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어떻게 리오넬 메시와 팀을 울렸나

2022. 11. 23. 08:00International

ⓒ Kieran McManus/ Imago Images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그 조별 단계 일정이 줄줄이 진행되는 가운데, 22일 낮에 88,000여 관중이 운집한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이 모두를 놀랬습니다. 대회 전부터 아부다비,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에서 합숙 훈련하며 만반의 준비를 한 '녹색 매 군단'은 리오넬 메시(파리 상제르망)의 마지막 대회를 맞아, '우승'의 꿈을 안고 똘똘 뭉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2 대 1로 역전승했습니다. 직전까지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 체제 50경기에서 네 번밖에 지지 않았고, 특히, 삼 년 전, 2019 코파 아메리카 브라질 준결승전에 당시, 개최국이던 브라질에 0 대 2로 패한 이래, 국가대항전 역대 '최장' 기록에 딱 한 경기 모자란, 36경기 무패 행진(25승 11무)을 달리던 알비셀레스테인 탓에,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의 승리는 더욱더 예상하기 힘들었습니다. 전반 십 분여 만에 메시가 페널티킥으로 자신의 FIFA 월드컵 통산 일곱 번째 골을 만들어, 자기 조국에 우위를 안겼습니다. 처음 나섰던 지난 2006 FIFA 월드컵 독일,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 데뷔 경기에 교체 출전해, 한 골과 한 개 도움을 만들었던 메시는 어느덧 서른다섯이 돼 맞은 다섯 번째 대회에도 득점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십이 년 전 대회에만 득점하지 못한 그(서로 다른 네 개 대회에서 득점하며, 고 우베 젤러, 펠레, 미로슬라프 클로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과 어깨를 나란히 했습니다)입니다. 메시가 편안하게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의 골망을 흔들기 꼭 일이 분 전, 그가 경기장 왼쪽에서 자유롭게, 정지된 공을 찰 때, 페널티 구역 안에서 사우드 압둘하미드(알 힐랄 SFC)가 레안드로 파레데스(유벤투스 FC)를 잡아채는 바람에, "최고의 선수"에게 무함마드 알오우이스 골키퍼(알 힐랄 SFC)와 방해 수비수 없이 맞설 기회를 내주었습니다. 일찌감치 앞서는 골을 넣으며, 이때까지는 스칼로니 감독과 그의 팀, "라 스칼로네타(스칼로니 감독은 이 별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만)"의 계획대로 경기가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하루 전에 진행된 잉글랜드와 이란의 경기 결과(잉글랜드가 6 대 2로 대승했습니다)를 기억할 때, 어쩌면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 이도 적지 않았습니다.

 

ⓒ Khaled DeSouki/ AFP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을 이끌고 이번 대회에 나선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명성을 쌓은 인물(그래서 유럽에서 인지도는 비교적 떨어집니다)입니다. 잠비아 대표팀을 이끌고 2012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 적도 기니·가봉 정상에 올랐고, 삼 년 뒤에는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을 이끌고 또 적도 기니에서 열린 같은 대회, 제일 높은 봉우리를 정복했습니다. 과거, 아프리카 대륙에서만 여섯 개 국가대표팀을 지휘하며 "아프리카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클로드 르르와를 짧게 보좌하며, 르나르 감독은 "파파 클로드"의 특별한 능력을 흡수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의 경기를 보다 보면, 르나르 감독이 측면 한계선 밖에서 선수들에게 다소 과장된 듯한 몸짓과 큰 목소리로 지시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르르와 전 감독은 "각 선수를 다 똑같은 사람으로 대하지 말되, 선수단에 늘 자기 열정의 최대치를 불어넣는 지도자가 돼야 합니다."라고 강조하는데, 르나르 감독의 그 '열정적인 지도'에서 그의 철학을 물려받았음이 확인됩니다. 르나르가 이끄는 팀은 그를 존경하고, 그는 곧 단기간에 진행되는 대회에 임할 때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비록 클럽의 '13년 만의 강등'을 막지는 못했지만, FC 소쇼몽벨리아르 사령탑에 중도 부임했던 지난 2013-14 시즌 막판에도 르나르 감독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이 싸울 준비가 됐음을 행동으로 보여 주었고, 리그 1 최종전을 앞두고는 준비실에서 포기하지 말라고 선수들에게 큰 소리로 외쳐, 축구광들에 나름의 울림을 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결과도 어느 정도 따라왔던 탓에, 만일, 클럽이 르나르 감독과 시즌 시작부터 함께했다면, 안정적인 중위권을 확보할 수 있었으리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돌고 돌아, 르나르 감독은 이미 잘 알려졌듯, 지난 2019년, '녹색 매 군단'을 인계받습니다. 모로코 대표팀과 2019 아프리카 컵 오브 네이션스 이집트에서 16강, 베냉 대표팀에 패하고 자진 사임한 뒤였습니다. 부임 직후 맞은 서아시아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해 비판받았지만, 차근차근 선수들과 알아가며 단단한 팀을 조직했고, 최종 예선 단계에서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오만, 중국, 베트남 등과 겨뤄, 조 선두를 차지,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현장까지 왔습니다. 다시 경기 상황, 리오넬 메시의 첫 골 이후, 알비셀레스테가 기세를 올렸지만, 선수들을 믿은 르나르 감독은 준비한 계획을 수정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습니다.

