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탈락" 우루과이 대표팀에 안긴 숙제

2022. 12. 4. 08:00International

ⓒ Raúl Arboleda/ AFP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그 조별 단계 경기가 모두 막을 내렸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단판으로 펼치는 진검승부 끝 가지에 16개 팀이 오른 가운데, H조 예선은 포르투갈 대표팀과 대한민국 대표팀이 각 1·2위로 통과했습니다. 포르투갈 대표팀은 G조 2위를 차지한 스위스 대표팀과 오는 6일,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조별 단계 탈락)이 아르헨티나 대표팀(C조 1위)을 꺾었던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겨루고, 그 포르투갈 대표팀과 최종전 후반 추가 시간, 황희찬 선수(울버햄프턴 원더러스 FC)의 극적인 골로 역전승, 브라질 대표팀(G조 1위)을 만난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는 5일, 컨테이너를 올려, 임시 경기장으로 만들었다는 스타디움 974에서 경기합니다. 대회 첫 경기에 일본 대표팀(E조 1위)에 패한 독일 대표팀, 두 번째 경기, 모로코 대표팀(F조 1위)에 패한 벨기에 대표팀 등이 44년 만에 이르게 짐을 싼 멕시코 대표팀(C조에서 탈락)과 같이 카타르를 떠나는 가운데, H조에서 대한민국 대표팀과 끝까지 '경우의 수'를 두고 다퉜던 우루과이 대표팀도 이번 대회, 빠르게 퇴장하고 말았습니다. 세 경기에서 각 1승 1무 1패, 골 득실 0으로 맞선 뒤, 다득점(대한민국 대표팀이 네 골; 우루과이 대표팀이 두 골)에 밀려 탈락한 우루과이 대표팀으로서는 지난 2차전, 포르투갈과 경기,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의 핸드볼 반칙 선언, 그로부터 온 페널티킥 실점 하나가 못내 아쉬움으로 남을 만합니다. 다만, 같이 묶인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번 대회 조별 예선, 상대 수비 행위당 패스 횟수 전체 8위(16.7개; 18.76개의 포르투갈에 이어 H조 둘째), 공격 지역 최종 삼분의 일 지점으로 패스 투입 10위(90분당 52.82회), 그 성공률 15위(69.3%), 페널티 구역 안에서 공을 만진 횟수는 전체 7위(90분당 16.52회; H조 선두)에 오를 만큼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고, '초호화 선수단'으로 무장한 포르투갈 대표팀도 저력이 있었으며, 조 최하위로 탈락한 가나 대표팀조차 대회 전의 기대 혹은 우려보다 괜찮은 에너지를 보인 터라, 우루과이 대표 선수들이 아쉬울지언정 부끄러워할 이유는 전혀 없는 대회 마무리입니다.

 

ⓒ Selección de Fútbol de Uruguay

 

 거의 16년간 사령탑에 앉았던 오스카르 타바레스 전 감독의 시대가 저물고, 디에고 알론소 감독이 그 뒤를 이어받아, 이번 대회, 우루과이 대표팀을 지휘했습니다.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가 개막한 지난달, 타바레스 전 감독이 쓸쓸히 퇴장한 지 꼭 일 년이 됐지만, 우루과이 축구의 부흥기를 이끈 "마에스트로"가 넘기고 간 교편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한 감독이 그토록 오랫동안 국가대표팀을 이끌다가 물러난 뒤라면,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고 할지라도 최고 대회에 나서는 선수단 면면은 결국, 그 일 년 전의 명단에서 크게 달라지기 어렵습니다. 알론소 감독이 이번 대회, 선택한 선수 대부분도 타바레스 전 감독과 직접 손발을 맞췄거나, 그가 감독하던 시기, 청소년 대표팀을 거쳤습니다. 말하자면, "타바레스 시대"의 유산이 오늘도 함께합니다. 카타르에서 잔디를 밟은 세르히오 로체트(클루브 나시오날 데 풋볼), 마르틴 카세레스(로스앤젤레스 갤럭시),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 마티아스 올리베라(SSC 나폴리), 로드리고 벤탕쿠르(토트넘 홋스퍼 FC),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CF), 마티아스 베시노(SS 라치오), 루이스 수아레스(클루브 나시오날 데 풋볼), 다르윈 누녜스(리버풀 FC), 에딘손 카바니(발렌시아 CF), 마티아스 비냐(AS 로마), 니콜라스 데라크루스(CA 리베르 플레이트), 기예르모 바렐라(CR 플라멩구; FC 디나모 모스크바와 계약 중단 후 이적), 세바스티안 코아테스(스포르팅 CP), 히오르히안 데아라스카에타(CR 플라멩구), 막시 고메스(트라브존스포르) 등 열여섯 명이 타바레스 전 감독의 지도로 데뷔했습니다.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페르난도 무슬레라 골키퍼(갈라타사라이 SK)를 비롯해, 로날드 아라우호(FC 바르셀로나), 루카스 토레이라(갈라타사라이 SK), 마누엘 우가르테(스포르팅 CP), 파쿤도 토레스(올랜도 시티 SC) 등도 전임 감독과 함께했습니다. 아구스틴 카노비오(아틀레치쿠 파라나엔시)는 알론소 감독이 처음 경기에 내보냈지만, 타바레스 전 감독이 자리를 지키던 때, 청소년 대표 선수로 활약했습니다. 이번 명단에 '깜짝' 발탁됐으나, 아직 실제로 경기에 나서보지는 못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클루브 나시오날 데 풋볼)도 마찬가집니다. 디에고 고딘(클루브 아틀레티코 벨레스 사르스필드)은 타바레스 전 감독이 부임하기도 전인 지난 2005년, 호르헤 포사티 전 감독(현 다누비오 FC 감독) 밑에서 열아홉에 첫선을 보였습니다. 타바레스 전 감독과 큰 접점이 없는 선수는 결국, 올 초, 알론소 감독이 불러들인 파쿤도 펠리스트리(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와 올여름, 데뷔한 '늦깎이 국가대표' 세바스티안 소사 골키퍼(클루브 아틀레티코 인데펜디엔테), 둘 정도뿐입니다.

