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 08:00ㆍBerlin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던 신호등 연합(적색의 독일 사회민주당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SPD), 황색의 자유민주당 =Freie Demokratische Partei (FDP), 그리고 녹색의 동맹 90/녹색당 =Bündnis 90/Die Grünen (Grüne))이 깨지고, 독일은 바삐 선거 정국에 돌입했습니다. 이달, 연방의회 선거가 예정됐는데, 새로이 들어설 정부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ZDF(Zweites Deutsches Fernsehen) 설문 결과에 따르면, "당장 이번 일요일에 연방의회 선거가 열린다면" 우니온(독일 기독교 민주 연합 =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Deutschlands (CDU), 그리고 바이에른 기독교 사회 연합 =Christlich-Soziale Union in Bayern (CSU))에 표를 던지겠다는 응답이 29%(전주 대비 1% 하락)로 가장 많았고,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 (AfD))이 21%(전주 대비 증감 없음) 지지를 얻어, 차순위에 올랐습니다. 그 뒤로 SPD 15%, 그뤼네 14%, 링케(좌파당 =Die Linke) 5%(이상 전주 대비 증감 없음), FDP와 동맹 자라 바겐크네히트(Bündnis Sahra Wagenknecht (BSW)) 4%(FDP 전주 대비 증감 없음; BSW 전주 대비 1% 상승) 등이 따랐습니다. 종합할 때, 역시 연립정부(연정) 구성은 필요하나, 우니온 후보로 나선 프리드리히 메르츠(CDU)가 새로운 연방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이 큰 오늘입니다.

지난해 11월 6일, 독일연방공화국 총리, 올라프 숄츠(SPD)가 내각 회의실에서 연방 재무부 장관이자, FDP 당대표인 크리스티안 린트너에게 말했습니다. 더는 그를 자기 내각의 일원으로 두지 못하겠다고. 한동안 방 안에 흐르던 침묵을 깨고 린트너는 알겠다고 답했고, 그렇게 신호등 연합의 연정이 깨졌습니다. FDP 소속인 마르코 부시만, 연방 법무부 장관과 베티나 슈타크바칭어, 연방 교육연구부 장관의 사임이 곧장 뒤를 이었습니다. "노란불"을 담당하던 또 다른 인사, 폴커 비싱, 연방 디지털교통부 장관은 내각에 남는 대신(그는 인제 연방 법무부 장관도 겸하고 있습니다.), 탈당을 선택했습니다. 한밤에 신호등 불을 꺼뜨리기로 한 회담으로부터 아흐레 뒤, <<차이트>>는 FDP와 린트너가 전부터 겉으로는 타협점을 찾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를 계속하는 체하면서도 실은 연정을 깨기 위해 뒤에서 움직여 왔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유명 주간지는 2024년 11월 6일이 그들이 "(연정을 깨뜨리는) 당일"로 예정한 날로부터 고작 이틀가량 전이었으며, 2024년 10월 말일에 발행한 "경제 전환(Wirtschaftswende)" 정책 문건을 FDP 내부에서 "어뢰(Torpedo)"라고 불렀다고 썼습니다. 이후 보도된 여러 내용으로 미루어, 숄츠 총리는 이러한 낌새를 막 인지했던 듯합니다.
