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치오 사리의 유벤투스 FC를 잡은 올랭피크 리요네

2020. 2. 27. 22:30International

ⓒ Damien LG/ Olympique lyonnais

 

 2019-20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이하 챔피언스 리그) 16강, 올랭피크 리요네(이하 리옹)와 유벤투스 FC(이하 유벤투스)의 1차전, 리옹이 안방에서 전 유럽의 많은 축구광을 놀라게 했습니다. 전반 31분경에 터진 뤼카 투자르의 선제 결승 골에 힘입어,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1 대 0의 승리를 따낸 리옹은 이제, 이탈리아의 토리노에 세워진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펼쳐질 두 번째 판의 결과에 따라, 챔피언스 리그 8강 무대까지 넘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대회가 클럽 역사상 치르는 열여섯 번째 챔피언스 리그 본선(처음 나섰던 1999-2000 시즌 대회에는 삼차 예선 단계에 슬로베니아의 NK 마리보르에 1·2차전 합계, 0 대 3으로 져서 고배를 마셨고, 지난 2013-14 시즌 대회에는 플레이오프에 레알 소시에다드를 만나, 1·2 차전 합계, 0 대 4로 완패, UEFA 유로파 리그 본선으로 떨어졌습니다)인 프랑스의 명문은 지난 2003-04 시즌, 지금의 대회 진행 방식이 자리를 잡은 시기로부터, 여태 네 번, 준준결승 문턱을 넘은 바 있으며, 최고 성적은 주제 모리뉴 감독(현 토트넘 홋스퍼 FC 감독)의 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가 이탈리아 클럽으로는 최초로 '트레블'을 작성한 지난 2009-10 시즌 대회에 진출했던 준결승(=4강; FC 바이에른 뮌헨을 만나, 1·2차전 합계, 0 대 4로 졌습니다)입니다. 한편, 유벤투스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이번에도 임기응변에 취약하다는 그 '오래된 한계점'을 드러내며, 패배의 쓴맛을 봤습니다. 경기 전까지, 많은 전문가가 조별 단계에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와 바이어 04 레버쿠젠, FC 로코모티프 모스크바를 만나, 6전, 5승 1무의 빼어난 결과를 낸 'D조 1위' 유벤투스가 FC 제니트, SL 벤피카, RB 라이프치히를 상대로 여섯 경기, 두 번씩 이기고, 비기고, 진 'G조 2위' 리옹보다 낫다고 여겼는데, 안방에서 경기에 리옹의 현장 지도부가 잘 짜온 전략과 거기에 보기 좋게 걸려 버린 "사리볼"은 그 모든 예상/분석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https://youtu.be/Km8yMNsZmt4?si=IzlVkvlGBUKf4g1P


두 팀 감독이 공개한 선발 명단  

 

 

 시즌 중 경질된 시우비뉴 감독의 후임으로, 지난해 가을부터 리옹을 지휘하는 뤼디 가르시아 감독은 이번 시즌, 433 대형, 또는 4231 대형을 주로 활용하지만, 이번 유벤투스와 일전을 앞두고는 직전, 리그 1 26라운드, FC 메스와 경기에 중앙 수비수를 한 명 늘리고, 마르탕 테리에를 투입하여, 새로운 전형을 선보였습니다. 이어, 사실상, '본 경기'라고 할 수 있었던 비안코네리와 이 경기에는 다시 테리에를 빼고, 중앙의 미드필더 숫자를 하나 늘려, 352 대형을 완성했습니다. 안토니 로프시가 골대 앞을 지킨 리옹은 제이슨 드나예르와 마르셀루, 마르사우가 최종 수비선을 구축했습니다. 레오 뒤부아가 오른쪽, 막스웰 코르네가 왼쪽 윙백으로 포진했고, 뤼카 투자르와 브루누 기마랑이스, 우셈 아우아르가 가운데를 지켰으며, 최전방, 두 명의 공격수로는 카를 토코 에캄비와 무사 뎀벨레가 호흡을 맞췄습니다. 메스에서 선발 명단에 빠졌던 아우아르가 자기 자리를 찾았습니다.

