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코스트힙합의 슈퍼볼 하프타임쇼 입성

2022. 2. 13. 20:30International

ⓒ NFL

 

 열두 시간 뒤면, 전미 최고 스포츠 경기의 막이 오릅니다. 슈퍼볼 LVI, 제56회 슈퍼볼에 신시내티 벵골스와 로스앤젤레스 램스가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다툽니다. 불과 이 년 전, 전체 최하위에 그쳤던 벵골스. 약자의 직관적 인상을 아직 떨쳐내지 못했는데도, 올해는 AFC 챔피언십에서 패트릭 마홈스가 이끄는 캔자스시티 치프스까지 누르고, 창단 첫 슈퍼볼 우승을 위한 판을 완성해 만인을 놀라게 했습니다. 2020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권, 곧, 직전 시즌, 최하위에 그친 보상으로 받은 지명권으로 벵골스는 LSU 타이거즈(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의 쿼터백, 조 버로우를 지명했습니다. 버로우는 올해, 팀의 대반란을 이끌어 역대 최초로 "입단 이 년 만에 팀을 슈퍼볼에 진출시킨 전체 1순위 쿼터백"으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2021 NFL 공격팀 신인왕을 차지한 LSU 타이거즈 출신 와이드 리시버, 자말 체이스가 그와 함께하니, 이미 그 자체로 역사입니다. 젊은 션 맥베이 감독과 삼 년 전에도 슈퍼볼에 올랐던 램스는 탐 브레이디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에 7 대 26으로 크게 졌던 슈퍼볼 LIII의 기억을 지우고, 통산 두 번째 슈퍼볼 우승에 다시 도전합니다. 쿼터백은 바뀌었습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재러드 고프를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두 장, 3라운드 지명권 한 장과 묶어서 디트로이트 라이언스에 넘겼고, 상대가 지난 2009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뽑았던 매슈 스태포드를 품었습니다. 초기에는 거대한 고프의 봉급을 덜어내려고 램스가 무리했다는 평가(팀을 슈퍼볼까지 이끈 쿼터백에게 최소한의 존중도 없었다는 일각의 비판도)가 따랐지만, 슈퍼볼 진출은 그를 뒤집기에 충분한 성과입니다. 그의 시대에 역대 가장 빨리 20,000, 30,000, 40,000, 45,000 패싱 야드를 돌파한 수준급 쿼터백이지만, 스태포드는 슈퍼볼에 처음 나섭니다. 리그에서 자신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훗날, 자신을 향한 평가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 그에게도 트로피가 절실합니다. 시즌 내내 이어온 "리그 최고 수준 와이드 리시버" 쿠퍼 컵과 좋은 호흡이 한 번 더 필요합니다.

 

 

더 위켄드는 지난해, 캐나다 출신으로는 최초로, 슈퍼볼 하프타임쇼 대표 출연자로 무대를 채웠습니다. [ⓒ Kevin C. Cox/ Getty Images]

 