사실, 신호등 연합의 연정은 초장부터 위기와 함께했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올라프 숄츠가 무려 16년 만에 앙겔라 메어클(CDU)로부터 연방 총리직을 인수했는데, 그로부터 꼭 석 달여 만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인접한 국가를 침략했습니다. 현전하는,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안보 위협과 에너지 위기,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소비 가격 인하 없이 소비재, 특히 포장된 음식류의 크기 또는 무게가 줄어듦), 인플레이션의 분명한 촉발점이었습니다. 넓은 정치 스펙트럼에서 중도좌파로 분류되는 SPD, 좌파인 그뤼네, 중도우파인 FDP가 뭉쳐, 안 그래도 서로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던 참입니다. 총리는 자기 정책이나 만인이 쉬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에 관해 '자주' 침묵을 지켰고, 로버트 하베크, 연방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그뤼네는 재작년, 그들이 "난방법(Heizungsgesetz)" 논의 과정에서 보인 독단적인 행보와 고자세로 나쁜 여론에 부딪혔습니다. 2023년 11월 15일, 칼스루에의 연방헌법재판소(Bundesverfassungsgericht)에서 내놓은 판결 하나는 불난 집에 부채질했습니다. SPD와 그뤼네는 코로나19 대응 예산으로 마련된 600억 유로를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 예산으로 전용하고자 했는데, 연방헌법재판소는 이 시도가 위헌적이라고 했습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는 어려운 중에도 "국가부채 제동장치(die Schuldenbremse)", 곧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연방 정부가 연간, 최대, 명목 국내총생산의 0.35%까지만 구조적인 채무를 질 수 있도록 (헌법에) 명문화한 원칙을 개헌 없이 유지하려 했습니다. 지금 바로 국가가 나서서 사회기반시설, 개혁에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몹시 큰 부담을 지우는 꼴이 된다는 SPD, 그뤼네와 강경하게 맞섰습니다. 후에 돌아보며, 린트너는 이 판결 직후에 연정 합의서를 다시 썼어야 한다고 후회 아닌 후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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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어리의 울타리와 코티의 그라피티 분쟁 - 이리저리 치우친 사회에서
Äh, dass ich hier bin, ich fühl' mich sofort schuld Schulden von Familie Für jetzt muss ich das Geld irgendwie hol'n, irgendwie, egal wie Dass ich's zu unser Zuhause schicken kann … Auf dem Spielplatz liegen Nadeln im Sand Racial Profiling, Schi
baumhaus.tistory.com
신호등 연합의 와해 이후 발표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라, 우니온이 다시 연방 정부를 이끌 기대에 부풀었다면, SPD와 그뤼네, FDP는 AfD 광풍에 밀려, 가까스로 반등을 노리는 실정입니다. 특히, 연정이 깨진 데 대한 책임론의 강한 공격에 부딪히기도 한 FDP는 군소 정당으로 돌아가거나, 심지어는 원내 진입을 걱정해야 합니다. 올라프 숄츠와 신호등 연합은 다양한 영역에서 신뢰를 잃었습니다.
2024년 5월 31일, 만하임 마크트플라츠. 아프가니스탄 출신 난민이 흉기를 휘둘러, 여섯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그중 목을 찔린 경찰관이 병원으로 이송된 지 이틀여 만에 운명했습니다. 2024년 8월 23일, 졸링엔. 시리아 출신 이슬람주의자가 세 명을 살해했습니다. 2024년 12월 20일, 막데부르크의 크리스마스 시장(Weinachtsmarkt).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망명해 온 한 정신과 의사가 차를 몰고 돌진하여 여섯 명이 목숨을 잃고 300명가량이 다쳤습니다. 그리고 2025년 1월 22일, 아샤펜부르크.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정신과 환자가 칼을 휘둘러, 모로코계 두 살배기와 41세 남성이 희생됐습니다. 연이어 발생한 이 네 번의 흉악 범죄가 연방공화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 했고, 과연 우리가 일상 가운데 안전한지, 보안 당국은 이러한 위협에 맞설 준비가 충분히 돼 있는지에 관한 물음표를 본격적으로 띄웠습니다. 연방범죄수사청(Bundeskriminalamt)의 장인 홀거 뮌히는 지난 2021년의 연방의회 선거 이후 국내 안전 보장에 대한 전환점이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폭력 범죄 발생 빈도가 뛰었고, 대도시에서는 마약 소비가 급증했습니다. 매일 지나는 거리에서 범죄자 혹은 극단주의자를 만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뭇사람을 괴롭힙니다. 선거학과 정치학 연구를 수행하는 베를린의 인프라테스트 디마프(Infratest dimap)가 독일 제1공영방송, ARD(Arbeitsgemeinschaft der öffentlich-rechtlichen Rundfunkanstalten der Bundesrepublik Deutschland) 의뢰로 지난해 7월에 진행한 설문 결과, 독일 국민 다섯 명 중 두 명(40%)이 개방된 장소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터입니다. 경찰 범죄 통계에 인구 십만 명당 폭력 범죄 건수가 254건으로 집계되고, 그중 심각한 신체적 상해는 183건, 절도 53건, 살인과 과실 치사가 세 건 수준입니다.

