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코끼리 군단의 취주 - "중국이 지은 경기장에서"

2024. 2. 14. 08:00International

자국의 2023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 우승을 축하하는 세바스티앙 알레와 도미니크 우아타라 여사 [ⓒ AFP]

 

 덥고 습한 일요일 밤, 코트디부아르 축구 국가대표팀이 안방에서 나이지리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2 대 1로 물리치고, 2023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 정상에 올랐습니다. 개최국, 코트디부아르의 여름 날씨가 축구 경기를 열기에 몹시 부적합하다는 우려 탓(실제로, 지난해 9월 12일,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이 말리 대표팀과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에서 친선전을 연 날, 불어닥친 폭풍우에 순식간에 경기장이 침수됐고, 이에, 알라산 우아타라 대통령이 분노하여, 체육부 고위 인사 여럿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있기도 했습니다)에, 반년 넘게 개막이 늦춰진 이번 대회(홍보 계약 따위의 문제로 대회 공식 명칭 전반의 연도 표기는 "2023"을 유지했습니다), 서아프리카의 코끼리 군단은 통산 세 번째, 대륙 최고 권위의 트로피를 들어올리기까지, 온갖 난관(대표적으로, 장루이 가세 '전' 감독이 대회 도중, 경질됐고, 그를 보좌하던 에메르스 파에가 감독 대행 신분으로 대회 끝까지 선수단을 이끌었습니다)을 극복했습니다. "결승전 결승 골의 주인공" 세바스티앙 알레(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사진 중앙의 왼쪽)가 자국 영부인, 도미니크 우아타라 여사(사진 중앙의 오른쪽)와 웃으며 사진 찍은 날, 수만의 코트디부아르 축구광이 '중국이 자금을 대고 건설한 경기장'에서 구호를 외치고, 환호했습니다. 다섯 달 전, 한쪽 면이 거센 바람을 동원한 큰비에 잠겨 버렸던 바로 그 경기장,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또는 스타드 올랭피크 데빔페)에서였습니다. 코트디부아르의 "실질적인 수도" 아비장(법적인 수도는 야무수크로입니다) 북단, 에빔페의 육만 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은 알아보기 쉽게도, "논란 많은" 삼선 대통령의 이름을 땄습니다. 2021년 대회에 사용할 목적(코트디부아르는 애초, 2021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으나, 그 직전, 2019년 대회의 개최국이었던 카메룬이 제때 준비를 마치지 못해, 카메룬과 코트디부아르, 두 국가와 "원래 2023년 대회를 열기로 했던" 기니의 개최권이 한 대회씩 뒤로 미루어졌고, 기니는 다시, 늦은 준비를 이유로, 2025년 대회 개최마저 포기했습니다)으로 지어진 이곳은 개장한 지 삼 년 반가량이 흐른 지금, 마침내, 자국 축구 대표팀의 새로운 "성지"로 떠올랐습니다.

 