 

ⓒ Kirill Kudryavtsev/ AFP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애스턴 빌라 FC)에게 골대를 맡긴 채, 4231 대형을 활용했습니다. 나우엘 몰리나(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와 크리스티안 로메로(토트넘 홋스퍼 FC), 니콜라스 오타멘디(SL 벤피카), 니콜라스 탈리아피코(올랭피크 리옹)가 맨 뒤에 섰고, 로드리고 데폴(아틀레티코 데 마드리드)과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중원을 책임졌습니다. 전방, 공격의 핵심이 된 넷은 앙헬 디마리아(유벤투스 FC), 리오넬 메시, 알레한드로 "파푸" 고메스(세비야 FC), 그리고 라우타로 마르티네스(FC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였습니다.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433 대형의 진을 쳤는데, 무함마드 알오우이스 골키퍼가 장갑을 낄 때, 사우드 압둘하미드, 하산 알탐바크티(알 샤바브 FC), 알리 알블리히, 야시르 알샤흐라니(이상 알 힐랄 SFC)가 최종 수비선을 구축했습니다. 압둘레라흐 알말키, 살만 알파라지, 무함마드 칸누(이상 알 힐랄 SFC)가 가운데를 지켰고, 피라스 알부리칸(알 파테흐 FC)과 살레흐 알셰흐리, 살렘 알두사리(이상 알 힐랄 SFC)가 앞에 포진했습니다. 르나르 감독의 팀 대형은 유동적이었습니다. 수비 시, 주로 가운데 조직부터 압박을 시작한 그들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자기 진영으로 몰아넣으려 했습니다. 알파라지와 칸누가 상대 양 측면 수비수, 몰리나와 탈리아피코를 잡으려 중앙에서 멀리 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그때는 후방에 홀로 남은 알말키 옆으로 알부리칸과 알두사리가 내려서서 순간적으로 숫자상 4321에 가까운 대형을 만들곤 했습니다. 뒤에 더 자세히 다뤄야 하지만, 르나르 감독이 수비선을 예상보다 높이(지키는 골대에서 평균 55.7m 떨어진 곳까지; 비교를 위해,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평균 49.3m) 올리고, 노골적으로 오프사이드 덫을 놓으면서, 그 대형의 숫자 해석과 관계없이(후반전에는 4132에 가깝게도 포진했습니다), 잔디 위, 녹색 옷을 입은 선수들의 간격은 위아래로 매우 좁게 유지됐습니다. 이는 곧 알비셀레스테의 공격이 중간 지역 선수를 거치지 않고 전진하는 장면을 자주 만들어 냈는데, 데폴이 전방 네 명과 가깝게 올라서면서, 파레데스가 자주 고립됐습니다. 메시나 파푸가 알말키 옆으로 떨어져서 공을 받아야, 그나마 중앙에서 공격의 실마리를 찾아갈 만했습니다. 후반전, '골'이 필요한 시점이 돼, 스칼로니 감독은 파푸를 불러들이고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 FC)를 투입하는데, 아무래도 알바레스에게 그와 같은 움직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고, 메시가 더 적극적으로 내려오게 됩니다. 