러시아로부터 위협도 존재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독일의 외교 관계는 급속도로 얼어붙을 운명이었습니다. 독일은 끝내 우크라이나에 전쟁 무기를 지원하고 나섰고, 크렘린은 독일의 군사적, 정치적 기밀을 빼내려는 시도를 늘렸습니다. 정보기관인 연방헌법수호청(Bundesamt für Verfassungsschutz)의 장을 역임(2018년부터 2024년까지)한 토마스 할덴방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국내 간첩 활동이 과거, 냉전 시기의 그 활발했던 수준에 도달했다 밝혔습니다. 독일에 있는 러시아 외교관 상당수가 거기 동원된다는 보도가 있었고, 실제로 수십 명이 그러한 이유로 추방됐습니다. 주요 인력 일부를 잃은 푸틴 대통령은 조작된 신분으로 첩자를 보내거나, 독일에 거주하는 러시아인을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유럽 의회 선거에 AfD가 집행위원장 후보로 내세운 막시밀리안 크라도 올리가르히(Oligarch), 러시아 정보기관과 친해, 러시아 간첩으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유럽 의회에 접근할 권한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곤욕을 치렀습니다. 스위스에서 독일어권 주요 신문 하나인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Neue Zürcher Zeitung)>>은 방첩이 약한 독일 정보기관은 러시아의 간첩 활동으로부터 스스로 방어할 준비가 거의 안 돼 있다고 썼습니다. 독일은 "러시아 간첩 천국"으로 그려지고야 말았습니다.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 이겨 다시 집권하며, 독일은 더욱 독립적인 힘을 키워야 하는데, 특히 디지털 세상에서 독일 정보기관의 방첩은 비교적 약하다고 평가받습니다. 당장 작년에도 독일 정당들에 대한 러시아 해킹 집단의 사이버 공격이 드러났습니다. 신호등 연합은 국내 안전 보장에 관한 주제에 좀처럼 뜻을 모으지 못했습니다. SPD와 그뤼네, FDP가 하루가 멀다고 다툰 지점이 총기 등 무기 취급을 규제하기 위한 법(Waffengesetz)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만은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정보 저장에 관해서도 그들은 서로를 마주 보고 으르렁거렸습니다. 그들은 대개 새로운 정보 보안법(IT-Sicherheitsgesetz)에 회의적인 자유주의 의제에서 시작했습니다.
오늘, 우니온과 SPD는 각자 선거 운동에 보안 당국과 인공지능 등에 더 많은 접근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범죄자를 더 잘 식별하려면, 각 인터넷 사용자의 정보를 일정 기간 저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검은색(우니온)과 빨간색(SPD)의 가능한 새로운 연정은 새로운 범죄자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도입도 추진합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이버 보안 강화에만 수십억 유로가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2022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한 뒤에 이루어진 특별 예산 편성 과정에 우니온은 사이버 보안을 빼고, 연방 국방력 강화에만 그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삼 년 남짓한 사이에 억눌린 수요는 한 번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입니다. 결국, 몇몇 법 전문가는 기본법(Grundgesetz)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목소리 높이는데, 새로운 연방 정부는 모든 연방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지 않으며 강화한 보안을 제공하기 위해 어려운 균형을 맞춰야 합니다.