 한편, 토리노에서 온 원정팀의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선택한 기본 전형은 경기 전의 예상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으니, "소문난 애연가 감독"은 433 대형을 바탕으로 선발 명단을 짰습니다. 곤살로 이과인과 조르조 키엘리니 등, 당장 경기에 나설 만큼, 몸 상태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붙은 선수가 많았지만, 비안코네리와 사리 감독에게는 불행 중 다행으로, 그들의 선수단 두께는 절대 얇지 않았습니다. 보이치에흐 슈쳉스니가 골키퍼 장갑을 낀 유벤투스는 다닐루와 레오나르도 보누치, 마테이스 더리흐트, 알렉스 산드루가 맨 뒤, 방어선에 늘어섰고, 로드리고 벤탕쿠르와 미랄렘 퍄니치, 아드리앙 라비오가 허리에서 싸움에 나섰으며, 후안 콰드라도와 파울로 디발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공격진을 이루었습니다. 이과인이 선발에서 제외됐지만, 콰드라도가 그를 대신할 수 있었고, 키엘리니의 회복이 더뎠지만, 보누치와 더리흐트가 대체할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 면면은 리옹에 제법 큰 격차로 앞선 유벤투스입니다.

 

 > 유벤투스의 중원 구성

 

 몇몇 선수의 경기 당일 몸 상태를 확신할 수 없다는 '변수'가 있었지만, 비안코네리에서는 전반적으로 "나올 만한 선수"가 나왔습니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이 프랑스 원정길에 내놓은 선발 명단에서 그나마 하나, 눈에 든 점은 에런 램지의 선발 제외입니다. 사리 감독이 지도하는 거의 모든 팀의 전술을 관통하는 핵심, 이른바 "사리볼"을 구현하는 데 제일 중요한 곳이 결국, 허리입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유벤투스로 자유 이적하기 전까지, 아스널 FC 유니폼을 오래 입은 램지는 최근, 이탈리아서 중용 받으며, 미랄렘 퍄니치, 아드리앙 라비오 등과 "사리볼"의 중심에 서서 공을 운반하는 "가짜 10번"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리옹에서 이날, 램지는 교체 대기석으로 밀렸고, 로드리고 벤탕쿠르가 그를 대신했습니다. 몇 해 전 여름, 유벤투스가 적잖은 기대와 함께 품었던 벤탕쿠르도 사리 감독 아래서 이번 시즌, 기세가 좋으므로, 그의 선발이 매우 놀랄 일은 물론, 아니었습니다. 단, 퍄니치가 선발에서 빠졌던 세리에 A 24라운드, 브레시아 칼초와 경기, 그리고, 바로 그다음, SPAL과 경기에는 벤탕쿠르가 "레지스타"로서 퍄니치의 공백을 메우고, 램지가 역삼각형 중원의 우측 꼭짓점을 담당함으로써, 벤탕쿠르와 램지, 두 선수의 공존이 이루어졌는데, 이날, 퍄니치가 돌아오자, 램지가 자리를 내주고, 벤탕쿠르는 전진 배치됐으니, 그런대로 흥미로운 변화였음도 사실입니다. 램지, 벤탕쿠르, 퍄니치 등, 세 선수 사이의 교통 정리와 더불어, SPAL과 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블레즈 마튀디도 라비오와 임무를 교대하면서, 직전 경기와 비교해, 유벤투스 중원의 구성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술적으로 눈여겨 볼 만했던 장면들  

 

 > 리옹이 친 유연한 그물망: 속도가 떨어진 유벤투스의 공격, 여전한 "사리볼"의 "임기응변 부족"

 

