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유로 2024: 다시금 축구의 힘에 놀라는 중인데…

2024. 7. 4. 00:00Berlin

베를린 샬로텐부르크, 오이로파 센터 앞으로 마련된 UEFA 유러피언 풋볼 챔피언십 팬 미팅 포인트(li.)와 카이저빌헬름게데흐트니스키르헤 옆으로 솟은 대형 아디다스 광고(re.). [ⓒ jgseins__jh]

 

 

 24개 팀이 참가한 조별 단계와 16강 일정까지 모두 마치고, 어느덧, 여덟 개 팀(스위스와 독일, 잉글랜드,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튀르키예)만 살아남은 오늘. 절정을 향하는 가운데, UEFA 유러피언 풋볼 챔피언십은 이미, 곳곳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뿌리고 있습니다. 관중들에게, 정치권에, 전국 방방곡곡.

 코로나19 창궐로 인해 예정보다 일 년 늦게 치러진 지난 대회(UEFA 유로 2020)를 우승한 이탈리아가 스위스에 0 대 2로 완패, 16강 진출국 중 제일 먼저 짐을 싸고, 하나같이 탈락은 면했으되, 개막 전부터 "우승 후보"로 불린 사실이 무색하게도, 잉글랜드와 프랑스, 포르투갈 등, "강호들"이 아직 '최고의 모습'을 찾지 못한 상황 속, 조별 단계 총 36경기에 81골, 16강 여덟 경기에 19골 등, 지금까지 대회 44경기에 꼭 100골이 터져, "골 수가 너무 적어서 지루하다."라는 반응(비교를 위해, 지난 대회에는 조별 단계에 94골, 16강까지 123골이 기록됐습니다; 특히, 이번 대회, 잉글랜드와 덴마크,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등이 겨룬 C조에서 여섯 경기에 일곱 골밖에 나지 않아, 독일과 폴란드, 북아일랜드, 우크라이나가 속했던 팔 년 전 대회의 C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역대 UEFA 유러피언 풋볼 챔피언십 최저 득점 조'가 탄생했습니다)도 나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폴란드와 겨뤄, D조 선두를 차지한 오스트리아 대표팀(16강전에 튀르키예에 패배)과 벨기에를 제치고 E조 1위를 달성한 루마니아 대표팀(16강전에 네덜란드에 패배) 이야기, 큰 대회서 역사상 처음으로 조별 단계를 통과하는 기염을 토한 조지아 대표팀(16강전에 스페인에 패배)과 준결승전에 진출, 최고 성적(4위)을 냈던 2008년 이후, 16년 만에 다시, 준준결승에 오르는 문턱을 넘은 튀르키예 대표팀의 선전 등, 기대하지 않은/기대보다 큰 즐거움을 주는 이번 대회입니다.

 대회를 개최한 독일에서는 전국 어디를 가나, 다시금, 축구의 힘에 놀랍니다. 출근을 해서도, 학교에 가서도, 누구를 만나든, 축구 얘기가 빠지지 않습니다. 아직, 열흘 넘는 여정이 남았으나, 이곳에서 오래도록, 많은 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광경들이 펼쳐지기는 진작입니다. 일례로, 대회 개막 직전까지, 모두가 극우 정당들이 광풍을 일으킨 지난 유럽 의회 선거 결과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그는 오늘, '저녁 식사 논제'에서 뒷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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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유로 2024 경기를 여는 주요 도시 중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함부르크, 라이프치히, 뮌헨, 프랑크푸르트암마인의 풍경. [ⓒ jgseins__jh]

 

 일찍이, 독일 관광청(Deutsche Zentrale für Tourismus (DZT))은 UEFA 유러피언 풋볼 챔피언십이 하나의 스포츠 대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 국내 관광 산업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지난달, 대회 개막 전에 발표된 이들의 보도 자료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등, 세 개 강력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경기 관람을 위해 입국하는 응답자의 92%가 '경기 일자 외 체류'에도 관심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38%가 경기가 열리는 도시에서 최대 삼 박을 계획했으며, 14%는 사흘간, 경기가 열리는 도시와 그 교외를 돌아보고 싶다고 전했고, 40%는 독일에 사 박 이상 머물고자 한다고 답했습니다. DZT를 이끄는 페트라 헤도르퍼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이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FIFA 월드컵을 개최했던 지난 2006년 여름의 "동화(Sommermärchen 2006)"처럼, 독일을 '우호적'이고 '국제적'인 국가로 지속 가능하게 소개하여, 여행지로서 방문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대회가 개막하고 반 정도 흐른 지금까지는 그 바람이 어느 정도 현실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독일과 스코틀랜드의 UEFA 유로 2024 공식 개막전(독일이 5 대 1로 크게 이겼습니다)을 앞두고, 십만 명 넘는 스코틀랜드 축구광이 뮌헨을 찾았고, 폴란드와 네덜란드가 맞붙은(조별 단계 D조 1차전; 네덜란드가 2 대 1로 이겼습니다) 함부르크에서는 사만여 네덜란드 축구광이 특유의 오렌지색 상의를 입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형형색색, 노래하고 방방 뛰는, 쾌활한 행렬을 연출했습니다.