 슈퍼볼은 흥미로운 대결 구도와 그 뒤에 어린 선수들의 이야기만으로 판매 소구점이 충분하지만, 언제나 그 못지않게 기대를 모으는 하나가 바로, 2쿼터 종료 후, 쉬는 시간에 누가 무대에 오르는지입니다. 당대 최고의 가수가 최고의 무대에 올라서 12분 내외를 채웁니다. 스포츠에 관심이 없어도 슈퍼볼 하프타임쇼는 챙겨보는 이가 있을 정도입니다. 케이티 페리가 대표 출연자(Headliner)로 서고, 레니 크래비츠와 미시 엘리엇이 함께한 슈퍼볼 XLIX 하프타임쇼는 실제 경기 시간보다 시청률이 높았고, 2010년대, 가장 많은 이가 시청한 TV 프로그램으로 남았습니다. 이듬해, 슈퍼볼 50주년을 기념한 콜드플레이(대표 출연자)와 브루노 마스, 비욘세, 마크 론슨의 무대, 슈퍼볼 LI 레이디 가가의 단독 무대도 대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십 년은 여성 대표 출연자의 활약에 비해, 남성 대표 출연자의 부진이 눈에 띈 기간이기도 합니다. 콜드플레이는 지원 사격하려 출동했던 동료들에게 밀렸다는 목소리가 크고, 저스틴 팀버레이크(슈퍼볼 LII)도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램스가 슈퍼볼에 진출했던 삼 년 전, 마룬 5(대표 출연자)와 빅 보이, 트래비스 스콧의 무대는 역대 최악이라는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반복해서 실패를 맛본 NFL은 이스트코스트힙합의 거물, JAY-Z와 손을 잡았습니다. JAY-Z와 그의 기획사, 락 네이션이 처음 기획한 슈퍼볼 LIV 하프타임쇼는 그 고객인 샤키라와 제니퍼 로페즈를 앞세워서 뉴미디어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습니다. 라틴 팝 최고의 주자로 꼽히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래퍼, 배드 버니와 콜롬비아의 레게톤 가수, J 발빈이 영어와 스페인어로 모두 앨범을 낸 두 위대한 가수를 지원했습니다. 리그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역대 가장 많이 재생된 영상이 바로, 이 무대 영상입니다. 지난해 선보인 더 위켄드의 단독 무대도 마침내, "남성 대표 출연자 부진의 사슬"을 끊었습니다. 최초의 캐나다 국적 대표 출연자로 나선 그는 (하프타임쇼에서 그간 지적돼 온) 무대 구성 따위를 잘 해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예년보다 준비 조건이 까다로웠지만, 그쯤은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위한 연료를 충전해 주는 장치였습니다.

 JAY-Z와 락 네이션은 이제 또 한 번의 놀라움을 선물합니다. 올해 슈퍼볼 중간에는 "닥터 드레(대표 출연자)와 아이들"이 무대를 장악합니다. "스눕 도기 독" 스눕독과 에미넴, 메리 제이 블라이지, 켄드릭 라마 등이 그를 따릅니다. "웨스트코스트힙합"을 하프타임쇼에 올린 "이스트코스트힙합"입니다.

 

1987년에 결성돼, 1991년에 해체한 전설적인 웨스트코스트힙합 그룹, N.W.A. [ⓒ Corbis]

 

 

 닥터 드레는 1980년대 힙합의 상징이 된 그룹이자, 경찰의 폭력성을 다소 선정적인 가사로 비판하는 등, 거친 언어의 "갱스터 랩"으로 서부 해안을 휩쓴 N.W.A 일원으로 데뷔했습니다. 1988년, 그 유명한 <Straight Outta Compton>을 세상에 내놓으며 정점에 이르지만, 이듬해, 그룹과 그 레이블인 루슬리즈 레코즈를 이끌던 이지-E와 수익 분배 등, 계약 관련 문제로 갈등을 빚은 아이스 큐브가 탈퇴, 밖에서 N.W.A를 향해 날이 선 공격을 퍼부으며, 이 강력한 힙합 그룹의 운명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1991년, 닥터 드레마저 이지-E와 매니저, 제리 헬러에 대한 불만으로 독자 활동에 나서며, 결국, N.W.A는 해체됩니다. 아이스 큐브 탈퇴 직후에는 이지-E와 닥터 드레, MC 렌, DJ 옐라 등, 남은 구성원들과 아이스 큐브의 설전이 장을 달구었다면, 그룹이 완전히 와해한 뒤에는 이지-E와 닥터 드레의 싸움이 훨씬 뜨겁게 전개됐습니다.