 리옹의 뤼디 가르시아 감독은 이 경기, 중원에 뤼카 투자르와 브루누 기마랑이스, 우셈 아우아르를 동시에 배치하며, 공수 양면에 공헌하는 투자르의 왕성한 활동량과 기마랑이스의 공격 조립 능력, '예측하는' 수비 행동의 정확성, 역습에 나설 때, 특히 빛나는 아우아르의 탈압박 능력과 전진 능력 등을 모두, 잔디 위에 올려놓고자 했습니다. 공격권을 상대에게 내줬을 때, 일단, 532 대형으로, 페널티 구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그물망을 치고 기다리는 전략을 택하며, 이들이 가진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게 했습니다. 당장 머릿수만으로 세 선수가 유벤투스 허리의 로드리고 벤탕쿠르, 미랄렘 퍄나치, 아드리앙 라비오를 한 명씩 묶을 수 있었고, 최후방에 밀집한 다섯의 수비수는 비안코네리 공격의 선봉에 선 후안 콰드라도, 파울로 디발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이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을 더욱 집중하여 견제할 수 있었습니다. 유벤투스의 공격수들이 경기장을 세로선으로 다섯 등분했을 때 좌우에서 둘째 들어오는 절반 공간으로 침투하려 하면, 이들은 리옹이 쳐놓은 수비 그물에 걸릴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이 좁은 지역에서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결과를 내려면, 최대 여덟의 수비수를 따돌릴 수 있는 뛰어난 '찌르기'가 필요했습니다.

 

ⓒ Harry Langer/ DeFodi

 

 하지만, 이날, 비안코네리의 공격 작업은 거의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으니, 하나의 단위가 지나치게 늘어지는 경우가 빈번했고, 그로부터 대부분 과정이 상대가 충분히 예측하고, 뒤쪽에서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전방으로 좋은 공 배급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뤼디 가르시아 감독의 팀은 최대한 웅크린 채 기다리다가, 간간이 들어오는 공격적인 시도를 집중해서 잘라내면, 그만이었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고, 파울로 디발라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동료들의 "부족한 지원"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장면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도 이러한 패착을 알긴 알았는지, 경기가 끝나고, 기자단을 만나, "우리가 왜 그렇게 느리게, 상대가 다 예측할 수 있게 경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제, 훈련할 때만 해도, 우리는 빠르게 공을 돌렸고, 빠르게 움직였는데, 오늘은 우리의 모든 행동이, 너무, 느렸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 하면, 선수들이 경기 중에 빠르게 행동하도록 할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감독으로서 박수를 받을, 좋은 논평은 절대 아닙니다. 패배의 책임을 선수단에 떠넘기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유벤투스가 공 점유에 "집착하도록" 만든 장본인, 리옹의 '그물 수비'에 막혀 버린 "사리볼"의 창시자가 사리 감독, 본인(물론, "사리볼"의 핵심은 단순히 짧게 공을 주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연결의 속도를 높이기에 있는데, 이날, 그 구현이 잘 안됐으므로, 감독이 성을 낼 법도 합니다만)입니다.