 

ⓒ Rodrigo Arangua/ AFP

 

 오스카르 타바레스 전 감독과 디에고 알론소 현 감독이 선택한 선수는 모두 대회에 나설 능력이나 적합성을 갖췄다고 평가받을 뿐 아니라, "타바레스 시대" 이전에 부재했던 체계화한 개발 과정을 거쳤습니다. 우루과이에서 클럽 유소년 아카데미의 전 과정을 마쳤든, 어릴 때 유럽으로 날아가서 그를 마무리했든, 대표팀에서 어리고 재능 있는 선수가 그 유니폼의 의미를 알고 몬테비데오, 카라스코 국제 공항에 발을 내리도록 했습니다. 지난 2006년, 갓 지휘봉을 잡은 타바레스 전 감독은 "우루과이 대표팀은 연결성이 없었습니다. 조직 및 전략 수립에 연속성이 없었으며, 주로 FIFA 월드컵과 관련된 주요 목표에만 집착했습니다. 청소년 대표팀의 어린 재능이 그를 꽃피울 수 있도록 하는 그들과 협동이나 결과적인 연결성이 없었습니다. 이러한 기대주의 자연스러운 전환, 청소년 대표팀에서 성인 대표팀으로 승격이 특정 시기에만 폭발적으로 일어나며, 그러한 과정의 역사적인 비 연속성이 두드러졌습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직전 이삼십 년 동안 가속한 사회 변화로 인해, 삼사십 년 전과 같이 "축구선수 길러내기"가 어떠한 체계 없이,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그 보폭을 맞춰서 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세 번의 FIFA 월드컵을 거치며 쌓은 시간, 경험과 그를 지탱한, 발굴된 '유소년' 세대의 기상. "마에스트로"는 "선수 선발에 있어, 경험을 쌓은 선수뿐 아니라, 그보다 어린 선수의 발탁이 필수적입니다. 우리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우리는 큰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거의 기적적으로, 꾸준히 등장하는 축구선수를 올바로 지도해야 합니다. 그를 가르쳐서, 더 큰 무언가를 요구하는 때에 이르러 그가 이미 최고의 팀에서 뛸 준비가 됐음을 보기 원합니다. 이 길을 계속 걸어야 하고, 일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지원, 지지하는 축구를 둘러싼 일종의 합의가 필요합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습니다. 그는 그렇게, 그의 팀에 뽑히는 선수들에게 "엘리트가 되기 위한 길"을 제공했습니다. 타바레스 전 감독의 우루과이 대표팀에는 아주 어린 시기, 곧 15살이 될 즈음부터 출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대회에 부딪혀 본 "엘리트"가 속속 합류했습니다. 우루과이에서 "거대한 선순환"이라고 일컫는 이 과정은 '어린 선수 관찰 및 청소년 대표팀에서 준비기', '주 대표팀으로 편입', '친화적인 준비 과정을 통한, 매끄러운 선발 선수로 성장' 단계를 포함합니다. 데뷔 이래 곧장 핵심으로 떠오른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나 사 년 전에 첫 번째 FIFA 월드컵을 경험한 막시 고메스 등이 조금씩 이 흐름에서 벗어나, 주요 선수로 성장했지만, 2006년 이후 세 번의 FIFA 월드컵, 타바레스 전 감독의 선수 선발 과정에는 거의 예외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 Ernesto Ryan