아샤펜부르크에서 사건 이후, 우니온의 연방 총리 후보인 프리드리히 메르츠(CDU)는 급해졌습니다. 지금껏 추세를 보면, 이렇게 끔찍하고 잔인한 범죄가 독일 사회에 충격을 줄 때마다 정치적으로 AfD가 웃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극적인 틱톡 영상을 올려 군중의 불안 심리, 분노를 자극하고 그로부터 이득을 보는 데 이미 도가 텄습니다. 연방의회 선거에서 AfD의 지지율 상승은 우니온이 그만한 손실을 각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감수할 의향이 없었던 메르츠는 자신의 "다섯 가지 핵심 계획"을 발표, 연방의회 투표에 부쳤습니다. 제 딴에는 (AfD에 대하여) 영리하게 선수를 쳤다고 생각했으니, 그가 내놓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인접한 모든 국가와 국경의 영구적인 통제.
- 신변의 보호를 요청하는지와 무관하게, 유효한 입국 서류를 소지하지 않은 모든 사람에 대한 입국 금지 (유럽 연합 회원국은 이미 그들에게 안전한 땅이므로).
- 빈 막사와 컨테이너 건물을 활용, "독일을 떠나야 하는 사람"에 대한 구금. 본국 송환은 매일,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로도 정기적으로.
- 각 주 정부가 추방 의무를 이행하도록 지원하며, 연방 경찰이 추방 또는 출국 대기 구금을 위한 체포 영장 신청 가능.
- 추방 대상 범죄자 또는 위험 인물은 자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추방되기 전까지 무기한 구금.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중도"를 비판하며 다수결 원칙에 기대어 지고기양했습니다. 그가 연방의회 표결에 부친 다섯 가지 핵심 계획안은 (주로) AfD가 보탠 거대한 힘 덕택에 지난 수요일, 과반의 찬성표를 얻어 통과됐습니다. 메르츠는 이로써, AfD가 "마침내", 나치 시대의 부끄러운 역사에서 얻은 교훈으로 우익 극단주의 세력과 정치적인 협력을 금기시한 "방화벽(Brandmauer)"을 허물고 조명을 차지하도록 해 준 야당 당수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그나마 금요일에 표결된 "유입 제한법(Zustrombegrenzungsgesetz)"은, 이번에도 AfD가 (행사되지 않은 한 표를 제외하고)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지만, FDP가 노선을 바꾸면서 가까스로 과반에 미치지 못하고 부결(찬성 338표, 반대 349표, 기권 다섯 표 등)됐습니다. 역시 메르츠와 그의 당이 발의한 이 법안에는 난민 지위를 확립 받지는 못하지만, 사형이나 고문 등, 비인도적인 처벌의 우려 탓에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보호받는 이의 (이민을 통한) 가족 재결합을 제한하고, 기차역 등에서 국가를 떠나야 하는 사람에 대한 구금 또는 출국 대기 구금 권한을 연방 경찰에게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우니온에서는 엊그제 표결에 명시적인 반대표가 나오지 않았지만, 방화벽의 붕괴 이후, 사실상 메르츠를 중심으로 뭉친 이들과 당내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앙겔라 메어클 전 총리의 심복, 헬게 브라운을 비롯한 열두 명의 의원이 아예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FDP에서도 반대표와 기권 표만 각 두 표, 다섯 표가 나왔으며, 마르코 부시만, 전 연방 법무부 장관 등 열여섯 명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SPD와 그뤼네는 모두 함께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며, 각 네 표, 두 표가 빠졌습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우익 대중영합주의에 승리의 순간을 안기며, 작년 11월 13일의 약속, 일종의 신사 협정을 어겼습니다. 신호등 연합의 연정이 깨지기는 했지만, 다음 선거까지 남은 동안에는 SPD, 그뤼네와 사전 협의, 합의 없이 연방의회 표결에 안건을 부치지 않기로 했던 터입니다. 