과거, 최전성기 메시와 함께하고도 종종 어려움을 겪던 때처럼, 이는 곧 세계 최고 선수의 위력을 반감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리산드로 마르티네스(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의 교체 출전으로 뒤에서 앞으로 한 번에 연결되는 공의 정확도가 올라갔다고는 하나, 경기 내내 떨어진 중원의 영향력은 스칼로니 감독에게 (빨리 해결해야 하는) 고민을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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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기대만큼 안 풀렸어도, 여전히 1 대 0으로 앞선 팀은 아르헨티나였습니다. 차근차근 가운데서 만들어 가는 공격이 다소 부재했으나, 리오넬 메시나 파푸 고메스는 압둘레라흐 알말키 옆의 공간에서 공을 잡은 뒤, 그 소유권을 유지하고, 전방으로 양질의 도움을 공급해 낼 각자 능력이 차고도 넘쳤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세 번이나 무함마드 알오우이스 골키퍼 뒤의 그물을 더 흔드는데, 모두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인해, '득점' 인정받지는 못했습니다. 알비셀레스테 전방의 공격수들이 달리기 출발, 그리로 멋진 긴 패스가 전달되고, 그를 받은 공격수들이 알오우이스 골키퍼 뒤에 공을 남긴 후, 영상 판독(VAR) 또는 선심의 깃발을 보고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할수록, 에르베 르나르 감독이 설정한 높은 수비선과 오프사이드 함정의 영리함은 더 빛났습니다. 무릇 서아시아 국가의 팀은 수비 시 깊이 내려앉아 틈을 주지 않으려 한다는 (나름의 근거 있는) 이야기가 따라다니는데, 이날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은 그가 단순 확증 편향에 지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시종일관 높이 올라선 그들의 최종 수비선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무려 열 개의 오프사이드 반칙을 범하도록 했습니다. 중앙을 '녹색 매 군단'이 점령한 가운데, 그 핵심지에서 주도권을 빼앗긴 "라 스칼로네타"에는 대개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질 뿐이었습니다. 뒤쪽에서 공 잡은 선수가 측면으로 짧게 내주거나, 단번에 상대 수비선 뒤를 노리거나. 전자는 진행 속도를 늦춰, 상대가 다시 자리를 잡고, 때로는 그 중앙에서 경비를 더 두텁게 하는 결과를 낳았고, 후자는 무수한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이어졌습니다. 단순히 수비선을 높이 당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수비선이 조직적으로 유지되도록 함이 매우, 어쩌면 더 중요한데, 르나르 감독이 선택한 맨 뒤 넷은 마치 한 몸이 움직이듯 그 조절을 잘했습니다. 한 달 조금 넘게 합숙하며 호흡을 맞춘 덕을 본 듯합니다. 수비의 주목받는 선수인 압둘레라흐 알암리(알 나스르 FC)가 경기가 거의 끝나서야 교체 출전했는데도 두 명의 중앙 수비수(하산 알탐바크티와 알리 알블리히)가 번갈아 가며 상대를 누르고, 그 비운 자리가 티 나지 않도록 '팀'이 메우는 등,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늪'을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으로 옮겨 왔습니다.