벵겔라 철도를 달리는 앙골라 기차 안 승객들 [ⓒ AFP]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은 코트디부아르 최대 도시의 붉은 먼지투성이 대지에 마치, 하나의 조각처럼 솟아 있습니다. 거대한 원형 지붕은 꼭, 바닷가 파도나, 스케이트보드 링크와 같이 휘어지고, 깎아지른 듯 급강하하며, 사바나를 상징하는 주황색, 강을 표현하는 흰색, 숲을 대표하는 초록색의 삼색기가 투영된 격자무늬 기둥이 광활한 부지에 불시착한 미확인 비행접시 같기도 한 건축을 지탱합니다. 경기장 건설에는 약 2억 6,000만 달러의 비용이 들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을 지난 2013년의 무역 협정 30주년을 기념하여, 중국에서 충당해 준 사실이 2016년의 착공식에 중국 대사관 관계자 몇몇이 다니엘 카블란 덩컨, 당시 코트디부아르 총리의 옆에 섰던 일을 설명합니다. 베이징 건축 디자인 연구소에서 장소 설계를, 베이징 건설엔지니어링 그룹에서 현장, 건설을 맡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을 비롯해, 대륙 곳곳에 올라간 (주로) 축구전용 경기장은 1970년대부터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외교적인 영향력을 보여 주는 여러 상징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그 수는 이번 세기 들어, 더 가파르게 증가했으니, 국가와 국가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힘은 물론,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땅에 풍부한 천연자원에의 접근권을 대가로, 고속도로와 철도, 항구, 주요 정부 청사 등, 기반 시설 구축에 도움을 주는 중국의 거대 전략의 일환입니다. 21세기의 처음 20년, 중국은 아프리카에 6,250마일이 넘는 도로를 닦고, 3,700마일이 넘는 철도를 부설했습니다. 대륙 고속도로 총길이의 20%, 철로의 10%에 육박하는 규모입니다 (Chen, 2022). 구체적인 사례를 찾으면, 중국은 콩고 민주 공화국 영토 일부를 대서양 연안, 앙골라의 항만 도시, 로비투와 연결하는 벵겔라 철도를 현대화하는 데 20억 달러 가까이 투자하는 등, 앙골라에서 사업에만 지난 십 년간, 80억 달러 넘게 쏟아부었고, 에티오피아에는 수력 발전 댐을 여럿 지었습니다. 케냐의 몸바사 항구 개발에 손을 뻗쳤고, 몸바사와 나이로비를 잇는 철도 부설에도 14억 달러 이상이 쓰였습니다. 탄자니아에서는 바가모요 항구를 연간 2,000만 대 이상의 화물을 선적/하역하는 아프리카 최대 항구로 탈바꿈하는 등의 계획에 수십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앙골라는 나이지리아에 이은,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둘째' 산유국이며, 중국이 새로 기름칠해 준 벵겔라 철도를 통해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부터 로비투로 수송되는 물품 가운데는 대량의 코발트, 구리, 망가니즈 등이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의 급수탑"이라고 불리고, 케냐는 매장된 석유 자산을 비교적 최근에 상업화했으며, 탄자니아는 그와 동아프리카 패권을 다투는 국가입니다 (Marshall, 2015). 2023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를 개최한 코트디부아르에서도 중국이 남긴 흔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비장 남쪽, 트레시빌의 아비장 자치항은 중국과 협력으로 그 몸집이 (전년 대비 12% 정도 불며) 지난 십 년간, 두 배로 커졌고, 현재, 자국 대외 무역의 구 할을 담당합니다. 모로코의 탕헤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더반 사이에서 대서양 연안의 주요 기착점으로서 지위도 공고해졌습니다. 코트디부아르는 중국으로 점점 더 많은 양의 생선, 고무, 원유를 수출(중국은 코트디부아르의 최대 무역 상대입니다)하여, 그 막대한 인구와 거대한 경제력의 시장과 접합니다 (Hughes, 2024; Peltier, 2024).

 

아프리카 네 개 국가를 순방한 지난 1월, 로베르 뵈그레 맘베, 코트디부아르 총리(오른쪽)와 파트리스 모체페, 아프리카 축구 연맹장(왼쪽)에게 자기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선물 받은 앤터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가운데) [ⓒ Andrew Caballero-Reynolds/ Pool/ AP]

 

