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들의 새로운 수문장' 닉 포프

2022. 6. 25. 07:00International

ⓒ AFP

 

 대망의 2021-22 시즌 프리미어 리그 최종 라운드.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시티 FC가 후반 30분을 넘어, 오 분간 세 골을 터뜨리며 뒤집기에 성공, '마지막 날의 역전'을 꿈꾼 리버풀 FC를 밀어내고, 역대 여섯 번째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확정하는 동안, 순위표 반대편 두 팀의 희비도 엇갈렸습니다. 37라운드까지 승점 35점으로 팽팽히 맞섰으나, 골 득실에 따라 각각 프리미어 리그 17위, 18위에 오른 번리 FC와 리즈 유나이티드 FC가 '잔류 마지노선'인 17위를 놓고 싸웠습니다. 번리 FC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를 안방으로 불러들였고, 리즈 유나이티드 FC는 브렌트퍼드 원정길에 올랐습니다. 같은 시각에 시작한, 서로 다른 두 경기. 경기 시간 70분까지, 칼럼 윌슨에게 두 골을 먼저 허용한 번리 FC는 (막스웰 코르네의 만회하는 골에도) 1 대 2로 끌려갔고, '에이스' 하피냐가 페널티킥 득점에 성공한 리즈 유나이티드 FC는 1 대 0으로 승기를 잡았습니다. 이대로라면, 번리 FC는 최종전에 승점 획득에 실패하고, 리즈 유나이티드 FC는 석 점을 더해, 프리미어 리그 17위의 주인이 바뀌는 상황. 급해진 번리 FC가 터프 무어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를 거세게 밀어붙였고, 마침 후반 33분경, 브렌트퍼드에서 세르히 카노스(브렌트퍼드 FC 소속 공격수)의 동점 골 소식이 들려와, 작은 희망이 생겼습니다. 번리 FC와 리즈 유나이티드 FC, 두 팀이 모두 비긴다면, 결국, 17위의 주인이 바뀌지 않으므로, 번리 FC가 잉글랜드 축구 최고 무대에 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이크 잭슨 대행이 지휘한 팀은 터프 무어에서 끝내 동점을 만들지 못했고, 설상가상, 브렌트퍼드에서는 '동점 골의 주인공' 카노스가 승부의 추를 맞춘 지 이 분 만에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으며, 후반 추가 시간 4분경, 잭 해리슨이 리즈 유나이티드 FC의 잔류에 쐐기를 박는, 그 경기 결승 골을 넣어 버렸습니다. 시즌 종료. 번리 FC는 프리미어 리그 18위로 최종 강등됐고, 리즈 유나이티드 FC는 17위 탈환에 성공, 극적으로 잔류했습니다.

 

ⓒ Newcastle United FC

 