 

 우루과이 연령별 대표팀, 특히 20세 이하 대표팀은 꾸준히 성과를 냈습니다. 그 '성과'란 몇 번 대회 성적을 냈을 뿐 아니라, 오스카르 타바레스 전 감독의 팀에 발탁돼, 자리를 차지하는 선수를 꾸준히 길러냈음을 의미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오 년 전, 남아메리카 정상을 차지한 팀은 대한민국서 개최된 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참가, 4위에 올라, 성공적인 순환 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와 로드리고 벤탕쿠르, 니콜라스 데라크루스, 마티아스 올리베라, 마티아스 비냐 등이 그 대회에 활약했고, 어느덧 각자 위치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해, 카타르에서 열린 이번 '더 큰 대회'에도 출전했습니다. 그로부터 이 년 뒤인 2019년에는 로날드 아라우호와 다르윈 누녜스가, 또 이 년이 흘러, 지난해에는 마누엘 우가르테가 선배들과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다시 시계를 거꾸로 돌리면, 지난 2013년에는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와 기예르모 바렐라, 히오르히안 데아라스카에타 등이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고, 2011년의 팀에는 마티아스 베시노가, 2009년의 팀에는 세바스티안 코아테스가, 2007년의 팀에는 루이스 수아레스, 에딘손 카바니, 마르틴 카세레스가 있었습니다. 카타르에 같이 가지는 못했지만, 2015년의 나이탄 난데스(칼리아리 칼초)나 마우로 아람바리, 2007년의 다미안 수아레스(이상 헤타페 CF) 등도 언급할 만합니다. 요컨대, 오늘의 우루과이 대표팀 척추는 하루아침에 구축되지 않았습니다. 각자 상술한 "거대한 선순환"의 단계를 밟았으며, 조직적인 끈끈함을 얻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 CF에서 뛰며 이번 시즌 전반기, 유럽 최고 다섯 개 대회(프리미어 리그, 라리가, 세리에 A, 분데스리가, 리그 1) 최고의 미드필더로 군림한 발베르데조차 적응기 없이 팀에 통합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디에고 알론소 감독의 출정에는 새로운 선수가 팀에 녹아들도록 하는 그 구조에 일부 예외가 있었는데, 소속팀에서 꾸준히 부름을 받지 못하던 올 초, 대표팀에 발탁돼 데뷔한 파쿤도 펠리스트리가 대표적입니다. 펠리스트리에게 이번 대회는 첫 번째 큰 도전이었고, 선수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만 남겼습니다. 이번에 아예 처음 발탁된 우측면 수비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 Selección de Fútbol de Urugu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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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구스틴 로헬, 카타르로 향하는 꿈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의 막이 오르기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사상 최초, 서아시아, 아랍에서 개최되는 이번 대회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점이 많습니다. 카타르는 FIFA 월드컵을 개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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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진 재능의 크기와 관계없이, 대부분 선수에게는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해지는 부담의 크기가 아주 다르다고는 하나, FIFA 20세 이하 월드컵 참가만 해도 도약을 목전에 둔 어린 선수에게는 예방 주사가 될 수 있습니다. 역시 조별 단계에서 떨어지기는 했어도, 이번 대회, 나름의 인상을 남긴 에콰도르 대표팀도 비교적 최근에 비슷한 방법론을 도입해 성장합니다. 피에로 잉카피에(바이어 04 레버쿠젠)나 모이세스 카이세도(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FC)처럼 '흐름에 벗어난 선수'는 여기도 존재하지만, 모이세스 라미레스 골키퍼(인데펜디엔테 델 바예), 작손 포로소(ES 트루아 AC), 호세 시푸엔테스(로스앤젤레스 FC), 곤살로 플라타(레알 바야돌리드 CF) 등이 모두, 이강인 선수(RCD 마요르카)가 최우수 선수상(골든볼)을 받고 에콰도르 대표팀이 3위를 차지한 삼 년 전 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주역으로 뛰었습니다. 돌아와, 로드리고 벤탕쿠르, 마티아스 베시노, 페데리코 발베르데 조합의 중원이 확실히 박히기까지도 시간이 걸렸는데, 오늘로부터 사 년 뒤를 다시 바라본다면, 우루과이 대표팀이 '잘 준비되지 않은 팀'의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됩니다. 그를 위해서는 디에고 알론소 감독 다음 지휘봉 잡는 인물(대회 조기 탈락 이후 알론소 감독의 계약 연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합니다)이 "거대한 선순환"의 확장/연장 및 재구축을 고민해야 합니다. '통합' 단계를 조금씩 밟다가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참가로 그가 잠정 중단된 디에고 로시(페네르바흐체 SK), 브리안 오캄포(카디스 CF)는 물론, 오스카르 타바레스 전 감독의 퇴장 및 알론소 감독의 등장과 함께 대표팀과 연이 끊어져 버린 브리안 로드리게스(클루브 아메리카) 등도 각자 소속팀에서 돌파구를 마련한다면(이와 같은 단서가 붙는 이유는 로드리게스가 멕시코 무대에서 아주 잘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불러서 그 쓸모를 찾아야 합니다. 차근차근 올라와, 역시 이번 대회를 바로 앞두고 주 대표팀에서 자리 확보에 나섰던 세바스티안 카세레스(클루브 아메리카)의 성장은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불의의 부상 탓에 조국의 조별 단계 탈락을 바라만 봐야 했던 '핵' 로날드 아라우호가 버틴다고는 하나, 결국, 수비선에서 역할을 해 줄 선수의 부족함은 알론소 감독이 디에고 고딘과 마르틴 카세레스를 그들의 사실상 마지막 FIFA 월드컵 현장으로 불러내게 했습니다. 각자 우루과이 대표 선수로 161경기, 116경기를 뛴 고딘과 카세레스는 이번이 개인 네 번째 FIFA 월드컵 참가였습니다. 이들은 물론, 1990년생, 서른둘로, 개인 세 번째 FIFA 월드컵을 마친 세바스티안 코아테스(국가대항전 49경기 출전)도 사 년 뒤 대회에는 없을 가능성이 농후한바, 호세 마리아 히메네스, 아라우호 등과 수비진의 중심을 잡아줄 다음 세대 선수의 주 대표팀으로 통합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헤르타 BSC의 아구스틴 로헬도 후보가 될 수 있습니다.