 루슬리즈 레코즈를 떠난 닥터 드레는 슈그 나이트 등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힙합 레이블 중 하나로 평가받는 데스 로우 레코즈를 설립했습니다. 1992년에 발표한 <The Chronic> 앨범이 크게 성공했고, 프로듀서로도 이름을 날리며, 그는 엄청난 영향력을 자기 손에 넣었습니다. 한창 동·서부 해안 힙합 진영의 갈등이 격화하던 시기, 2Pac(투팍 샤커)이 데스 로우 레코즈의 손을 잡고 낸 그의 정규 네 번째이자, (이제는 모두가 아는) 생전 마지막 작품, <All Eyez on Me>는 거친 갱스터 랩 곡 사이에 투팍의 장기인 사회적인 고발과 서정적인 곡들을 담아, 그 주인을 "불멸"로 만들었습니다. 앨범 중 닥터 드레가 제작한 <California Love>는 특히, 오늘까지도 사랑받는, "지 펑크(G-Funk)의 클래식"으로 불립니다. 대개 90-100 BPM의 빠르지 않은 속도에 맞춘 지 펑크는 강한 베이스와 잦은 스네어 드럼(작은북)의 사용, 높은음에서 포르타멘토(하나의 모음으로 높이가 다른 여러 음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창법) 전자악기 연주 등으로 특징지어지며, 닥터 드레의 <The Chronic>과, 역시 그의 도움으로 최고의 반열에 오른 스눕독의 <Doggystyle> 등이 장르를 대표하는 앨범입니다.

 슈그 나이트와 갈등 끝에 데스 로우 레코즈와 갈라선 닥터 드레는 1996년, (오늘까지 이어지는) 애프터매스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습니다. <Dr. Dre Presents: The Aftermath>로 몸을 풀고 일 년 만에 나스와 AZ, 폭시 브라운, 네이처로 구성된 힙합 슈퍼그룹, 더 펌(The Firm)의 처음이자 마지막 앨범, <The Album>을 야심 차게 제작했지만, 막상 시장에서 거둔 성적은 기대를 밑돌았습니다. 상황을 반전한 열쇠는 디트로이트에서 백인이 힙합으로 출세를 말한다며 조롱당하던 에미넴의 영입과 <The Slim Shady LP>의 발매였습니다.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 낸 닥터 드레는 여세를 몰아, <Still D.R.E.>와 <The Next Episode> 등이 수록된 2집, <2001>을 발표, 전작인 <The Chronic>의 성공을 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메리 제이 블라이지 유일의 빌보드 핫 100 1위 곡인 <Family Affair>를 담당하기도 했으며, 에미넴의 셰이디 레코즈를 통해 뉴욕 출신인 50 센트와 계약하고, <In da Club> 등이 인기를 끈 <Get Rich or Die Tryin'>을 내서, 세기 초를 화려하게 열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는 켄드릭 라마와 <Good Kid, M.A.A.D City>, <To Pimp a Butterfly>, <DAMN.> 등, 연이은 "새로운 역사"를 썼으며, 한국계 혼혈로도 유명한 앤더슨 팩을 발탁, 2015년에 공개한 개인 3집, <Compton>의 여섯 곡에 직접 참여시키기도 했습니다. 앤더슨 팩이 브루노 마스와 결성한 R&B 슈퍼그룹, 실크 소닉(Silk Sonic)이 지난 11월에 발표한 <An Evening With Silk Sonic>이 지난 세기 소울과 펑크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평단의 호평 속, 좋은 성적을 거두는 중이며, 켄드릭 라마의 정규 5집 발매에 관한 소문도 끊이지 않습니다.

 

힙합 음악가로는 최초로, 지난 1998년, 슈퍼볼 XXXII 하프타임쇼, 무대에 오른 퀸 라티파의 모습. [ⓒ Al Pereira/ Getty Images]

 

 두말할 필요 없이, 닥터 드레는 1990년대 웨스트코스트힙합과 2000년대 힙합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합니다. 오늘, 그와 그의 손을 거친 유명 아티스트의 공연은 (지난해 더 위켄드의 얼터너티브 R&B 무대에 이어) 팝과 록으로 하프타임쇼를 장식한 그 무수한 세월을 지나, 마침내, 힙합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배'하는 시대상을 슈퍼볼, 전미 최고의 스포츠 행사에 투영합니다.