 그의 팀에서 조명받는 선수 중 하나가 "레지스타"입니다. "사리볼"이 선수들에게 많이 뛰기를 요구하고, 그를 바탕으로 강도 높게 전방에서부터 상대 진행을 방해하며, 공격권을 되찾은 뒤에는 거의 짧게 공을 주고받아(길게 공을 보내기는 지양합니다), 그 소유 시간을 늘리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그 임무를 맡는 선수가 잔디 위 분대의 '심장'이 될 수밖에 없어서 그렇습니다. 엠폴리 FC에는 미르코 발디피오리(현 SPAL 소속 미드필더)가 있었고, 나폴리와 런던(첼시 FC)에서는 조르지뉴(현 첼시 FC 소속 미드필더)가 그를 수행했으며, 오늘, 토리노에서는 미랄렘 퍄니치가 주로 활약합니다. 지난 시즌, 마우리치오 사리의 축구는 잉글랜드에서 자주 시험대에 올랐는데, 조르지뉴가 상대에게 강하게 압박당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사령탑이 고초를 당했습니다. 많은 이가 사리 감독이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을 주변의 다른 숫자를 활용해 분산하지는 못할망정, "고집"만 부린다고 힐난했습니다. "신념"과 "아집"의 차이는 종잇장 두께도 못 되는 법입니다. 프랑스에서 이날 경기 현장으로 돌아오면, 뤼디 가르시아 감독은 유벤투스가 공격에 나설 때, 그의 팀 최전방, 두 명의 선수(카를 토코 에캄비와 무사 뎀벨레가 선발 출전)에게 퍄니치를 끊임없이 괴롭혀, 그가 여유를 갖고 공을 받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비안코네리의 '심장'을 옥죈 셈입니다. 이번 시즌, 백 번 넘게 공을 만진 경기만 일곱 번 이상을 했던 퍄니치는 리옹의 '집중 견제'에 47번밖에 관여하지 못하다가, 60분 정도만 소화하고, 일찍 잔디를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이에,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종종 공을 잡고 높이 올라와서 배급을 담당하는 등, 분투했지만, 퍄니치가 묶인 경기, 끝내, 사리 감독은 적절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끊임없이 지적받은 "임기응변 부족", 곧, "사리볼"에 맞춰서 수비 전략을 짜 온 상대를 당황하게 할,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줄 과감함과 유연함의 결여가 또 한 번,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한편, 그루파마 스타디움에 던져진 프랑스 클럽의 '수비 그물'은 그 형태가 532 대형에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이 대형의 제일 두드러지는 약점은 결국, 각 측면을 홀로 지키는 윙백 앞뒤의 공간이 공략당하면, 손을 쓸 시간을 벌거나,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무척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리옹은 이날, 변칙적인, "적응성 있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유벤투스 측면 수비수들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전방 공격진이 옆줄 근처로 움직여서 공을 잡고 골대를 위협하면, 공이 옮겨져 있는 한쪽의 윙백이 페널티 구역 바깥으로 나가서 상대를 견제했습니다. 그와 제일 가까운 중앙 수비수가 조금 옆으로 이동해, 그가 비운 공간 일부를 채우며, 442 대형으로 자연스러운 전환(흥미롭게도 532 대형보다, 오히려, 442 대형을 갖추고 원정팀의 공격을 받아낸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을 꾀했습니다. 비안코네리가 그 격전지에서 공세를 강화하면, 최종 방어선 앞에 버티는 뤼카 투자르와 우셈 아우아르 등이 경비병 숫자를 늘려 주었습니다. 잔디 위, 모든 선수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며, 뤼디 가르시아 감독의 지시를 잘 수행한 결과가 무실점, "깨끗한 기록지"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위기 상황이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측면과 절반 공간에서 유벤투스 두세 선수가 빠르고 간결하게 주고받아 두들길 때, 기회를 허용하곤 했습니다. 경기 시간을 통틀어, '그나마' 날카로운 비안코네리의 공격 단위로 손에 꼽을 만했던 둘, 전반 4분경,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가운데로 공을 감아올린 장면과 후반 42분경, 오프사이드 반칙이 최종 선언됐지만, 파울로 디발라가 안토니 로프시 골키퍼 뒤의 그물을 기어이 흔든 장면 등이 대표적입니다. 측면에서 절반 공간으로, 절반 공간에서 다시 측면 공간으로 매끄럽게 연결하며, 윙백이 페널티 구역 밖으로 끌려 나온 리옹이 442 대형으로 전환할 때, 바로 그 '전환기'에 혼란을 주었습니다. 성실하기는 하나, 뤼카 투자르가 기술이 좋은 공격수와 홀로 맞설 때는 한쪽으로 균형이 쏠려, 방향을 바꾸는 작은 속임수에 벗겨지는 경우가 꽤 많고, 우셈 아우아르는 공격적인 경기에 무게 추가 더 옮겨진 선수라는 점을 기억하면, 유벤투스가 측면, 높은 곳에서 꾸준히 삼각형을 그려, 이들과 정면 대치했다면, 각 공격수의 개인 능력만으로 위협을 더 생산해 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디발라가 수시로 우측면으로 빠져, 숫자를 더했지만, 다닐루가 반대편의 알렉스 산드루보다는 덜 올라온 오른쪽에서 로드리고 벤탕쿠르, 후안 콰드라도 등과 약속된 호흡을 자주 못 보여 주었고, 왼쪽 날개 공격수로 나선 "CR7"은 디발라가 비운 가운데 공간으로 자주 움직여, 산드루에게 종종 좌측면에서 공격을 일임하곤 했습니다. 경기 막판을 제외하고는 리옹의 좌측면, 막스웰 코르네에게 수비 부담을 크게 안겨 주지 못했고, 그 반대편, 레오 뒤부아에게는 '등 뒤의 지속적인 위협'을 계속 제공하지 못해, 그가 공을 만지는 산드루를 잡으려고 멀리 달려 나오기를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유벤투스가 리옹 수비의 532 대형이 442 대형으로 전환되며, 각자 알맞은 위치를 모두 찾아서 들어가기 전에, 다시, 그 '전환기'에 상대를 시험할 또 하나의 열쇠는 "신속하게 공격 진행 방향을 바꾸며 흔들어주기"였는데, 이 역시도 이날, 비안코네리는 잘 해내지 못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세 번 정도, 길게 공을 보내, 방향을 바꾸어 주었을 뿐이고, 다닐루와 마테이스 더리흐트, 미랄렘 퍄니치 등은 그 숫자가 하나씩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보누치의 짝으로 나선 더리흐트가 중앙선 위에서 공을 잡고, 한 번에 전환해서 기회를 이어갈 만한 몇 차례 장면에도 그의 옆에 있는 '노장'에게 짧게 공을 보내기를 선택했고, 이어받은 보누치가 대신, 긴 연결을 시도하곤 했습니다. 더리흐트에서 보누치라는 중간 기착지를 거쳐, 공이 나가면, 그 전개 방향을 바꾸는 효과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느린 공격 속도, 묶여 버린 "레지스타", "적응성"을 만들어서 나온 상대 수비를 역으로 이용하지 못한 두 가지 원인: 측면과 절반 공간에서 세밀한 연계의 부재, 부족하고, 종종 늦었던 "좌우 스윙". 비안코네리가 안방에서 갖는 두 번째 판에 승부를 뒤집으려면, 이 전부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유벤투스의 442 대형, 두 줄로 수비

