 "압승"을 가리킨 점수판에도 불구하고, "태극낭자들"이 마냥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하지는 않았음을 보여 주는 장면이라 하겠습니다.

 

ⓒ 대한축구협회

 

 후반전에 윤덕여 감독이 교체 선수로 호출한 강채림 선수(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 사진 왼쪽의 대한민국 대표 선수)이민아 선수(사진 오른쪽의 대한민국 대표 선수)는 그 '빠른 전환'의 축구에 각자 부여된 역할을 해냈습니다. 후반 7분경에 강유미 선수와 교대하여, 먼저 잔디를 밟은 만 21세, "막내 태극낭자" 강채림 선수는 대한민국 대표팀 2선, 오른쪽에 포진, 상대와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 준족과 저돌적인 돌파, 날카롭게 중앙으로 공을 감아올리는 등으로 "레 블뢰" 수비진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그의 질주가 프랑스 대표팀의 왼쪽을 지킨 아멜 마지리에게 전반전보다 큰 수비 지역에서 부담을 주어, 그를 다소 지치게 했습니다. WK리그 최고의 "호화 선수단"을 구축한 소속팀에서 아직,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가 왜 어릴 때부터 또래 중 최고로 불렸는지, 그 재능을 널리 알린 한판이었습니다. 이민아 선수는 투입되자마자, 웬디 르나르에게서 공을 넘겨받는 엘리즈 뷔살리아에게 그의 등 뒤에서 빠르게, 바짝 달라붙어, 상대를 무척 당황하게 했습니다. 뷔살리아가 (방향이 마지리를 향하기는 했으나) 목적 없이 공을 방출했는데, 그 시도가 지나치게 짧고, 위험하게 흘러, 강채림 선수 발밑에 들어갔고, 공을 인계한 '겁 없는' 신예는 곧바로 사라 부아디 골키퍼를 시험(공이 골대 위로 뜨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위협적인 슈팅이었습니다)했습니다. 경기가 끝나는 호각 소리가 들리기까지 신중하게 공격에 나선 프랑스 대표팀의 이 경기, 보기 드문 '대형 실책'이었습니다. 한편, 전술한 후반 32분경, 이민아 선수의 슈팅 장면은 이날, 대한민국 대표팀이 연출해 낸 제일 위협적인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인천 현대제철 레드엔젤스의 WK리그 5연패 주역으로 활약한 뒤, 일본으로 넘어가, 반복적으로 왼쪽 허벅지 뒤 근육에 이상을 호소, 대회 직전까지도 몸 상태가 완전치 않았던 그이지만, 이민아 선수는 후반전에 경기 흐름을 바꾸는 패로서 자기 능력을 또 한 번, 증명해 보였습니다. 비록, 두 선수의 활발함이 경기 결과까지 바꾸기에는 역부족했지만, 앞으로, 나이지리아, 노르웨이와 연전이 남은 대한민국 대표팀에 의미 있는 분위기 반전을 시켜줬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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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대표팀은 그들의 잘 알려진 목표인 '첫 번째 FIFA 월드컵 우승'을 위한 첫 번째 길목에서 기분 좋은 대승으로 산뜻한 출발을 알렸습니다. 지난달, 올랭피크 리요네에 클럽 역사상 여섯 번째 UEFA 여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안긴 주역들이 그 기세를 "레 블뢰"로 훌륭히 이식한 모습이었습니다. 수비에서도 제 몫을 해낸 웬디 르나르가 두 골이나 넣었고, 외제니 르소메르가 그 "이름값"을 충분히 해냈지만, 아망딘 앙리도 경기 수훈 선수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이 활약했습니다. 먼 거리에서 슈팅으로 "축포"도 쏘았고, 꼭 그 골이 아니더라도, 뒤쪽에서 경기 조율을 아주 잘했습니다. 짝으로 나선 엘리즈 뷔살리아가 약간의 불안감도 남겼으나, 앙리가 중심을 잡는 개최국의 허리는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높은 곳'을 향하려면, 필요했던 하나입니다. 코린 디아크르 감독과 팀은 내주 수요일 밤(21시), 니스의 알리안츠 리비에라에서 노르웨이 대표팀을 상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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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발롱 도르 페미낭의 초대 수상자로 등극한 아다 헤게르베르그(올랭피크 리요네; 2018-19 시즌 UEFA 여자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 해트트릭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가 끝내, 불참(2017 UEFA 유러피언 여자 챔피언십에 노르웨이 대표팀이 조별 단계, 3전 전패로 탈락한 직후, 그는 자국 축구에서 여자 선수들을 향한 존중과 처우가 부족했다며,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대표팀 소집에 불응해 오고 있습니다)했지만, 이자벨 헤를로브슨(콜보튼 푸트볼; 볼레렝아 푸트볼에서 임대 이적), 카룰리너 그레이엄 한슨, 크리스티너 민데(이상 VfL 볼프스부르크), 귀루 라이튼(LSK 크빈네르 FK) 등이 버티는 노르웨이 대표팀은 여전히, A조에서 프랑스 대표팀 다음으로 강한 전력을 자랑합니다. 이들과 대결 결과, 내용이 조별 단계, "레 블뢰"에 매우 중요합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다음 주 수요일, 오후 세 시, 그로노블의 스타드 데 잘프에서 나이지리아 대표팀과 겨룹니다. 대회를 어렵게 출발했지만, 조별 단계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아직, 두 경기나 남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프랑스 대표팀이 A조에서 전승한다면, 그 바로 다음, 조 2위를 통한 16강 진출은 나머지, 세 팀 모두가 노릴 수 있습니다. 첫 경기를 통해, "태극낭자들"은 보완할 점과 희망의 불씨를 모두 보았습니다. 수비 지역에서 공간(특히, 측면 수비수와 중앙 수비수 사이의 절반 공간)을 더 잘 이해하고, 방어할 수 있어야 하며, 각 수비 단위의 주안점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공격 전개 시에는 넓게 펼친 가운데, 공이 너무 느리게 구르는 일이 없어야 하고, 상대 허점을 더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나이지리아 대표팀은 오늘, 아프리카 대륙 최고의 여자 축구선수로 평가받는 아시사트 오쇼알라(FC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디자이어 오파라노지(앙 나방 갱강), 프란치스카 오르데가(샹하이 셩리), 라시다트 아지바데(아발스네스 IL) 등이 활동하는 파괴력 있는 공격진을 갖추었지만, '아프리카 선수 최초'로 통산 다섯 번째 FIFA 월드컵에 참가하는 오노메 에비(허난 후이샹 FC)가 중심을 잡는 뒤쪽 수비진의 기동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윤덕여 감독과 팀이 잘 분석하고, 준비해서,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