 매년 보는 풍경이 '강등된' 번리 FC를 기다렸습니다. 션 다이치 전 감독과 지난 여섯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개성 강한 축구'를 한 선수가 대거 이동합니다. 올여름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재계약을 거절해, '어차피' 자유 신분을 획득하는 제임스 타코우스키를 제외하고도, 드와이트 맥닐과 막스웰 코르네, 겨울에 영입한 바웃 베흐호르스트 등이 다양한 클럽의 관심을 받습니다. 다가오는 시즌에 EFL 챔피언십으로 떨어지면서, 미국의 자산 운용사인 ALK 캐피탈에 재작년 12월, 차입 매수되며 발생한 6,500만 파운드 부채의 상당량 상환 시기가 앞당겨져 버린 번리 FC는 그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라도, '적절한 제안'이 들어왔을 때, 그들의 핵심 선수를 지키기 매우 어려운 처지입니다. 지난 2017-18 시즌, 어깨를 다쳐 이탈한 톰 히튼(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소속 골키퍼)을 잊게 만든 활약으로 터프 무어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등극한 닉 포프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뉴캐슬 유나이티드 FC가 포프에게 접근했고, 결국, 선수는 기본 1,000만 파운드 수준의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뉴캐슬어폰타인으로 옮겼습니다. 지난 시즌 최종 라운드에 클럽의 희망을 앗아가 버린 상대에 주전 골키퍼를 내주어야 하는 번리 FC로서는 운명이 야속할 따름입니다. 선수의 미래는 오는 2026년 여름까지 보장됐고, 계약서에는 일 년 연장에 관한 조항도 삽입됐다고 전해집니다. 포프는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최근, 입지가 조금 불안했습니다. 조던 픽퍼드(에버턴 FC)라는 확실한 주전 골키퍼가 버티는 가운데, 아스널 FC 소속의 에런 램즈데일이 치고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픽퍼드의 뒤를 받치는 '잉글랜드 두 번째 골키퍼'로서 자리를 되찾기를 원하는 포프에게 프리미어 리그에서 정기적인 경기 출전은 필수입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FC의 골대 앞에는 이미 마르틴 두브라우카가 있지만,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개막이 코앞인 오늘, 포프와 계약 과정에 만일 그가 지난 시즌 후반기, 터프 무어에서 보여 준 인상적인 활약을 세인트 제임스 파크로 그대로 옮겨올 수만 있다면, 자리를 보장해 주기에 관한 대화가 오갔으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시즌까지, 객관적으로 골키퍼가 뉴캐슬 유나이티드 FC의 선수단 보강 작업에서 '가장 급한 위치'는 아니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팀에는 이미 마르틴 두브라우카라는 수준 높은 선수가 있어서, 겨울 이적 후 기대에 미치지 못한 크리스 우드, 다쳐서 지난 시즌의 50%를 날렸고, 어느덧 삼십 줄에 접어들어 체력적인 관리도 필요한 칼럼 윌슨을 보조할 공격수(스타드 드랭스 소속의 위고 에키티케와 꾸준히 연결), 또는 (역시 지난겨울에 영입한) 댄 번과 짝을 이룰 중앙 수비수(릴 OSC의 스벤 보트만 유력)의 영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서른셋의 두브라우카는 지난 다섯 시즌, 잉글랜드 축구 최고 무대에서 127경기를 뛰며 훌륭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맞은 슈팅의 난도를 고려할 때, 두브라우카의 '실점을 막는 능력'은 닉 포프에게 밀리지 않으며, 오히려 지난 시즌에는 그보다 조금 앞서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댄 애시워스 스포르팅 디렉터가 부임하고 올여름, '똑똑한 움직임'을 강조하는 클럽이 두브라우카의 나이나 자주 다친 역사,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두브라우카의 뒤를 받치는 선수들의 기량을 고려할 때, 두브라우카와 당장 견줘도 꿇리지 않는 실력의 선수를 '크지 않은 비용'에 들일 기회를 외면할 이유는 없습니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상대를 누르기를 원하는 에디 하우 감독에게 이제는 그보다 젊고 활동적이며, 기동력 있는 최후방의 선수가 필요(그 때문에 하우 감독이 두브라우카를 온전히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전술적인 관점에서, 측면에서 날아드는 공에 직접 대응하고, 상대가 빠르게 역습을 밀고 올 때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나가 적극적으로 수비하는, '예측하는 키퍼' 집단에 속하는 포프는 페널티 박스 안에서 존재감이 훨씬 빛나는, '고전적인 키퍼' 두브라우카보다 하우 감독의 팀에 어울리는 면이 있습니다. 포프는 리버풀 FC의 알리송 베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지난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동한 각 팀 주전 골키퍼 중 90분당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수비 행동의 횟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두브라우카가 이 비교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다비드 데헤아('라인 키퍼'), 첼시 FC의 에두아르 멘디('고전적인 키퍼')와 함께 정반대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포프와 두브라우카의 경기할 때 차이는 매우 큽니다. 골키퍼로서 골대를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에서도 포프가 대단히 수준이 높은 선수이며, 당장 수치적인 선방률(73.6%)은 두브라우카(67.9%)보다도 앞서므로, 단순 경쟁을 넘어, 다가오는 시즌에 포프가 두브라우카를 완전히 밀어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 경우,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는 포프라는 주전 수문장에, 두브라우카라는 믿을 만한 두 번째 선수까지 거느리게 됩니다.

 

ⓒ Alex Livesey/ Getty Images

 

 클럽이 닉 포프와 가까워진 지난 몇 주, 선수와 계약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의심하는 대부분의 목소리는 그의 부족한 공 다루는 기술에 집중했습니다. 당장 마르틴 두브라우카조차 아주 공을 잘 차는 골키퍼가 아닌데, "유럽 최정상 무대에서 가장 공 못 차는 골키퍼 중 하나"로 각인된 포프가 어느덧 그의 '안전지대'로 자리한 터프 무어를 벗어나, 과연 얼마나 뒤쪽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새로운 골키퍼, 에디 하우 감독의 철학에 조금 더 걸맞은 선수와 계약하기 위해,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는 분명 그간, 각 후보의 공 다루는 능력을 고려했습니다. 파리 상제르망 FC에 적을 둔 채 몇 해째 이곳저곳으로 임대 이적하는 알퐁스 아레올라(지난 시즌에는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FC에서 활약했습니다)나, 첼시 FC에서 에두아르 멘디의 뒤를 받치는 케파 아리사발라가 등이 소문에 오르내렸습니다. 포프는 결국, 그 제일 큰 약점(부족한 공 다루는 기술) 때문에, 까치들의 '이상형'과는 썩 어울리지 않는 선수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최후에 클럽은 공 다루는 '작은 능력'보다 선수의 '종합적인 능력'을 우선시하기로 했습니다. 23년 만에 잉글랜드 축구 최고 무대에 복귀한 노팅엄 포레스트 FC로 임대 이적을 눈앞에 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두 번째 골키퍼, 딘 헨더슨과 FC 포르투의 디오구 코스타 영입전에서 발을 뺀 뒤로, 그와 번리에서 사 년 반을 함께했으며, 뉴캐슬어폰타인에서 다시 만나는 공격수, 크리스 우드가 "제가 같이 뛰어 본 최고의 골키퍼입니다. 슈팅을 막는 능력은 최고입니다."라고 보증하는 포프가 하우 감독의 첫 번째 선택이 됐습니다. 포프는 투표에 의해 육 년 새 두 번, 번리 FC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으며, 지난 2019-20 시즌에는 그해 PFA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팀에도 이름을 올린, 인정받는 골키퍼입니다. 골키퍼를 단순히 '슈팅 막는 선수'가 아닌, 지켜야 하는 골대와 가까운 지역에서 상대에 압박받을 때 그를 분산하고, 팀 공격 작업에 직접 '참여'하여 도움을 주는 선수로 받아들이는 현대 축구에서, 하위권에 처지는 포프의 패스 성공률은 (그를 지적당할 때) 변명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형평성을 위해서라면, 지난 몇 년간 그가 뛰어온 환경도 일정 수준 고려해 주어야 합니다.