 독일 관광청은 결승전까지 총 51경기에 270만 관중, 곳곳에 마련된 팬 구역 등 시내에 700만 방문객을 예상했는데, 폐막까지 일곱 경기를 남긴 현재, 공식 집계 결과, 227만 3,368명이 아홉 개 도시의 거대한 경기장에 입장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270만에 조금 못 미치는 관중 수 달성이 가능합니다. 조별 단계 첫 번째 일정에는 전체 열두 경기 중 세 경기(베를린에서 스페인과 크로아티아의 경기, 겔젠키르헨에서 세르비아와 잉글랜드의 경기, 라이프치히에서 포르투갈과 체코의 경기)를 빼고 모든 자리 매진됐고, 이 회전에는 폴란드와 오스트리아의 축구광들이 그 큰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도 가득 메웠습니다. 독일이 속했던 A조 여섯 경기의 표는 모두 팔렸습니다. 결승전이 열리는 내주 일요일(14일)에는 베를린 시내 숙박업소 팔 할의 예약이 이미 지난 5월 말에 꽉 들어차기도 했습니다. 여러 호텔의 일박 숙박료가 평소의 서너 배까지 뛰었는데도 그러니, 이곳의 어마어마한 "축구 열기"를 가늠할 만합니다.

 

 

자국에서 열린 UEFA 유러피언 풋볼 챔피언십, 거리 행진에 나선 독일의 축구광들. [ⓒ Fan Club Nationalmannschaft/ Michalzik]

 

https://youtu.be/GwTveAHmDp8?si=4gms_Xh9_PJMBt9j

 

 다양한 집단이 모이니, 재미있는 일화가 이곳저곳에서 피어납니다. 대회 초반부터, 스코틀랜드 대표로 영국 해협을 건너온 키어런 티어니(아스널 FC)가 휴대전화를 공중화장실에 두고 나오는 실수를 했는데, 독일 팬들이 그를 찾아서, 익살스러운 셀피를 남긴 뒤, 경찰의 손에 넘겨,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 있었고, 뒤셀도르프에서는 프랑스와 한판을 앞두고 경기장을 향하던 오스트리아의 축구광들이 자택 발코니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에게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인사해, 오직 그를 위한 작은 축제를 열어주기도 했습니다.

 독일에 거주하는 수많은 튀르키예계 이민자를 근거로, 이번 대회를 "우리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라고 농담 삼아 부르는 튀르키예 축구광들은 그들 대표팀이 경기에 이길 때마다, 전국 각지에서 포효합니다. 베를린 샬로텐부르크, 오이로파 센터 앞에 마련된 팬 미팅 포인트를 그들보다 잘 활용하는 무리도 없습니다. 늦은 밤에 그들이 울려대는 자동차 경적이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라이프치히에서 오스트리아 대표팀을 2 대 1로 꺾은 어젯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자정이 다 된 시간에 큰 소리를 내니, 때와 장소에 따라, 집단 간 싸움으로 번질 법도 한데, 경찰들이 항시 그러한 일을 경계하고 있기도 하지만, UEFA 유로 2024 개최국이 다름 아닌, "축구에 미친 나라", 독일이라는 점이 그러한 위험을 대개 제거해 줍니다. 서로 축하하고 웃어넘기기가 진정한 "축제"에는 더 어울립니다.