 

 

 공격진도 다르윈 누녜스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루이스 수아레스가 우루과이 대표 선수로는 이번 대회, 페널티 구역에서 가장 많은 90분당 4.34회, 공을 만졌지만, 정작 대표팀의 대회 골은 최종전, 가나 대표팀과 겨룬 경기에 히오르히안 데아라스카에타가 터뜨린 둘이 전부입니다. 1차전, 대한민국 대표팀과 경기, 수아레스의 기대 득점이 전혀 없었음은 물론, 그의 슈팅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미끼' 역할에 가까웠다는 분석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그다음 두 경기에도 그는 기대 득점 0.78골, 슈팅 단 두 개(유효 슈팅 하나)를 더했을 뿐입니다. FC 바르셀로나에서 활동하던 수아레스가 조별 단계부터 8강전, 프랑스 대표팀과 시합까지 다섯 경기에 90분당 슈팅 2.41개(유효 슈팅 다섯 개; 기대 득점 1.35골; 대회 두 골 기록)를 남겼던 사 년 전, 러시아에서 열린 대회와는 전혀 딴판인 결과입니다. 게다가, 그의 떨어진 영향력은 공격 시에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대회, 수아레스는 딱 두 번(그나마도 모두 최종전에), 상대 공격 단위를 끊었을 뿐이며, 그 가운데 하나가 중앙선 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상대 공격 단위의 차단'은 가로채기나 태클, 압박 성공은 물론, 상대 크로스를 걷어낸 숫자까지 모두 합합니다. 2018 FIFA 월드컵 러시아에는 그 숫자가 총 15회, 중앙선 위에서는 열 번이었습니다. 카타르에서 세 경기, 고작 144분간 잔디를 밟은 에딘손 카바니도 세 번(중앙선 위에서는 한 번), 팀이 공격권을 가져오도록 도왔습니다. 결국, 수아레스를 중심으로 경쟁국보다 '정적인' 공격진이 우루과이 대표팀 전방에 버텼고, 그는 가뜩이나 뒤쪽부터 차근차근 이루어지는 공격 조립을 지향하는 대한민국 대표팀, 포르투갈 대표팀 등을 만나, 대회 성과를 방해했습니다. 탈락이 확정된 후 쏟아낸 그의 눈물이 안타깝다고는 하나, 이제는 우루과이 대표팀이 수아레스를 놓아줘야 할 때로 보입니다. 올여름, 리버풀 FC로 옮긴 누녜스는 전반기, 유럽 최고 다섯 개 대회에서 한 손에 꼽힐 만큼 상대 페널티 구역에서 공을 많이 만진 공격수입니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에는 90분당 1.71회, 곧 세 경기에서 다섯 번밖에 골과 가까운 곳에서 공을 받지 못했습니다. 기대 득점도 90분당 0.13골에 불과했고, 슈팅은 매 경기, 하나씩만 시도했습니다. 전방에서 많이 뛰며 수비에 도움을 주는 '궂은일'도 그의 몫이었습니다. 누녜스는 그의 짝으로 나선 수아레스 등이 그 부담을 거의 나눠주지 못하는 동안, 12번(90분당 4.11회; 중앙선 밑에서 다섯 번), 상대 공격 단위를 차단했습니다. 지난해, 포르투갈에서 전 유럽의 축구광에 큰 충격을 안기며 등장한 젊은 공격수의 활약을 기대했을 이들에게 디에고 알론소 감독의 우루과이 대표팀은 '제일 효과적인', '제일 위협적인' 무기를 선보이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달라져야 합니다.