 

 

 유벤투스가 공 점유율을 64%나 기록했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인 흐름의 경기가 펼쳐지지는 않았습니다. 제브레가 14차례(유효 슈팅 0개), 안토니 로프시를 시험하는 동안, 리옹도 12번(유효 슈팅 2개), 슈팅할 만큼, 공 점유율이나, 성공적으로 공을 보낸 횟수 따위로 다 나타나지 않는 긴장감이 90분 내내 그루파마 스타디움에 감돌았습니다. 이 치열한 공방전의 흠이라면, 두 팀 합쳐, 골문 안을 향한 위협이 둘에 불과했다는 점뿐입니다.

 이번 시즌,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의 비안코네리는 공격권을 잃었을 때, 442 대형을 갖추고 두 줄로 늘어서서 전체적인 간격을 유지하는 데 집중합니다. 그간, "사리볼"의 전략 모음집에 '강력한 역압박'이 들어있던 점과 대비됩니다. 사리 감독이 나폴리에서 보낸 마지막 시즌, 곧, 지난 2017-18 시즌, SSC 나폴리를 상대한 팀은 90분당 21.87회, 중앙선 아래, 지키는 골대가 있는 진영에서 공을 잃었는데, 그의 토리노에서 첫해, 유벤투스와 다투는 상대의 그 숫자는 90분당 20회에 채 미치지 못합니다. 선수단 구성에 맞추어, 사리 감독은 "현실과 타협"을 택했습니다. 남부에서는 최전방에 자주 나선 드리스 메르턴스를 제외, '양쪽 날개' 호세 카예혼과 로렌초 인시녜까지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4141 대형 또는 451 대형으로 후방에 두 줄을 그었지만, 북부에서는 인시녜처럼 부지런하게 측면 수비를 돕지 않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중앙 지향적인 움직임을 가져가, 442 형태를 만듭니다. 프랑스에서 이날도 그랬습니다.