 최근 몇 년간, 그 거대한 팬 집단을 때때로 실망하게 했던 독일 대표팀은 준준결승까지 순항하며, 높이 납니다. 6월 14일, 뮌헨, 6월 19일, 슈투트가르트, 6월 23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 그리고 6월 29일, 도르트문트에 운집(당연히 모든 경기 매진됐습니다)한 축구광들의 시선은 다시 내일모레, 슈투트가르트로 향합니다. 자말 무지알라(FC 바이에른 뮌헨)의 현란한 발재간과 "마지막 춤사위"에 나선 토니 크로스(대회 종료 후 은퇴를 예고했습니다)의 '놀랍도록 높은' 패스 정확도, 조별 단계 최종전 막바지, 극적인 동점 골로 독일 대표팀을 A조 선두로 이끈 니클라스 퓔크루크(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강력한 물리 힘이 이들을 사로잡습니다. 2006 FIFA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헤어버트 그뢰네마이어가 발표했던 주제가, <Zeit, dass sich was dreht>를 올 초, 베를린 베딩 출신의 래퍼, $oho Bani가 재해석해서 낸 음원이 대회 기간, 최고 인기를 누립니다. 스페인이라는 매우 강한 상대와 외나무다리 싸움을 앞두고 있지만, 그간 쌓인 숱한 문제가 갑자기, 전부 쉽게 풀리는 듯합니다. 대회를 앞두고 날 선 비난의 대상이 됐던 분홍색 원정 유니폼조차, 이제는 잘 팔리는 상품 중 하나가 됐습니다. 어제도 베를린 아디다스 매장에는 이 유니폼을 구매하고자 대기하는 이들이 장사진을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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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셰들리히(그뤼네)는 나치 건축물로서 역사가 깊은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은 우익 극단주의 단체들에 조금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 jgseins__jh]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이 모여서 꼭 밝은 일만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심각한 물리적 충돌만 잠재적인 경계 대상이 아닙니다. 그에 대해서는 연방 경찰이 이미, 매일, 22,000여 경찰관을 투입해, 국경과 공항, 철도 교통 등을 보호하는 데 힘을 다하고, 경기마다 위험도를 예측 평가하여, 그 수준에 따라, 다른 강도의 보안 지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별 단계, 잉글랜드와 세르비아의 대결과 같이, "위험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된 경기에는 경기장에서 알코올 성분이 들지 않은 맥주만 판매하는 등의 방식입니다. 낸시 페저(SPD), 연방 내무부 장관은 긍정적인 중간보고를 받았다며, 갈수록 같은 날 열리는 경기가 줄어드는 대회 후반부에는 자원을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문제는 다시, 지난 유럽 의회 선거 결과에도 드러난, 극우 세력의 큰 기지개입니다.

 당장 독일과 스코틀랜드의 대회 공식 개막전이 끝나자마자, 브레멘과 로스토크 등지에서 일부가 반유대·인종차별적인 구호와 나치식 경례 등으로 독일의 쾌승을 축하해서 경찰에 붙잡혔고, 텔레그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세력을 키우며, 우익 극단주의 사고를 숨기지 않는 한 헝가리 단체는 "Black Lives Matter" 구호와 시위의 무릎을 꿇는 행동에 영감을 받은, 한편으로 그를 조롱하는 걸개를 들고 경기장에 등장했습니다. 스페인과 크로아티아의 조별 단계 경기를 앞두고는 일부 크로아티아 관중이 보스니아 전쟁 당시, 무슬림 학살에 관여한 전범, 슬로보단 프랄랴크에게 경의를 표한다거나, 반유고슬라비아 분리주의 운동 조직, 우스타샤의 민병대 문장을 지니고 나타나, 주변을 위협했습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에서 날아온 소수가 그리스 영토 일부와 북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코소보 영토 전체가 포함된 "대알바니아" 지도와 코소보 해방군 기호 앞에 연합했고, 잉글랜드와 세르비아의 조별 단계 경기도 여러 우익 극단주의 논란의 장이 됐습니다. 그 외, 대회 개최 도시 전반에 심심치 않게, 극우 세력의 상징으로 널리 쓰이는 켈트 십자가가 등장했고, 이러한 사례의 열거에는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어젯밤, 오스트리아와 튀르키예의 16강전에는 홀로 두 골을 집어넣고 조국을 준준결승에 끌어올린 메리흐 데미랄(알 아흘리 SFC)이 독일에서 연방헌법 수호청의 감시(독일 내 운동원 12,100명 추산)를 받는 튀르키예 초국가주의 "윌퀴쥐(Ülkücü)" 운동을 지지하는 세력, 일명 "회색 늑대들(Graue Wölfe = Bozkurtlar)"의 "늑대 경례"를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독일에서 그 행위만으로 처벌받지는 않지만, 튀르키예 극우 세력의 상징이 이 땅에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UEFA가 데미랄의 행동에 대한 조사에 막 착수합니다.