 중국으로 수입되는 석유 삼분의 일가량이 아프리카 대륙에서 옵니다. 그가 유럽이나 미국의 거대 정유사나, 일부 다국적 기업이 취급하는 양에는 아직도 한참 뒤지지만, 그 격차는 무서운 속도로 줄어듭니다. 지난 2020년에는 대륙 전체 무역의 오분의 일을 중국이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Chen, 2022). "그들(=중국)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감당하지 못했을 만큼 값비싼 계획"에 자금을 보태며, 중국은 태평양과 인도양, 두 개 대양에서 막강한 힘을 자랑, "일대일로" 목표에 가까워질 뿐 아니라, 뭇 노동자에게 (원정) 일자리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거꾸로,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중국의 이러한 "큰손" 행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베이징은 그들에게 경제 구조의 개혁을 요구하거나, 일부 "독재자"가 사사로이 부를 축적하는 행태를 비판하지 않고,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 인권에 관해 어려운 질문을 하지도 않아서입니다 (Marshall, 2015). 중국은 돈을 대고 시설을 지어줄 뿐, "왜" 그 사업이 필요한지 잘 묻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구 열강은 때로, 그 과정이 현지에서 정치 부패 혐의를 수반하고, 각 대규모 사업의 실제적인 가치는 의심받으며, 결국, 그 하나하나가 아프리카 각국에 상환하기 어려운 부채만 남긴다고 공격합니다. 실제로, 대륙에 2000년부터 누적된 중국 차관은 1,500억 달러를 우습게 초과합니다 (Chen, 2022). 그러나, 그 모든 비판은 일각에서 중국의 국제 사업을 방해하려는 공작의 일부 정도로 여겨지거나, 지난 역사를 돌아볼 때, 지독한 "위선"이라고 반격당합니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연합(EU)이 남아프리카의 지정학적 체스판, 구리와 코발트가 지나는 "구리 벨트("The Copper belt")"에서 중국과 정면으로 대치합니다. 지난해, 앙골라, 콩고 민주 공화국, 잠비아 등, 세 개 국가와 합동으로 양해 각서를 교환한 미국과 EU가 10억 달러 이상을 투입, 로비투 간선 철도망을 잠비아 북서부로 연장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의 항구까지 거리를 반으로 줄이는 안을 제시했다면, 탄자니아와 잠비아 정부로부터 사업권을 넘겨받은 중국은 탄자니아 동부의 다르에스살람 항구와 잠비아 중부의 카피리 음포시를 잇는 타자라 철도를 표준 궤간으로 보수,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Gerding, 2024; Hill & Mitimingi, 2024). 지난달 말, "협력과 경제 발전에 중점을 두고, 장기적인 전략 관계를 추구하려" 카보베르데와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 앙골라 등, 아프리카 네 개 국가를 순방하며 새해를 연 앤터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그 여정 중, 자국과 중국, 러시아(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인 바그너 그룹이 서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을 능가하고, 사헬 지역 등에서 "치안 유지" 임무를 수행합니다) 사이에 드리운 지정학적 경쟁의 구름을 애써 부인했으나, 이번이 벌써,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그의 네 번째 아프리카 순방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지난 9월, 로이드 오스틴은 앙골라를 찾은 역대 최초의 미국 국방성 장관이 됐고, 그보다 앞서서,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2023년 2월)가 나미비아와 케냐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2023년 3월)이 가나, 탄자니아, 잠비아 등, 세 개 국가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미국의 몇몇 주요 신문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등지에서 어려움이 가중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의중으로 풀이합니다 (Crowley, 2024; Cyr, 2024; Tharoor, 2024).

 

나이지리아 대표팀과 2023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 결승전,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에 등장한 거대 막 응원 [ⓒ Daniel Beloumou Olomo/ AFP]

 