하지만, 선거까지 4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알리스 바이델(AfD)에게 진정한 의미의 "정치인"으로 외연을 확장할 무대를 제공하면서 메르츠는 잠재적인 연립정부 짝에게 깊은 우려를 남겼습니다. "SPD와 그뤼네가 국내 안전 보장을 위협하는데", "책임감"과 "독일을 위하여" (그의 이민 정책안에) 표결하지 않고는 "양심"의 괴로움을 이길 수 없다며. 이 문제에서 자신은 좌도 우도 아닌, "앞"만 보고 달릴 뿐이니, SPD와 그뤼네가 반대하고 우익 극단주의 세력만 동조하더라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며. 이는 인제 분명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보수적으로 접근하자면, 우니온이 선거에서 (AfD에) 표를 잃을지 모른다는 프리드리히 메르츠의 우려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습니다. 그는 자칫 AfD로 이탈할지 모르는 표를 단속하고, 확고하지 않은 AfD 지지층 일부는 끌어들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ZDF 설문 결과(2025년 1월 27일부터 29일까지 조사), 그의 다섯 가지 계획안 중 (위에 임의로 설정된) 첫째 내용에는 56%(반대 42%), 둘째 내용에는 63%(반대 33%)가 찬성 의견을 밝혀 반대 의견을 압도했으며, 셋째 내용에도 찬성과 반대가 각 47%로 팽팽히 맞섰는데, 우니온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의 66%(반대 28%)는 AfD 힘을 빌려서 다수를 확보하는 한이 있어도 우니온이 연방의회에 안건을 발의하기가 옳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부끄러운 행동이었고, 충격적인 자충수였다는 점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ZDF 설문 '전체' 응답자의 48%(그 반대는 47%)가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우니온의 선택이 옳지 않다고 여겼고, 오래도록 메르츠와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 온 앙겔라 메어클은 직접 나서서 그가 잘못됐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메르츠 '때문에',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가 소비에트 연방 붉은 군대의 진주로 해방된 지 80년째 되던 날(1월 27일)에서 고작 이틀 뒤, 옛 나치의 전당에서 우익 극단주의가 "민주주의의 승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방화벽을 무너뜨린 기쁨에 환희했습니다. 그는 SPD와 그뤼네, 심지어는 우니온 내에서도 일부, 수심으로 가득 찬 얼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등지에서 극우 세력이 득세하고, 심지어는 대한민국에서조차 성격이 유사한 민주주의의 위기가 포착되는데, 독일에서는 오늘의 야권이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다시 불러내려 합니다. 여러모로, 스스로 자제력이 부족한 정치인임을 드러내지만 않았어도, 그가 연방 총리실에 입성하기까지, 메르츠의 앞을 가로막을 사람은 없었습니다. 냉정하게, 여전히 그 추세를 거스를 힘은 그리 크지 않으나, 그는 스스로 연정 구성의 장벽을 높여 버렸습니다. 정치학자인 칼루돌프 코어테는 한 발 더 나아가, 메르츠가 "자우어란트의 트럼프주의(Sauerländischer Trumpismus)" 예고편을 보여 주었는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다수를 확보할 수만 있으면, 앞으로 그에게는 그 협상 상대의 상징색이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검은색(우니온)이 많은 한. 메르츠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자우어란트 동부의 브릴론 출신입니다.