 

 

 역시 로드리고 벤탕쿠르와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중심을 잡은 중원이 그나마 힘을 냈던 이번 대회, 우루과이 대표팀입니다. 가나 대표팀과 최종전, 히오르히안 데아라스카에타의 두 번째 골은 벤탕쿠르의 프리킥에서 출발해, 세르히오 로체트 골키퍼, 기예르모 바렐라 등 두 명을 제외한 잔디 위 모든 우루과이 대표 선수가 한 번씩 공을 만진 끝에 터졌습니다. 결국, 대한민국 대표팀과 첫판, 포르투갈 대표팀과 두 번째 판에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지만, 오스카르 타바레스 전 감독이 이끌던 때부터 대표팀의 차기 '엔진'으로 주목받던 두 선수의 영향력은 일부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들과 마티아스 베시노의 조합에도 의구심을 품는 이가 적지 않은데, 아무래도 발베르데가 레알 마드리드 CF에서 오렐리앙 추아메니(프랑스 대표),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대표), 토니 크로스(전 독일 대표) 등과 뛸 때보다 (특히 공격 조립 단계에) 훨씬 더 다양한 능력의 발휘를 요구받다 보니, 중앙선 너머, 최종 삼분의 일 구역에서 그의 파괴력이 반감한다는 지적이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뒤쪽에서 공을 잡고 강하게 압박받은 포르투갈 대표팀과 경기, 우루과이 대표팀은 축을 상실하고 전방에서 떨어지는 공 소유가 잘 안됐는데도 길게 공을 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벤탕쿠르가 첫 경기에 발베르데, 베시노보다 조금 밑으로 처져서 경기, 중심축이 됐지만, 오히려 중원 압박 기준선을 맨 앞에서 이끌며 후벵 네브시(울버햄프턴 원더러스 FC)가 펀하게 공을 차지 못하도록, 그를 견제하는 임무를 수행한 포르투갈 대표팀과 경기에는 체력적으로 매우 힘들어 보였습니다. 공을 잘 차는 마누엘 우가르테 등이 있기에, 그와 같은 어린 미드필더를 팀, 선발 명단에 차근차근 '통합'하며, 벤탕쿠르, 발베르데를 보좌할 마지막 조각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마에스트로"의 지도로 일구어낸 우루과이 대표팀의 지난 성공에는 같은 규칙의 인과관계가 적용됐습니다. 재능 있는 어린 선수를 FIFA 월드컵이라는 그 큰 무대에 서서도 밀리지 않을 수준으로 단계별 훈련하고, 준비시켰습니다. 오스카르 타바레스가 퇴장한 지 일 년이 더 지났고, 디에고 알론소 감독의 도전은 조별 단계에서 멈췄습니다. 축구협회가 알론소 감독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주지 않을 생각이라면, 15년 넘게 이어온 "거대한 선순환"의 새로운 주기를 열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합니다. 자존심을 구긴 우루과이 대표팀이 사 년 뒤에는 어떤 모습으로 세계 무대에 돌아올지 주목됩니다. 기쁨도 아쉬움도 늘 잠시, 한순간. 대회를 마친 지금부터 바로 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