 그들은 유러피언 풋볼 챔피언십이 관용과 다양성의 가치를 드러내기를 바란다고 선전하지만, 수년간 축구와 훌리건 주의, 우익 극단주의 구조의 역학 관계를 다루어 온 작가, 로버트 클라우스는 축구는 때때로 국가적 힘의 상징이었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거대한 사건의 무대로 서곤 했다며, 근래에는 (특히 동유럽 국가들에서) 축구 경기장이 행동주의에 취한 일부 극우 세력이 조직원을 모집하는 장이 됐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베를린 시의회 의원인 클라라 셰들리히(그뤼네)는 나치 건축물로서 역사가 깊은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이 우익 극단주의 단체들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그곳에서 열리는 UEFA 유로 2024 결승전이 네오나치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보안 당국은 폭력적인 폭동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낸시 페저 장관이 장담한 "연방 경찰의 높은 존재감"과 질서 유지의 시험대가 그곳에 웅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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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유로 2024 개막을 앞둔 이 주간, 알렉산더플라츠를 중심으로, 베를린 미테에서만 25번의 노숙인 '퇴거' 명령이 있었습니다. "깨끗한 거리 만들기" 일환인데, 거대한 스포츠 행사는 이러한 사회적인 그림자를 반짝 끄집어내서 잠시 걷어내는 효과를 내곤 하지만, 아직은 대회가 마무리된 뒤, 베를린의 거리가 얼마나 "깨끗해질지" 알 길이 없습니다. [ⓒ jgseins__jh]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UEFA 유로 2024 경기가 열리는 독일의 주요 도시들은 물론, 지금 이 대회의 폐막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막이 오르는 하계올림픽의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 조금 멀게는 사 년 뒤, 하계올림픽 현장이 되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 거대 스포츠 행사를 앞둔 세계 대도시들의 공통된 외침, 목표 중에는 "깨끗한 거리 만들기"가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도시 구석구석 경관을 가꾸고 하천의 쓰레기를 없어지게 하여 청소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거리의 걸인, 노숙인도 '제거' 계획의 대상이 되는데, 이는 특히, 연중 날씨가 좋기로 소문이 나, 역설적으로, 사방과 하늘을 가리지 않고, 집 밖에서 잠을 자기에 최적의 땅이 된 로스앤젤레스시에 주되고 중요한 고민거리를 제공한다는 풍문입니다. 거리에 그들의 존재가 주최 측이 그리는 이상적인 그림에 들지 않으며, 관광객들의 눈에 보이기 싫은 단면이라는 점에 기인합니다.

 독일도 '준비'를 철저히 했습니다. 베를린에서도 알렉산더플라츠를 중심으로, 미테에서만 UEFA 유로 2024 개막을 앞둔 이 주간, 25번의 노숙인 '퇴거' 명령이 있었습니다. 베를린 중앙역 한가운데 가만히 서서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소매치기를 조심하세요!"와 같이 으레 전파되는 외침에 더해, 최근에는 "조직화한 걸인 집단"을 경고하는 말이 들립니다. 도이체 반(Deutsche Bahn)이 유럽 각지에서, 아니,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방문객들에게 조심하도록 미리 주의를 주는 무리는 대개, 신문을 팔며 구걸하는 노숙자들입니다. 그중 다수가 루마니아 출신이라는 배경 이야기를 들으면, 자칫, 이 안내 방송이 독일에서 그들에게 혐오의 사회적인 낙인을 찍을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울립니다.