 이전에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선 힙합 아티스트가 아예 없지는 않았으나, 힙합은 언제나, 행사를 기획하는 단계에, 뒷전에 머물렀습니다. 1981년 8월, 미국에서 "MTV 시대"가 개막하고 거의 십 년이 지난 슈퍼볼 XXV(1991년; 뉴 키즈 온 더 블록)에야 현대 인기 음악가가 중간 쉬는 시간,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는데, 슈퍼볼 XXVII, 마이클 잭슨의 영원히 회자하는 공연 이후, "당대 최고의 특별 무대"로 각인된 그곳에서 랩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힙합이 동서 양 해안을 장악한 시대에도. 모타운의 40주년을 기념한 1998년, 슈퍼볼 XXXII에 퀸 라티파가 힙합 음악가로는 최초로 하프타임쇼 무대에 올라, 뉴 잭 스윙 버전으로 편곡한 마빈 게이의 인기곡, <I Heard It Through the Grapevine>을 불렀지만, 그는 젊은 세대 공략을 위해 마련된 정원을 차지할 뿐, 조명은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스모키 로빈슨, 마사 앤드 더 밴델러스(Martha and the Vendellas) 등에게 내주어야 했습니다. 그 뒤로는 세인트루이스의 넬리가 2001년과 2004년, 연달아서 공연에 참가했습니다. <E.I.>라는 인기곡과 나선 슈퍼볼 XXXV에는 그가 랩을 하는 장면이 고작 18초만 카메라에 담기는 등, 자존심 상할 수 있는 대우를 견뎌야 했지만, 그로부터 삼 년 뒤의 공연에는 그를 대표하는 <Hot in Herre>로 만회했습니다. 키드 록과 P. 디디 등이 그와 함께, 이전보다는 훨씬 많은 랩을 쏟아냈습니다. 단, 이 슈퍼볼 XXXVIII 하프타임쇼는 (그들의 랩이 아닌) 재닛 잭슨과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합동 무대 중 저스틴의 손에 재닛의 상의 일부가 뜯어진 "의상 참사"로 기억됩니다.

 이후, 한동안, NFL은 "부적절한 사고 발생"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최고의 무대"에 팝 아티스트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록스타 숫자는 제한적이었으니, 기획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결국, 리키 커시너가 공연 연출을 맡기 시작한 2011년부터, 흐름은 다시 바뀌었습니다.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가 슈퍼볼 XLV, 키시너의 "첫 번째 선택"으로 중간 쉬는 시간을 수놓았고, 이듬해에는 LMFAO와 시 로 그린(Cee Lo Green), 니키 미나즈, M.I.A. 등이 대표 출연자, 마돈나와 함께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타밀계 영국인 래퍼, M.I.A.가 카메라에 중지를 치켜 들이미는 또 하나의 대형 사고를 치며, NFL에 다양한 방면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혀 버렸습니다.

 

켄드릭 라마의 정규 4집, <DAMN.>의 커버 사진.

 