 카보베르데에서 '중국어'가 적힌 간판을 지나, '중국이' 완공한 정부 청사에서 울리시시 코하이아 이실바 총리와 만난 토니 블링컨은 순방 일정 시작 닷새 만인 1월 22일, 월요일, 오후에 코트디부아르로 이동하여, 중간 쉬는 시간,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날, 장루이 가세 전 감독이 마지막으로 지휘한 서아프리카의 코끼리 군단은 에밀리오 은수에(CF 인테르시티; 조별 단계 두 번째 경기와 세 번째 경기에 몰아넣은 다섯 골로 대회 득점왕을 차지했습니다)에게만 두 골을 허용하며, 조별 단계 최종전, 적도 기니 대표팀에 0 대 4로 크게 졌습니다. 미국 국무장관은 이튿날, 아비장의 대통령 관저에서 알라산 우아타라 대통령과 만났고, 그가 대서양 너머로 들고 온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미국은 베냉과 가나, 기니, 토고 등, 아프리카 대서양 연안을 따라 있는 국가들에 3억 달러, 영토의 북쪽이 이슬람 파벌들에 침략받는 코트디부아르에만 4,500만 달러를 지원하여, 안보 환경을 재구축하는 계획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그보다 일주일 앞서서 코트디부아르를 방문, 두 국가의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를 강조, 축하했는데,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여전히, 화려한 기반 시설을 지어 올리는 중국과 달리, 무형의 지원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우선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Tharoor, 2024).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분주한 건설업 이야기로 다시 주제를 돌려, 지난 20년여, 중국 기업들이 이 대륙에 새로 짓거나, 개조한 축구전용 경기장만 수십 개에 달하는데, 여기에는 지난 15년간,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 경기가 열린 장소의 절반 가까이가 포함됩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본대회에 사용된 여섯 곳 중에도 세 곳이 목록에 있으며, 역시, 그중 제일은 구 년 전, 계획 단계에 코트디부아르 체육부 대변인이 "중국의 선물"이라고 홍보했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찾은)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입니다. 축구장 건설/보수가 '제일 큰' 기반 시설 사업이 될 수 없고, 장기적으로 가장 가치 있는 사업일지도 의문이지만, 적어도, '당장' 인기를 얻기는 그만한 일이 없다고 중국과 아프리카 관계 전문가들이 입을 모읍니다. 파리 SKEMA 경영대학원의 스포츠와 지정학적 경제학 교수인 사이먼 채드윅은 "아프리카는 대형 스포츠 행사를 위한 사회 기반 시설 구축과 그가 끌어오는 세계의 시선이 절박합니다. 축구를 향한 그들의 선호를 고려할 때, 그 종목이 중국 외교 전략의 쉬운 목표가 됐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세계 경제의 거두에게 그 투자는 잠재적으로 훨씬 더 큰 이익을 요구하기 위한 "싼값"일 뿐입니다. 중국만큼 그 스포츠 현장에 큰돈을 쏟은 국가가 없으며, 여전히, 대부분 경기장의 자금 조달이 중국의 "후원"이나 중국 은행으로부터 장기 저리 대출에 의존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스포츠의 대량 소비가 일어나자, 다른 여러 국가도 경쟁에 막 뛰어들었습니다. 튀르키예의 한 건설 회사가 2026년에 하계 청소년올림픽을 개최할 세네갈에 새로운 국립 축구전용 경기장을 지었고, "Visit Saudi Arabia"는 지난해 10월, 아프리카 축구 연맹(CAF)과 신설된 대륙 최고의 클럽 대항 단기 토너먼트, 아프리카 풋볼 리그의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프랑스의 거대 정유사인 TotalEnergies는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의 주요 후원사이고, 종목이 다르나, NBA도 아프리카 시장에 투자를 늘립니다 (Hughes, 2024; Peltier, 2024).

 

접근하기 힘든, 아비장 외곽의 "외딴섬"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 [ⓒ Joao Silva/ The New York Times]

 

 호화스러운 외관의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을 일부, 흥분에 찬 코트디부아르 축구광은 "건축의 정수"라고 자랑합니다. 내전의 아픔을 딛고, 탄탄한 중산층을 자랑하는 서아프리카 최대 경제국 중 하나로 일어난 코트디부아르가 사실상, 대륙 전역에서 제일 인상적인, 최첨단 시설에서 큰 대회를 개최할 능력이 됨을 보여 주었다는 점도 그들이 받은 감명에 일조했습니다. 하지만, 2023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 대회 조직에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국가에 이 사업이 과연, "올바른" 결정이었는지, "원하던 대로" 완료됐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첫째로, 대회를 모두 마친 오늘까지도 경기장 접근성이 좋지 않습니다. 주변으로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아, 대회 중 이곳을 찾은 대륙의 축구광들은 숲이 우거진 땅을 한 시간 이상 걸어야 했습니다. 아비장의 펠릭스 우푸에부아니 국제공항과 에빔페가 속한 아냐마를 연결하는 새로운 지하철 노선을 대회 전까지 개통하기로 했지만, 이는 빨라야 내년에나 완공될 전망입니다 (Hughes, 2024).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을 중심으로, 아냐마에 "스포츠 도시"를 건설한다던 중국과 사업 초기 계획의 '미완'은 그다음 큰 물음표를 던집니다. '앞으로' 경기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관한 문제입니다. 코트디부아르 정부 관계자들은 대회 후, 지역 축구팀들이 대회 개최에 쓰인 시설을 상시 사용하고, 축구 대표팀 경기도 에빔페에서 주로 열겠다고 했지만, 처음 구상과 달리, 교통은커녕, 훈련 시설조차 경기장 옆으로 마련되지 않은 터라, 현지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터무니없이" 큰 경기장 규모도 걸림돌입니다. 중국이 지어준 경기장 중에는 밤의 유흥과 해변으로 유명한 휴양 도시, 산페드로의 이만 석 규모 구장도 있는데, 이곳은 "필요보다 너무 커서" 내내 고민입니다. 대회 중에도 경기장이 가득 들어차지 않아, 나카리자 시세 시장이 시청에 넘쳐나는 '안 팔린 표'를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었는데, 하물며, "축제"가 끝난 뒤에는 어떠할지 명약관화입니다. 코트디부아르 프로축구 최상위 무대에 속한 FC 산페드로의 압델카림 부아지즈 이사회 부의장은 "잘해야" 전체 좌석의 십분의 삼 정도를 채울 수 있다며, 유지 보수에 드는 비용을 메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Peltier, 2024).