 

ⓒ Manan Vatsyayana/ AFP

 

 경기 시간 내내 밀리기만 하는 날에도 한두 번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높은 공 점유율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줄기차게 공격을 퍼부었지만, 오히려 에르베 르나르 감독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이 크게 밀리지는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후반 시작하고 얼마 안 된 시점, 두 번의 기회가 연달아 찾아오는데, 그 두 번에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를 뚫는 데 성공, 결국, 승부를 뒤집어 버린 '녹색 매 군단'입니다. 후반 3분경, 살레흐 알셰흐리가 먼저 골 맛을 봅니다. 리오넬 메시가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잡자, 중앙 수비수인 하산 알탐바크티가 수비형 미드필더, 압둘레라흐 알말키와 합세하여 그에게 달려들었고, 알말키가 공을 빼냈습니다. 1999년생, 만 스물셋에 불과한 알탐바크티는 압둘레라흐 알암리(1997년생)와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의 향후 십 년을 책임질 선수(오른쪽의 사우드 압둘하미드도 알탐바크티와 동갑입니다)로 평가받습니다. 대한민국이 사상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던 지난 2020 AFC U-23 챔피언십 태국에 참가해, 결승전에 뛰었고, 자국이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한 올해 대회에도 주전으로 활약했습니다. 이날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자리를 비우고 적극적인 수비를 펼쳐, 인상을 남겼는데, 그와 선발로 합을 맞춘 알리 알블리히가 1989년생, 그보다 꼭 열 살 많습니다. 다시, 알말키는 공을 탈취한 뒤, 앞으로 길게 찹니다. 피라스 알부리칸(만 스물둘로, 이날 선발 출전한 가장 어린 선수입니다)의 발에 맞고 알셰흐리에게 공이 흐르는데, 이때,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선수 간격이 크게 벌어져 있음이 드러납니다. 상술한 중원에서 로드리고 데폴의 위치와 레안드로 파레데스의 고립 문제(심지어 이 장면에는 데폴과 파레데스가 모두 메시 바로 밑에 서 있었던 탓에, 최종 방어선 앞이 유독 황폐했습니다)는 공격 시에'만' 알비셀레스테의 발목을 잡지 않았습니다. 현대 축구는 공격과 수비의 경계를 허물고, 점점 더 빠른 전환이 요구되는 터. 원치 않게 벌어진 선수 간격, 불균형한 대형이 단순히 "공격 전개의 답답함"에 그칠 리 만무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이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공을 소유하고, 빠르게 연결하자, 사실상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알부리칸, 알셰흐리 등과 정면 대치하게 됩니다. 니콜라스 탈리아피코가 뒤쪽에 머물렀고, 나우엘 몰리나도 재빨리 복귀했지만, 르나르 감독의 팀이 득점하기에 공격 숫자 둘이면 충분했습니다. 알부리칸의 발에 맞고 떨어진 공을 알셰흐리가 오른발로, 왼쪽으로 한 번 길게 차 놓으면서, 순간적으로 몸을 돌려야 했던 로메로(로메로는 왼쪽을 주시하고 있었는데, 알셰흐리가 그의 오른편으로 공을 차고 달려서, 상체를 돌려 따라가야 했습니다)가 반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알셰흐리가 부상 탓에 대회를 앞두고 소속팀에서 많이 뛰지는 못했어도, 그 뽐낼 해결사 기질이 미처 죽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왼발이 절묘하게 상대 골망을 가릅니다.

 

ⓒ Glyn Krik/ AFP

 