 이렇게 NFL과 힙합 아티스트 진영의 관계가 망가질 대로 망가질 동안, 대중은 점점 더 많은 힙합곡을 즐겼습니다. 사실, 오랫동안, 대중음악뿐 아니라, 그라피티, 비보잉/브레이킹 등의 형태로 대중문화의 원동력이 돼 온 힙합은 지난 2017년, R&B와 같이, 마침내,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제일 많이 소비된 음악 장르로 우뚝 섰습니다. 힙합과 R&B는 전년 대비 12.5% 정도 커진 시장에서 사분의 일에 가까운 점유율(24.5%)을 기록(차석은 시장 점유율 20.8% 수준의 록이 차지했습니다)했습니다. "제일 많이 소비된 앨범 10개"에 무려, 일곱을 올렸고, 주문형 오디오 스트리밍이 72%가량 증가했습니다. "많이 팔린 앨범" 선두는 에드 시런의 <÷ (Divide)>였지만, 켄드릭 라마의 <DAMN.>이 바로 그 뒤를 따르며, '그' 테일러 스위프트의 <reputation>을 앞질렀습니다. 세계적인 음악 축제에 힙합 아티스트가 초청되는 일은 언젠가부터 너무도 당연합니다. 대표 출연자로도 심심치 않게 무대를 채우는데, 지난달에 출연진이 공개된 제21회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일요일 대표 출연자로 카녜이 웨스트가 이름을 올렸고, 릴 베이비와 21 새비지, 라틴 팝과 레게톤 가수인 카롤 지 등도 명단에 들었습니다. 코로나19 범유행으로 개최되지 못했으나, 2020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의 금요일 대표 출연자도 켄드릭 라마로 예고된 바 있습니다.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서 전쟁을 펼치던 90년대를 지나, 카녜이 웨스트의 <808s & Heartbreak>, 키드 커디의 초기 음악 등에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최고의 전위적인 힙합 아티스트, 트래비스 스콧이나, 남부 음악을 수용한 할렘의 A$AP 라키 등, 이제는 인터넷에 익숙한, 전 세계의 소리를 들으며 성장한 음악가가 점점 더 늘어나는 시대입니다. 이전의 슈퍼볼 하프타임쇼에 들려온 힙합과 다른 점이 있다면, JAY-Z와 락 네이션은 이 새로운 시대, 지난 샤키라와 제니퍼 로페즈의 사례(슈퍼볼 LIV 마이애미)처럼, 슈퍼볼 개최 도시를 반영하는 무대로 의미를 더하고자 합니다. 슈퍼볼 LVI는 로스앤젤레스, 잉글우드의 SoFi 스타디움에서 펼쳐집니다. 램스의 안방이기도 한 이곳에서, 웨스트코스트의 심장에, 웨스트코스트힙합이 울려 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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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FL은 MLB, NBA, NHL 등과 "미국 4대 스포츠"를 이야기합니다. 그중 "오늘" 가장 인기 있는 종목임은 분명합니다. 2019년 7월, 모닝 컨설턴트의 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성인 전체의 33%가 NFL을 "제일 선호하는 리그"로 꼽았습니다. 16%의 MLB, 10%의 NBA, 5%의 NHL이 뒤를 따랐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빛은 없습니다. 18세부터 22세 구간, 곧 "Z세대"로 불리는 응답자의 19%는 NBA를 MLB(10%), NHL(7%)보다 선호한다고 말했습니다. 23%의 선택을 받은 NFL이 선두를 지켰지만, 그 격차가 절대, 크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생태계 지각 변동은 이미 가속했습니다. NFL도 자리를 지키느냐, 끝내 잡아먹히느냐의 싸움판에 있습니다. 모닝 컨설턴트의 설문 결과가 공개되기 석 달 전, 유명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는 리그 전체 구단의 평균 가치 면에서 NBA(18억 6,000만 달러)가 MLB(17억 7,600만 달러), NHL(6억 3,000만 달러)을 앞선다고 발표했습니다. NBA가 MLB를 누르기는 당시,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MLB 구단들의 평균 관중 수입은 코로나19 범유행 이전부터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후안 소토(워싱턴 내셔널스) 등, 다국적, 젊은 선수들의 어깨가 그래서, 더 무겁습니다.

 NBA의 약진 비결로 소셜 미디어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 전략도 들 만합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트위터 등, 주요 소셜 미디어의 팔로워/구독자 숫자 모두, ("미국 4대 스포츠" 중) NBA가 1위를 달리며, 그 격차는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팔로워(6,400만 명가량)와 유튜브 구독자(1,790만 명가량) 수는 2위인 NFL(각 2,320만 명, 883만 명가량)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으며, 트위터 팔로워 숫자(3,618만 명가량)도 2,876만 명가량의 NFL을 크게 앞섭니다. '3위' MLB의 숫자(인스타그램 팔로워 820만 명가량, 유튜브 구독자 345만 명가량, 트위터 팔로워 950만 명가량)는 NBA는커녕, NFL 앞에서조차 초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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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세대는 그 어떤 세대보다 소셜 미디어 사용에 능숙합니다. 디지털 네이티브, 곧, 대다수가 디지털 원어민으로서,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이동식 장비로 둘러싸인 환경을 태어나면서부터, 어려서부터 겪었습니다. NBA가 Z세대에 많은 지지를 얻음은 결국, 그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한 확장 전략이 적중했다는 방증입니다. 지난 2016년, 에런 고든(현 덴버 너기츠 소속 파워 포워드)과 잭 라빈(현 시카고 불스 소속 슈팅 가드)의 "소문난" 덩크 콘테스트, 과거, 마이클 조던과 찰스 바클리, 샤킬 오닐, 빈스 카터 등의 멋진 덩크슛에 초점을 맞출 수 있고, 카이리 어빙(브루클린 네츠)의 화려한 드리블, 마일스 터너(인디애나 페이서스)와 뤼디 고베르(유타 재즈)의 강력한 블록을 조명할 수도 있습니다. 전부, 상대적으로 작은 코트에서, 빠른 전환 속에 경기한다는 종목 특성의 덕을 봅니다.