독일 이민법의 역사도 어느덧 스무 해가 됐습니다. 2005년, SPD와 그뤼네 연정 체제에서 오랜 논의 끝에 이민법이 발효되었으니, 그는 포괄적인 규칙의 틀 안에서 이민 관리를 더 잘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후로 인구 통계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점차 증가(9% 수준에서 16%까지)했습니다. 독일은 확실한 이민의 나라가 됐습니다. 수도인 베를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주 통계청(Amt für Statistik Berlin-Brandenburg)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일 기준, 베를린 거주자는 전년 대비 7,946명 늘어난 3,886,046명, 그중 거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946,957명(24.37% 수준)이 외국인이었습니다. 이민 배경을 지닌 독일인 600,252명(15.45% 수준)까지 더하면, 이 도시에서 때로 독일어보다도 영어가 통용되는 이유를 지레짐작할 수 있습니다. 미테 자치구(147,808명)에 가장 많은 외국인이 거주하며, 샬로텐부르크-빌머스도르프(93,546명), 노이쾰른(93,528명), 프리드리히스하인-크로이츠베르크(90,225명)도 만만치 않은 다양성의 항아리입니다. 반면, 옛 동베를린에 속한 트레프토-쾨페니크 자치구의 외국인 거주자(49,939명) 비율은 16.90% 수준으로, 도시 안에서 제일 낮습니다. 마찬-헬러스도르프 자치구, 리히텐베르크 자치구 등과 마찬가지로, 최근, 외국인 거주자가 많이 이주해 온다고는 하나, 아직은 분명, 서쪽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트레프토-쾨페니크 자치구에서는 이민 배경 독일인(23,625명)의 비율도 일백 명 중 여덟 명꼴에 불과해, 역시, 압도적인 꼴찌입니다. 돌아보면, 전후 냉전 시대, 베를린 장벽의 건설로 동독으로부터 피난 행렬이 차단된 뒤, 튀르키예서 제일 큰 규모로 제공된, 수백만의 외국인 "초청 노동자(Gastarbeiterinnen und Gastarbeiter)"가 만성적으로 서독 경제를 괴롭히던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독일연방공화국의 이민 역사는 그 이민법보다도 훨씬 오래됐으나, 요즈음에는 많은 독일인 사이에 망명 정책에 대한 불만이 속속 피어오릅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의 섣부른 몸부림에 비추어 볼 수 있듯이, 결국, 이 나라에서 치안을 어지럽히는 원흉으로 뭇사람이 이민자 집단을 몰아세우기 때문입니다. 연방의회 선거 이후 수립될 새로운 정부는 인도적인 난민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무분별한" 이민자의 유입은 궁극적으로 줄이기를 기대받습니다.

그러나, 다시,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앞장서서 추진하는 안이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ARD 법률 전문가인 콜야 슈바르츠는 솅엔 조약(Schengen-Regeln)에 저촉되는 영구적 국경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는 우니온과 AfD가 이민법과 거주법을 바꾸어도, 상위법인 유럽 의회법이 그대로인 이상,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합니다. 유럽 연합은 국경에 도착해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을 두고 그 심사 절차의 책임 국가를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더블린 조약(Dublin Regulation)이 새로운 망명과 이주 관리 규정(Asylum and Migration Management Regulation)으로 보완됐지만, 망명 신청자가 처음 입국한 회원국 또는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회원국이 그 책임 국가가 돼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여전합니다. 예외는 가족 구성원의 유무 등, 특정 기준이 충족될 때만 허용됩니다. 이러한 이전의 '합의'는 망명 신청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대우받고 (필요한 경우에) 송환돼야 하며, 유럽 전역을 떠돌거나 임의로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보내질 수 없음을 명확히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법률적인 해석을 뒤로하더라도, 경찰 노동조합(Gewerkschaft der Polizei (GdP))은 영구적인 국경 통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벨기에,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과 접한 라인란트팔츠주에서는 경찰이 300㎞에 달하는 국경선을 담당하게 됩니다. GdP는 그러려면, (최소) 수천의 추가 인력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전합니다. 당장 시내에서 큰 충돌을 빚고 사고를 일으킬지 모른다며 각 주 정부가 지정하는 "고위험 축구 경기(Hochrisiko-Fußballspiel)"에 강화한 경찰력을 동원하며 발생하는 비용조차 민관이 서로 미루다가 연방헌법재판소까지 다녀온 마당에, 잠재적으로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큰 국경 통제에는 어떤 식으로 자금을 조달할지 불확실합니다. 연방 정부가 책임져야 할 몫임은 분명하나, 신호등 연합의 "코로나19 지원 기금 용도 변경 시도"에서 보듯, 현재, 국가 예산 공백이 심각합니다. 연방 경찰은 임시 국경 통제가 이루어진 지난 9월부터 12월 사이, 불법 입국과 시도 1,600건을 적발했는데, 그중 다수는 프랑스와 국경에서 발생했습니다. 전년 대비 30% 감소한 23만 명가량이 지난해, 독일로 망명을 신청했고,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18,384건의 추방이 행해져, 2023년, 총 16,430건을 일찌감치 넘어섰습니다.