 그다음은 마침내, 알 힐랄 SFC 최고의 별이자, 지난해 AFC 챔피언스 리그 최고 선수(MVP)로 당당히 섰던 '에이스' 살렘 알두사리에게 걸렸습니다. 살레흐 알셰흐리의 골이 터지고 꼭 오 분여 만에, 페널티 구역 모서리 인근에서 알두사리가 오른발로 감은 공이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 골키퍼 손에 맞고 골문 안을 향합니다. 알두사리가 앙헬 디마리아와 나우엘 몰리나, 로드리고 데폴의 한가운데서 공을 잡고 뚫어 나오는데, 아무래도 성급하게 발을 냈다가 페널티킥을 허용할 위험성을 우려한 세 선수가 너도나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원체 개인 기술이 좋은 알두사리를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알두사리가 자신 있게 슈팅하는데, 뒤늦게 레안드로 파레데스가 미끄러지며 제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사 년 전, 러시아에서 이집트 대표팀과 경기에 후반 추가 시간, 결정적인 골을 터뜨려 조국에 '24년 만의 FIFA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안겨 주었던 알두사리는 만일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이 이번 대회, 놀라움을 일으킨다면, 그 중심에 있을 선수로 일찌감치 지목됐고, 이날,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울리는 골로 그 이유를 몸소 증명해 냈습니다. 이미 수비에서 자신감은 물이 올랐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에 이 한 골 차 우위는 주효했습니다. 심리적으로 쫓기기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더 심했고, 그들의 대형이 점점 더 무너지는 동안, 에르베 르나르 감독은 조금씩 수비선의 높이를 내립니다. 경기가 끝날 즈음에는 (어쩌면 축구광들에 더 익숙할) 틈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깊은 수비선이 쳐졌습니다. 이 뒤에 열린 같은 조, 멕시코와 폴란드의 경기는 득점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자연히 조 선두로 첫 번째 경기일을 마무리한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이지만, 그들에 남은 두 경기도 '똑같은 도전'입니다. 이르빙 로사노(SSC 나폴리)와 알렉시스 베가(클루브 데포르티보 과달라하라)가 버티고, 라울 히메네스(울버햄프턴 원더러스 FC)도 준비하는 멕시코 대표팀이나, 아르카디우시 밀리크(유벤투스 FC;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로부터 임대 이적), 카롤 스비데르스키(샬럿 FC) 등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FC 바르셀로나)를 보좌하는 폴란드 대표팀 모두, 르나르 감독의 팀이 방심하면, 언제든 그 수비를 무너뜨릴 무기를 보유했습니다. '녹색 매 군단'이 조별 단계가 모두 마무리되는 그날까지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Reuters

 

 비록 경기에 졌지만,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경기력이 끔찍한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중앙이 대개 막힌 와중에 기록한 85.23% 패스 정확도는 훌륭합니다. 교체 출전한 훌리안 알바레스도 나름대로 장기를 뽐냈고, 이번 시즌, 크리스토프 갈티에 감독이 부임한 파리 상제르망 FC에서 가공할 전반기를 보낸 리오넬 메시가 '그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준 점도 고무적입니다. 딱 한 가지, 벌어진 공격과 수비의 간격과 중원에서 선수들의 위치 문제가 노출됐는데, 그는 알비셀레스테의 공격 시 선택지를 줄여 버린 상대에 의해 어느 정도 강제당한 부분을 참작해 줄 여지가 있습니다. 바로 이어질 멕시코, 폴란드와 경기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 다음 일전에는 기도 로드리게스(레알 베티스 발롬피에)나 알렉시스 마크 알리스테르(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 FC)의 기용을 고려해 볼 만합니다. 기도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이 우승한 지난해 코파 아메리카에 작지 않은 역할을 했고, 마크 알리스테르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에서 경기력이 아주 좋습니다. 이번 대회에 들어오기 전, 마지막 가진 아랍 에미리트 연합국 대표팀과 친선 경기에는 마크 알리스테르가 레안드로 파레데스, 로드리고 데폴 등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큰 대회 도중에 선발 명단에 칼을 대기가 쉬운 일은 절대 아니지만,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면, 감독의 용감한 판단도 필요합니다. 다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페널티킥이 기예르모 오초아 골키퍼(클루브 아메리카)에게 막혔고, 그로부터 폴란드 대표팀이 멕시코 대표팀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첫판에 패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에는 아직 기회가 남았습니다. 통산 세 번째, 메시와는 첫 FIFA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던 팀이 조별 단계를 넘어, 단판 승부가 벌어지는 날까지 카타르의 잔디를 밟기 위해서는 이제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잡아야 합니다. 1990 FIFA 월드컵 이탈리아에는 첫 경기, 카메룬에 0 대 1로 패했지만, 결승까지(준우승했습니다) 내달렸던 역사가 있습니다. 스칼로니 감독과 팀이 그를 재현해낼 수 있을지, 긴장감이 가득한 두 경기가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