 반대로, 바로 그러한 점에서 NFL은 NBA보다 불리할 수 있습니다. 선수들은 플레이북(Play Book)의 방대한 전술, 동선을 머리에 넣어서 빠르게, 다음 동작을 따라야 하지만, 미식축구 경기장은 농구 코트보다 크고, 한 번의 터치다운을 만들기까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외곽슛이 꽂히기보다 오래 걸립니다. 빠르게 소비하고, 빠르게 옮겨가는 젊은 세대의 특성을 따르자니, 경기 내용을 온전히 전달하기 힘들고, 그 감동을 모두 살리자니, 주어진 30초에서 일 분이 너무도 짧습니다. 가령, 여러 차례, 네 번째 다운 "Go for it"을 시도하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라스베이거스 레이더스와 로스앤젤레스 차저스의 지난 18주 차 경기를 30초 안에 모두 옮기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대신, NFL에는 NBA, MLB, NHL이 갖지 못한 "전미가 주목하는 12분"이 있습니다. 최고 대중음악 가수들의 무대는 뉴미디어에 남습니다. 유튜브에 전체 영상이 공개되고, 짧은 클립이 소비됩니다. 그 화제성을 잃지 않으려면, 혹은 그 화제성을 더 뜨거운 무언가로 만들려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내용물을 제공해야 합니다. 닥터 드레와 그의 "아이들"은 전 세계, 가장 뜨거운 음악으로 젊은 세대를 모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처음으로 마련된, 오직 힙합만을 위한 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합니다. 웨스트코스트힙합의 슈퍼볼 하프타임쇼 입성은 앞으로 NFL의 행사 기획 따위에 대단히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 Ezra Shaw/ Getty Images

 

 닥터 드레와 스눕독, 에미넴, 메리 제이 블라이지, 켄드릭 라마가 무대를 채우면서, NFL과 JAY-Z, 락 네이션이 손을 잡은 이래, 삼 년 연속으로 유색 인종 아티스트가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맡습니다. JAY-Z와 락 네이션 이전의 15년, 곧, 재닛 잭슨과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역대 최악의 사건" 이후, 쇼의 주요 출연자로 나선 유색 인종 아티스트는 넷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NBA의 또 다른 성장 요인이자, NFL이 수없이 비판을 받아온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NBA는 데이비드 스턴(1942-2020), 전 커미셔너의 지휘로, 글로벌 경기 송출 등, 해외로 저변을 확대했습니다. 이후, 야니스 안테토쿰포(밀워키 벅스)나, 루카 돈치치(댈러스 매버릭스) 등, 유럽에서 활약한 뛰어난 선수들을 끌어안으며, "경직되지 않음"을 보였습니다. 닥 리버스(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드웨인 케이시(디트로이트 피스톤즈), 자말 모슬리(올랜도 매직), 촌시 빌럽스(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 몬티 윌리엄스(피닉스 선스) 등, 흑인 감독도 많이 활동합니다. 젊은 세대는 민족과 인종 다양성의 증가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제일 크게 목소리를 냅니다. NBA는 그렇게, 미국 내 젊은 지지층을 확보하고, 해외 지지층을 끌어왔습니다.