 경험이 많은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마테이스 더리흐트와 호흡을 맞추며, 맨 뒤에서 횡적인 수비선 높이 조절을 잘했고, 다닐루와 알렉스 산드루도 이에 잘 따라 주었습니다. 공격에 나서면서도 보누치와 더리흐트에 더해, 다닐루와 산드루 중 한 명(주로 다닐루)이 비대칭적으로 움직여, 뒤의 무게를 유지해 주었고, 이러한 노력 속, 유벤투스는 리옹의 역습에 단 하나의 슈팅도 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안방에서 경기에 나선 선수들이 공간을 파고드는 데 대해서는 이 수비진이 썩 대비를 잘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레오 뒤부아와 막스웰 코르네 등, 윙백이 너른 지역에서 공을 잡고, 그에 맞춰, 뤼카 투자르와 우셈 아우아르 등, 리옹의 허리를 지탱한 선수가 절반 공간, 곧, 유벤투스 측면 수비수와 중앙 수비수 사이로 침투할 때, 그에 대한 견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결국, 몇몇 장면에 비안코네리의 수비 조직이 그다지 견고하지 않다고 느끼게 했습니다.

 

리옹 척추 "삼총사"의 활약  

 

ⓒ Stéphane Guiochon/ Olympique lyonnais

 

 "사리볼"의 핵심인 중원 역삼각형을 맞아, 이날, 리옹의 척추 삼인방이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뤼카 투자르의 통산 세 번째, 챔피언스 리그에서 득점은 이 경기, 선제 결승 골이 됐습니다. 지난달, 겨울 이적 시장에 헤르타 BSC로 이적(이적료 2,500만 유로; 계약 기간은 오는 2025년 여름까지)을 확정한 그는 곧바로 리옹과 다시, 임대 계약을 체결해, 오는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에서 도전에 나섭니다. 사실, 지금 지나는 계절에 투자르가 보여주는 경기력을 의심하는 이가 제법 많습니다. 수비에서는 일대일로 경합하며, 몸의 균형이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져, 상대 속임 동작에 어이없게 제쳐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위치 선정에도 간혹, 아쉬움이 있어, 그다지 '지능적인' 수비는 하지 못하며, 발마저 느리다 보니, 중앙선 위에서부터 복귀해 들어오는 속도가 늦어서, 최후방 방어선을 상대 역습에 무방비로 노출하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게다가, 공을 발밑에 갖고는 과감하게 찌르지 못하고, 지나치게 '안전한' 길만 찾으려는 경향이 지적받습니다. 그의 능력치가 비교적 고르게 분포돼 있으나, 하나의 '특출난' 장기는 없다 보니, 때로 이러한 사방에서 공격을 피해 가지 못하는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날, 그루파마 스타디움의 투자르는 승부를 가른 "영웅"이었습니다. 그의 득점 장면을 들여다보면, 상대 수비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페널티 구역 안의 빈 곳을 발견하고 매서운 속도로 침투하여, 가볍게 밀어 넣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그의 성실함과 직접 위험 구역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 엿보입니다. 투자르는 이 경기, 세 번, 상대와 직접 부딪혀서 공을 빼앗아 냈고, 세 번, 중간에 공을 가로챘으며, 두 번, 위험한 곳에서 공을 멀리 걷어냈습니다. 고로, 잔디 위, 구석구석을 누비며, 공수 양면에서 활약, "공수 겸장"의 면모를 보였으니, 1월에 선수단 강화를 위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베를린의 노파가 그를 영입하며 기대한, 바로 그 모습입니다. 투자르의 활약에 리옹은 물론, 베를린의 축구광 집단에도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영리하게 유벤투스의 오른쪽 측면, 절반 공간을 허문 뒤, 정확한 컷백으로 뤼카 투자르의 골을 도운 우셈 아우아르는 특유의 발재간을 뽐냈습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세 명의 리옹 미드필더 중, 공격 재능만큼은 제일 높이 평가받는 이가 바로, 아우아르입니다. 공을 매우 부드럽게 다루고, 두어 번 행동 만에 상대 압박을 풀어 나올 줄 알며, 직접 공을 몰아, 위험 지역을 돌파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자기가 공을 잡지 않았을 때, 빠르게 공간을 파고들기도 합니다. 리옹에서 이따금 정지된 공을 전담하여 차기는 하지만, 발목의 힘은 조금 아쉽습니다. 투자르의 골 장면, 좁은 공간을 완벽히 부수고 들어와, 그 짧은 순간에 정확하게 동료까지 찾을 수 있는 아우아르의 매력도 조명받을 만합니다. 이날, 알제리 핏줄, 리옹 토박이인 이 미드필더는 세 차례(투자르의 골 도움과 카를 토코 에캄비의 슈팅 두 차례), 동료 선수의 슈팅으로 직결된 패스(="키 패스"; 팀 내 최다)를 집어넣었고, 세 번, 드리블 돌파에도 성공(역시 팀 내 최다)했습니다. 객관적 전력이 앞선다고 평가받은 팀을 상대로 자기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아우아르는 경기가 끝나고, UEFA에서 선정한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가 됐습니다.