 거대 도시가 형성된 뒤로 좀처럼 끊어지지 않는 이 어려운 문제를 풀 열쇠 중 하나는 결국, 노숙인들이 더 오랜 시간, 몸을 누이며 머무를 장소를 내주는 데 관한 방책입니다. 당장 주택이 부족한 현실 속, 쉬운 일이 절대 아니지만, 베를린에서는 그래도, 하케셔 마크트를 비롯한 몇몇 군데에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때로 그 시설들이 일부 노숙인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지만, 또 일부는 다른 구역, 거리로 옮겨 가, 자기 '운'을 시험하려 합니다. 다수가 즐기는 큰 스포츠 행사는 이러한 사회적인 그림자를 반짝 끄집어내, 잠시, 걷어내는 효과를 내곤 합니다. 아직은 대회가 마무리된 뒤, 베를린과 독일 아홉 개 도시의 거리가 얼마나 "깨끗해질지" 알 길이 없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UEFA 유러피언 풋볼 챔피언십 역사상 처음으로, 종이로 출력되는 표 없이, 모든 표가 전자화해 발행됩니다. 암표 거래를 근절하기 위해 UEFA가 내놓은 방책인데, 정작 암시장 푯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습니다. [ⓒ dpa]

 

 한편, UEFA는 기승을 부리는 암표상들 때문에도 골머리를 앓습니다. 애초, UEFA는 이번 대회를 암표 거래를 뿌리 뽑을 기회로 삼고자 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종이로 출력되는 표를 없애고, 전자화한 표만 발행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주최 측은 누가 표를 소유했는지 추적할 수 있는데, 암표 거래가 이루어져서 두 번째 구매자에게 표가 양도될 때도 앱을 통한 전송만 허용돼, 구매자의 이메일 기록이 남습니다. UEFA는 이 원리를 도입한 이번 대회 개막 전, 오천만 번 넘게, 표를 구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는데, 불법적으로 제공되거나 양도된 표 일만 장가량이 취소됐다며, 모든 표를 전자화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당당히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전 대회들과 비교해, 경기장 밖에서 구할 수 있는 표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기자들의 증언이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암시장 푯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습니다. 60유로짜리 표가 400유로, 700유로를 쉽게 넘어가더니, 급기야는 장당 1,300유로를 주고 코드를 구해 앱에 등록한 뒤, 입구로 질주하는 베트남 청년들의 모습까지 목격됩니다. 일반적으로 경기 시작이 가까워져 올수록, 자기 손에 들린 표를 모두 처리하려는 암표상의 마음이 급해져, 거래되는 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인데, "비정상적으로 과열된" 이번 대회 암시장에는 오히려, 그 반대로, 꾸준히 값이 오르는 기현상이 포착되곤 합니다.

 대회가 진행될수록, 경기 입장권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식적인 창구로 표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에 가깝습니다. 살아남은 국가의 축구 협회마다 일정량이 할당되면, 각 협회는 그를 독자적으로 분배할 수 있습니다. 준준결승에 스페인과 격돌하는 독일의 경우, 오만 명 넘는 공식 국가대표팀 팬클럽 회원 안에서 표 판매가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협회에서 취소되는 표가 생기면, UEFA를 통해 일반에 풀리는데, 그 수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결국, 누군가는 빈손으로 남고, 다시, 암시장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준준결승전이 열리는 네 개 경기장의 제일 저렴한 '공식' 푯값은 60유로, 일반 조별 단계 경기의 꼭 두 배입니다. 준결승전에는 80유로, 결승전에는 95유로부터 시작하며, 특히, 마지막날, 일등석의 경우, 1,000유로를 찍습니다. 암표상들이 음흉한 미소를 짓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버려지는 종이의 양을 줄이려고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 동물원 등의 입장권조차 대거 전자화하는 최근 흐름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UEFA가 회심의 '전자 티켓' 수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더욱 빈틈없는 연구를 통한 보완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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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영향력자, 크로아티아의 이바나 크뇔. 하지만, 많은 축구광이 영향력자들이 입장권을 선물 받는 경로, 경기장 방문의 진의를 의심하며, 피로감을 나타내고, 급기야는 그들에게 제공되는 좌석과 "진정한 팬 구역"의 분리까지 요구하고 나섭니다. [ⓒ Odd Andersen/ AFP]

 

 다시, '그래도' 이번 대회는 만인에게 '다시금' 축구의 힘을 깨닫는 주요 계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를 의심하는 사람을 설득하기에는 독일 대표팀 경기가 있는 날, 시내에서 기나긴 행렬에 동참하게 하거나, 승리의 순간, 튀르키예 응원단 사이에 잠시 밀어 넣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동네 식당에서 가족과 저녁 식사를 하다가도 축구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철입니다.

 끝으로 특기할 만한, 뭇 축구광이 눈살을 찌푸리도록 만드는 요소를 고발한다면, 경기장마다 등장하는 소위 "영향력자(Influencer*innen)" 무리와, 오스트리아와 튀르키예의 16강전을 두고 어젯밤을 뜨겁게 달군 중계권 소동을 들 수 있습니다.