 반면, NFL은 못해도 2016년 8월부터, 꾸준히, 경기장 안팎에서 다양성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그 책임의 질문을 마주해 왔습니다. 리그에서 활약하는 전체 선수의 70% 이상이 흑인이지만, 흑인 감독은 이번 시즌, 둘뿐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지난달에 브라이언 플로레스 감독이 마이애미 돌핀스에서 해고됐고, 플로레스 전 감독은 이달 들어, 고용 과정에서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해 자행된 인종적인 차별을 폭로하고, 리그를 고소했습니다. 또, NFL에는 여태 흑인 구단주가 없습니다.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행위와 인종 차별, 불평등에 항거한다며 경기 시작 전, 국가 연주 중에 무릎을 꿇어 "Taking the knee" 운동을 시작한 콜린 캐퍼닉(그가 처음으로 무릎을 꿇은 때가 바로, 2016년 8월입니다)은 옵트아웃 이후, 그 어떤 구단으로부터도 계약 제의를 못 받았습니다. 그가 선발에서 제외된 일은 신임 마이크 섀나핸 감독의 스킴에 어울리지 않아서라고 해도, 그가 두세 번째 쿼터백으로조차 부름을 받지 못한 데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고 많은 이가 의심합니다. 은퇴한 선수들이 인지능력 시험을 통해, 그간, 경력을 쌓으며 발생한 뇌진탕에 대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리그 사무국이 흑인 선수들의 인지능력 점수 기준을 백인 선수들보다 낮게 설정해 버린 일도 있습니다. 제일 민감한 사안, 인종적인 차별에 있어, NFL은 매우 큰, 중요한 점수를 잃어 왔습니다. 플로레스 전 감독의 폭로에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는 한숨 섞인 반응이 나온 이유입니다.

 

ⓒ Kevin Mazur/ Getty Images for Roc Nation

 

 NFL은 변화를 천명했고, 2017년에 슈퍼볼 하프타임쇼 출연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JAY-Z와 손을 잡았습니다. 한때, 다른 가수들에게도 자신처럼, NFL의 제안을 거절하라고 타일렀던 JAY-Z는 무릎을 꿇던 시기를 지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며, 그들의 협업이 "전국적으로 큰 변화의 시작점"이 되리라고 자신, 미국 전역의 공동체를 강화하고 연결하겠다고 말합니다. 슈퍼볼 하프타임쇼, NFL의 그 상징적인 무대에 유색 인종 아티스트가 연속해서 오르는 일이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힙합을 아직도 주류 음악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들에게, 한때 대중음악에서, 일부 계층에서 금기시되기도 했던 N.W.A 출신, 닥터 드레와 그를 따라서 덩치를 키운 다음 세대의 무대를 선보이는 과감함도 보입니다.

 이제는 그 무대를 기획하고, 조명 뒤에서 아티스트를 빛나게 해주는 일에도 유색 인종 제작자 여럿이 참여합니다. 락 네이션의 CEO인 데저레이 페레스는 JAY-Z와 함께, 그들이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덜 NFL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미시간대학교 스포츠 경영학 교수이자, 스포츠 인종, 민족성 센터의 관리자인 케트라 암스트롱 박사는 NFL이 분명,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더 의미 있는 행사로 만들고 있다고 평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N.W.A부터 "닥터 드레와 아이들"이 지켜온 힙합의 본질적인 무언가를 그 오락적인 성격이 잠식하지는 않을까 우려도 내놓습니다. 리그의 지난 과오를 모두 덮고, 그저 새로운 지지층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 일종의 윈도 드레싱(Window dressing)에 전설적인 흑인 음악가, 힙합 음악가들이 이용되지는 않는지 묻습니다.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행위와 인종 차별, 불평등. 닥터 드레와 스눕독, 에미넴, 메리 제이 블라이지, 켄드릭 라마 등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을 때, 그들 재능을 길러낸 공동체의 가치와 그들의 목소리가 똑같이 주목받기를 바랍니다. 웨스트코스트힙합의 슈퍼볼 하프타임쇼 입성, 그 감동과 이후의 변화가 "로스앤젤레스 SoFi 스타디움 50야드 라인 위 무대에, 12분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 넓은 곳으로, 그보다 오래 뻗어 나가야 합니다. 곧, 공연이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