 

ⓒ Olympique lyonnais

 

 경기 유일한 골을 합작한 우셈 아우아르와 뤼카 투자르에 가릴 수 있었지만, 브루누 기마랑이스의 경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투자르가 다음 시즌부터 헤르타 BSC 선수로 활약하게 되며, 리옹은 겨울에 장기적으로 그를 대신할 만한 선수로 기마랑이스를 데려왔습니다. 캄페오나투 브라질레이루 세리 A의 클루비 아틀레치쿠 파라나엔시에서 뛰던 그의 영입을 위해, 프랑스의 명문은 투자르를 베를린의 노파에 내주며 챙긴 수입의 대부분을 투입, 이적료 2,000만 유로와 선수가 추후, 다시 팀을 옮기면, 그때, 발생하는 수익의 20%를 추가로 지급한다는 조항 등을 거래에 끼워 넣어, 아스널 FC, 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 등, 유수의 이름난 클럽을 제쳤습니다. 축구화를 벗은 뒤, 리옹에서 경영인으로 변신, 운동 부서를 이끄는 주니뉴가 이 이적을 주도했는데, 기마랑이스는 자신이 프랑스로 떠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기로 한 90%는 그의 존재 때문(기마랑이스의 가족이 오래전부터 CR 바스쿠 다가마를 응원했다는 후문으로, 리옹의 '전설'이기도 한 주니뉴는 CR 바스쿠 다가마에서도 선수로 뛰며, 클럽을 브라질과 남아메리카 축구 정상에 올려놓은 바 있습니다)이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주니뉴는 기마랑이스를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유럽 무대가 처음인 기마랑이스에게도 중요한 이적이었지만, 이번 시즌, 팀의 부진한 성적으로 비판의 도마에 자주 오르내리는 책임자에게도, 대단히 중요한 영입이었음이 분명합니다.

 뤼디 가르시아 감독은 브루누 기마랑이스를 들어, "기술이 뛰어나고, 상대 수비선을 깨는 공을 넣어줄 수 있는 미드필더"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적이 확정될 당시, 브라질 23세 이하 대표 선수로서 콜롬비아에서 2020 도쿄 올림픽 예선 대회에 참가하고 있던 기마랑이스는 아직, 프랑스로 넘어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날, 제브레와 대결이 유럽 무대 입성 후 가진 그의 두 번째 경기였습니다. 주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지만, 당장, 지난 주말, FC 메스와 경기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준 선수는 "너무 빨리" 마주한 이탈리아의 거인을 상대로도 주눅 들지 않고, 왜 지난 이적 시장에 그토록 많은 클럽이 그를 원했는지, 자기 가치를 제대로 증명해 냈습니다.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68번, 공을 만지며, 가장 많이 동료에게 연결(51회)했고, 그중 최종 삼분의 일 지역에서 넣어준 횟수만 13회에 달했습니다. 활동량은 12.7㎞, 잔디를 밟은 선수 중 제일 많았고, 수비에서 뤼카 투자르, 막스웰 코르네 등과 더불어, 가장 많은 세 차례, 직접 상대와 부딪혀서 공을 빼앗아 냈으며, 중간에 공을 가로챈 횟수(4회)는 다시, 으뜸이었습니다.