 

https://www.youtube.com/watch?v=bj-znqmGgz0

(FRANCE 24, 2022).

 

 안타깝게도 이는 코트디부아르보다 먼저 중국의 손을 빌려, '한때 그들의 자랑이었던' 거대 경기장을 지어 올린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반복되어 온 거품 현상입니다. 2017년, 당시, 장기화한 내전 탓에 리비아로부터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 개최권을 넘겨받았던 가봉은 네 개 경기장의 축조를 모두, 중국 회사에 맡겼습니다. 그중 최대, "그들의 알라산 우아타라 경기장"이었던 리브르빌의 사만 석 규모 구장, 스타드 당공제(또는 스타드 드 라미티에 시노가보네즈)는 2017년 2월 5일, 카메룬 축구 국가대표팀과 이집트 축구 국가대표팀의 대회 결승전(카메룬 대표팀이 2 대 1로 이겼습니다) 이후, "재건"에 들어가, 사실상, 버려지고, 황폐화했습니다 (FRANCE 24, 2022).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방기에도 비슷한 사정이 있으니, 지난 2003년부터 삼 년간, 120억 CFA 프랑(CEMAC)을 들여, 컴플랜트(China National Complete Plant Import Export Corporation; "Complant")가 지은 이만 석 규모의 콩플렉스 스포르티프 바르텔레미 보간다가 나라에서 제일 큰 경기장이지만, '최고 인기 선수' 조프레 콩도그비아(올랭피크 드 마르세유)와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몇 년 전부터, 이곳에서 축구화 끈을 조이지 못합니다. 널린 유흥 시설을 찾는 젊은이들이 그 인근에 활기를 불어넣지만, 국제축구연맹(FIFA)과 CAF 관계자들이 현장을 조사한 뒤, 더는 이곳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사용 정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Gasnier, 2020). 울며 겨자 먹기로, 대표팀은 지난해, 두 번의 '안방 경기'를 모두, 국경 너머, 카메룬에서 열었습니다. 미완의 주변 환경 조성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다면, 코트디부아르에서라고 상황이 꼭 다르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국립 스포츠 사무국(행정적 성격의 공공기관입니다)의 장을 맡는 우스만 그바네는 대회가 끝나고, FC 산페드로 등의 지역 클럽들이 오랫동안 훈련하고 경기한 아비장을 떠나, 마침내, 새로운 시설에 입주하는 '분산 효과'를 들고, 대회 개최를 위해 지어진 전국 숙박 시설의 인수에 몇몇 국제적인 거대 호텔이 관심을 드러냈다며, 기대감을 부추겼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아무도 대회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Bächle, 2024; Peltier, 2024). 거대한 시설을 올리고, 거기서 멈추어, 그 주변에 편의를 위한 시설을 짓거나, 그 거대 시설을 관리하고 유지하기 위한 방책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서구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펴는 대규모 사업의 또 다른 일반적인 특징이라고 지적합니다. 앞서 나열한 여러 축구전용 경기장의 사례뿐 아니라, 2012년, 앙골라에서 사례도 거울로 삼을 만합니다. 당시, 앙골라 중동부의 루에나에 한 중국 국영기업이 기차역을 건설한 뒤, 열차 시간과 푯값을 게시하는 문자판을 달았는데, 공사가 끝나자, 아무도 현지 철도 직원에게 그 문자판을 제어하는 컴퓨터의 암호를 알려주지 않고, 모두가 본국으로 짐을 싸서 떠나버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Phillips, M. M., 2024).