 팬들이 가뜩이나 경기 입장권을 구하기가 힘든 마당에, 많은 영향력자가 광고 목적으로, 무료로, 표를 받습니다. 크로아티아 유니폼을 입었든, 가슴에 삼 사자를 달았든, 얼굴에 검은색-빨간색-노란색을 어떤 배열로 칠했든, 주요 경기가 열리는 곳에, 수십, 수백만 팔로워를 거느린 영향력자가 있습니다. 이들이 찍어서 공유하는 사진, 영상이 뉴 미디어에 쏟아지며,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조회/재생되고, 그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다시 생산해 내나, 대부분, 그 필수성에 관한 공감을 얻지 못합니다. 이들에게는 UEFA 협력사 또는 후원사에 독점적으로 예약되는 좌석이 제공돼, "일반 축구광"이 경기장에 발을 들이는 데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이 "지인"을 통해 입장권을 얻는 경로는 자주, 불분명합니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를 경험하는 독일의 축구광들은 영향력자들이 축구와 경기장에서 경험을 널리 알리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저널리즘 보도와는 달리, 사적인 영상 창작의 부가 가치는 의심스럽다고 일갈합니다. 결국, 다소 역설적으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영향력자들에 대한 피로감과 공격의 해시태그가 공유되며, 그들에게 제공되는 좌석과 "진정한 팬 구역"의 분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비단 이번 대회에만 국한돼 나타나는 흐름이 아니므로, 향후, 협회와 관계사들의 더욱 정교한 접근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도이체 텔레콤의 자회사인 마겐타TV는 이번 대회, 다섯 경기를 독점 중계했는데, 어제, 오스트리아와 튀르키예의 16강전 송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간밤에 숱한 공격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 Deutsche Telekom]

 

 어제, 독일에 거주하는 많은 튀르키예 축구광은 조국의 경기를 시청하지 못했습니다. 경기가 공영 방송을 통해 무료로 TV 중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스트리아와 튀르키예의 16강 경기는 도이체 텔레콤(Deutsche Telekom) 자회사인 마겐타TV(MagentaTV)를 통해, 스트리밍만 할 수 있었습니다. 부랴부랴 마겐타TV 구독에 나선 이들은 "지겹도록 긴" 주문 과정과 "끝이 보이지 않는 인내심 시험"에 부딪혔습니다. 순간, 오만 명이 대기 줄에 갇히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에, 튀르키예 출신의 독일 정치인들은 물론, 라이프치히에서 뛴 두 국가대표팀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축구광들조차 소셜 미디어에서 분노의 말을 쏟아냈고, 끝내, 마겐타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무료'로 중계가 송출되는 촌극이 빚어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오 년 전, 도이체 텔레콤이 UEFA 유로 2024의 독일에서 완전한 미디어 권리를 확보한 데 있습니다. 이후, 그들은 그 상당 부분에 관해, ARD, ZDF와 대형 거래를 단행, 이번 대회 총 34경기의 중계권을 내주는 대신, UEFA 유로 2020 전 경기와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전 경기의 중계권을 받았습니다. 마겐타TV가 독점한 경기가 지금껏 다섯 번 있었으며, 어제 경기가 그 마지막입니다. 준준결승부터는 ARD와 ZDF, RTL 텔레비전(나머지 12경기 중계)이 모든 경기를 나누어서 방송합니다. 어쩌면, 그토록 많은 축구광이 불편을 겪지만 않았어도, 큰 '소동'이 일어나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농후해, 도이체 텔레콤으로서는 다소 억울할 법도 하지만, 이번 대회, 중국과 카타르로부터 온 "사악한 배경 광고"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한편으로, 정작 국가 기관이 30%를 소유하는 회사에서 안정적인 스트리밍 환경조차 구축하지 못하고 특정 경기 중계를 독점하려 했다며, 과연, 독일은 "산업 중심국"으로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수위 높은 공격도 있습니다.

 아무쪼록, 가능한 한, 누구든지, 수많은 축구광의 흥을 깨고 싶지는 않을 터입니다. 그들이 "미친 듯한 꿈의 잠"에 들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열기가 식지 않고 지속되며, 그들이 이 낮잠의 끝에 여러 지표와, 여러 계층과 손 붙잡고 깨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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