 사실, 탕기 은돔벨레가 지난여름, 토트넘 홋스퍼 FC로 떠난 이래, 리옹은 최적의 중원 구성을 찾는 문제로 고민을 거듭합니다. 새로 영입한 치아구 멘지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여름에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기본금 2,500만 유로; 각종 부대 조항 250만 유로)"를 경신하며 데려온 제프 렌아델라이드는 두 달 전, 멤피스 데파이와 나란히, 십자인대를 다쳤습니다. 뤼디 가르시아 감독이 433 대형 또는 4231 대형을 자주 활용하며, 뤼카 투자르, 우셈 아우아르 등과 허리에 버틸 또 한 명이 필요했습니다. 막상스 카케레가 있다지만, 아직 어린 그에게는 부족한 면이 분명, 눈에 보입니다. "겨울 신입생" 브루누 기마랑이스의 (직전 FC 메스와 경기 포함) 두 경기 연속 맹활약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줄 최적의 열쇠입니다.


ⓒ Xavier Laine/ Getty Images

 

 안방에서 리옹이 신승한 이 경기는 유벤투스 사령탑에 마우리치오 사리가 앉고 치러진 (지금껏) 36경기 중 '두 번째' 무득점 경기로 남았습니다. "애연가 감독"의 비안코네리는 이전에, 피렌체 원정에서 ACF 피오렌티나와 득점 없이 비긴 적(세리에 A 3라운드)이 있습니다. 그로부터 이날, 그루파마 스타디움에서 다시 침묵하기까지는 꼬박 다섯 달, 165일이 지났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운 이들의 공격이 그만큼 '어떻게든' 결과를 내 왔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만큼 뤼디 가르시아 감독의 팀이 특히, 수비에서 준비를 잘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역시, 챔피언스 리그 외나무다리 시합의 특성상, 180분짜리 승부가 펼쳐지므로, 오늘, 첫판에 "깨끗한 기록지"를 남기고 승리했다고 하여, 리옹이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그 문에 조금 다가섰을 뿐, 아직, 그들의 준준결승 진출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2차전, 이탈리아 원정에는 훨씬 어려운 한판이 기다릴 가능성이 큽니다. 제브레는 원정에서 뼈아픈 패배를 경험했지만, 그렇다고 많은 골을 내주지도 않아서, 그를 만회할 기회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선수단은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필승을 다짐합니다.

 한 번 재미를 봤기 때문에, 뤼디 가르시아 감독은 둘째 판에도 상대 "레지스타(미랄렘 퍄니치가 거기 서든, 로드리고 벤탕쿠르가 거기 서든, 제3의 누가 거기 서든)"를 묶고,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과 유벤투스의 경기를 방해하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사리볼"에 대한 맞춤 대응에 임기응변하지 못하면, 그대로 '완전히' 말리는 경기가 나올 수 있음을 또 한 번, 모두가 확인했습니다. 때로는, 아니 어쩌면, 그보다 자주, "유연한 변주"가 필요한 법입니다. 챔피언스 리그 우승에 목마른 유베가 다음 대진표를 짤 때도 대회에 남아 있으려면, 남은 90분, 반전의 이야기를 써야 합니다. 사리 감독에게는 그를 위한 비책이 마련돼 있을지, 선수들이 다시 힘을 내서 불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이제, 만인의 시선은 토리노로 옮겨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