 

지난 1월 17일, 알라산 우아타라, 코트디부아르 대통령(왼쪽)과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 [ⓒ Reuters]

 

 내년이면, 아프리카의 1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도시가 (EU의 세 배를 초과하는) 백 개를 넘고, 2030년이면, 전 세계 25세 이하 젊은 인구의 42%가 아프리카에 살아, 향후 수십 년간, 대륙을 지구상 최대의 "노동 공급처"로 만든다는 예측이 있습니다. 지세가 낮고, 아직 개발을 기다리는 광범위한 토지의 공급이 이미, 다양한 다국적 기업을 "미지의 땅"으로 불러들인 가운데, 에티오피아와 가나, 케냐, 모잠비크,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사자들"은 지난 십여 년간, 놀라운 성장세로, 총 1조 달러에 가까운 국내 총생산을 기록합니다 (Chen, 2022; Tanchum, 2022). 미국과 EU, 중국과 러시아 등의 경제적인 침투가 꾸준히 가속하며, 점점 더 집요해집니다. 정치적인 '노선 선택'의 압박도 자연히, 거세집니다. 토니 블링컨보다 며칠 이르게, 지난달 13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와 튀니지, 토고,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네 개 국가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자신의 11번째 대륙 방문에서 각국과 중국이 대만 문제 등에 관하여, '세계 질서'를 바라보는 하나의 관점을 공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편,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이미, 한 중국 회사가 지난 2022년, 윌리엄 루토, 제5대 대통령이 취임식을 거행한 카사라니 경기장(또는 모이 국제 스포츠 센터)을 일신하는 사업에 동분서주합니다. 일전에 중국 정부는 이 사업에 1,220만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한 바 있습니다. 몇 년간 말썽을 부린 조명 개선하기가 핵심으로 꼽히는데, 케냐 정부는 오는 2027년에 자국에서 열리는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 개최 조건을 맞추기 위해, 내년까지는 모든 시공을 마치기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우스만 그바네는 "우리는 어제, 타자의 실수로부터 배웠습니다. 대회(=2023 CAF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를 위해 준비된 기반 시설은 곧, '새 생명'을 얻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Peltier, 2024). 코트디부아르에서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슬기로이 해결해야 하는 "화려함이 지난 뒤의 정리" 과제가 한참 남았고, 대륙에서 이권을 노리는 패권국의 셈법은 나날이 복잡해지며, 장소만 바뀔 뿐, 동일한 일련의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결국, 아프리카는 또 한 번, 또 하나의 세계 정치·경제의 화약고가 됩니다. 서아프리카 코끼리 군단의 취주 뒤에 가린 더 큰 논리와 앞으로 돌아올, 계속되는 행사에 주목할 이유입니다.


References

Bächle, M. (2024, February 11). Wenn ein Togolese ABBA hört. Kicker. https://www.kicker.de/wenn-ein-togolese-abba-hoert-995278/artikel

 

Chen, J. (2022, October 13). Lion economies: Meaning, investing, FAQs. Investopedia. https://www.investopedia.com/terms/l/lion-economies.asp

 

Crowley, M. (2024, January 26). In Angola, a former cold war rival, Blinken touts U.S. investments.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24/01/26/world/africa/angola-blinken-us-investments.html

 

Cyr, A. I. (2024, February 7). Column: Secretary of state Blinken makes important visit to Africa. Chicago Tribune. https://www.chicagotribune.com/2024/02/07/column-secretary-of-state-blinken-makes-important-visit-to-africa/

 

FRANCE 24. (2022, February 9). Gabon : les infrastructures sportives se détériorent [Video].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bj-znqmGg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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