 

ⓒ Newcastle United FC

 

 션 다이치 전 감독이 지휘한 번리 FC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수직적인 축구', '선 굵은 전개' 따위로 묘사되는, "가장 고전적인 축구"를 하는 팀으로 불렸습니다. 비록 지난 4월 중순, "번리의 알렉스 퍼거슨"은 경질됐지만, 마이크 잭슨 대행 체제에서도 그 오랫동안 이어온 전술 색채를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껏 터프 무어의 '수호신'으로 활약한 닉 포프는 팀이 뒤쪽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할 때, 짧게 짧게, 상대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큰 공을 보내는 대신, 전방으로 길게 공을 차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지난 시즌, 골킥을 제외하고 포프의 평균 패스 거리는 52.8야드로, CA 오사수나의 세르히오 에레라, 에버턴 FC의 조던 픽퍼드(이상 공동 1위; 53야드)에 이어, 유럽 최상위 다섯 개 무대에서 세 번째로 길었습니다. 40야드 이상을 날아간 골킥의 비율, 골킥을 제외한 패스의 비율도 각 93%와 73.4%로, 이 둘은 아예 프리미어 리그, 라리가, 세리에 A, 분데스리가, 리그 1에서 활약한 전체 골키퍼 중 가장 컸습니다. 클럽에서 포프를 지도해 본 경험이 있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포프의 '매우 낮은' 패스 성공률이 이와 같은 팀 전술 환경에 기인할 뿐, 그의 공 다루는 기술, 공을 보내는 능력은 필요 이상으로 평가절하했다고 말합니다. 에디 하우 감독이 여름 준비 기간에 포프에게 '새로운 경기 접근법'을 천천히 소개한다면, 다음 시즌에는 그의 수치들이 나아지리라고 입을 모읍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는 번리 FC보다 수직적인 전개에 덜 의존하고, 하루아침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팀과 같은 축구를 하지도 않습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를 상대했던 지난 시즌 최종전, 번리 FC의 포프는 90분 동안 그의 앞에 늘어선 네 명의 수비수에게 다 합쳐서 고작 다섯 번(찰리 테일러 한 번; 제임스 타코우스키 세 번; 네이선 콜린스 한 번), 공을 보냈습니다. 그가 그날 연결한 전체 패스(13개)의 38.5%에 불과한 숫자입니다. 반면, 원정팀의 골대를 지킨 마르틴 두브라우카는 전체 19개 패스 중 아홉 개(47.4%)를 키어런 트리피어(한 번)와 자말 라셀스, 댄 번(이상 각 네 번)에게 나누어 보냈습니다. 포프가 에데르송(맨체스터 시티 FC)이나 마누엘 노이어(FC 바이에른 뮌헨)처럼 발을 잘 쓰는 선수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뛸 때처럼, 그는 환경의 변화, 감독이 원하는 경기 모습의 변화에 따를 줄 아는 선수이고, 하우 감독도 그 점을 잘 압니다. 번리 FC에서 그가 팀이 공격할 때 맨 뒤에 홀로 남은, '외딴섬'에 가까웠다면,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로 옮긴 뒤에는 그보다 활발히, 팀 공격 작업에 참여해야 합니다. 대신, 감독의 경기 접근법이 달라진다면, 선수가 남기는 각종 기록(패스 성공률 등)도 달라져야 하며, 달라질 수 있습니다. 포프의 옛 은사들의 말과 기대처럼, 그가 다가오는 시즌, 뉴캐슬 유나이티드 FC를 둘러싼 축구광들의 제일 큰 사랑을 받는 선수 중 하나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