Regierungserklärung von Bundeskanzler Olaf Scholz
Bundeskanzler Olaf Scholz hat in seiner Regierungserklärung deutlich gemacht, dass Deutschland und seine Verbündeten für Frieden in Europa stehen. „Wir werden uns immer stark machen für die friedliche Lösung von Konflikten. Und wir werden nicht ru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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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전쟁이 발발한 지 햇수로 사 년입니다. 정치권과 기술 업계, 군 당국이 (보기 드물게도) 독일이 연방군 증강에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고 뜻을 모읍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SPD), 연방 방위부 장관은 독일이 오는 2029년까지 전쟁 능력 있는 국가로 탈바꿈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삼 년 전, 크렘린의 야욕이 만천하에 분명하게 드러난 뒤로 더욱 목소리에 힘이 실린 존 미어샤이머 교수(시카고 대학교 국제 정치학) 등, 공격적 현실주의(Offensive realism)를 따르는 정치학자들은 한 국가의 이상적인 상황이 패권을 쥐기라고 주장합니다. 정치 현실주의 이론은 "강대국"이 다른 국가의 의도를 확신하지 못하는 가운데, 필요하면, 생존을 위해 군사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국제 무정부주의 질서를 근간으로 합니다. 즉, 한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군사적으로 강할수록, 그만큼 안전해진다는 논리입니다. 독일연방공화국의 국방력 강화 목적은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전제 정치 러시아가 맞닿은 북대서양 조약 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회원국을 또 한 번 침공하는 일을 저지하는 데 힘을 쓰기 위함입니다. 평화가 거저 얻어진다고 확신(착각)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관건은 역시, "현대적이고 강력한 군대"를 만들기 위한 수십억 유로의 자금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지입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난 세기의, 닳아 버린 장비를 현대화하는 사업 등에 못해도 연간 1,000억 유로가 든다고 말하는데, 현재, 내후년까지 연간 500억 유로가 편성됐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올라프 숄츠가 연방의회에서 "전환점(Zeitwende)"을 선언하며 제출한 1,000억 유로의 특별 예산에서 200억 유로 이상이 투입됐습니다. 연방 총리는 더는 독일군이 발사되지 않는 총, 날지 못하는 전투기, 항해하지 못하는 전함으로 무장해서는 안 된다고 연설했습니다. 그나마 그 덕에 독일군은 마침내, 미국의 5세대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 F-35를 구입하고 현대식 미사일 방어 체계를 세울 수 있었으나, 2027년 이후에는 차기 연방 정부가 300억 유로 이상 군비를 더 마련해야 합니다. 전례 없는 증액이 됩니다.

지난 2014년, 웨일스에서 열린 NATO 정상회담에 모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의 최소 2%를 방위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목표가 설정됐습니다. 오늘의 독일연방공화국은 이 약속을 처음으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 년, 독일은 그를 더 지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연방공화국의 온 정치인이 지혜를 모아 상대해야 하는 가장 크고 껄끄러운 이름이 등장합니다. 사 년 만에 돌아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는 '더 많이' 요구합니다. 다른 NATO 회원국들이 각 국내총생산의 2%가 아니라, 5%를 군비로 지출하라고 압박합니다. 베를린은 대여섯의 전투 여단을 추가로 편성하고 대공 방어망 등의 첨단화를 추진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하나가 된 독일은 냉전이 종식되고 30년 동안 국방 분야에서 미국에 상당히 의존했습니다. 빌리 브란트의 동방 정책(Ostpolitik), 에곤 바의 "친선을 통한 변화(Wandel durch Annäherung)"를 거쳐, "거래를 통한 변화(Wandel durch Handel)" 구호를 내걸고 러시아와 경제적인 거래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습니다. 특히, 공산주의 동쪽에서 자본주의 서쪽으로 가스 파이프라인(노르트 스트림)을 설치하면서 값싼 에너지원을 공급받았습니다. 지난 20년 동안은 중국 시장 진출에도 열을 올렸습니다. 외교 정책의 주안점은 사실상, 몇몇 축을 통해 "최대 수출국"으로서 지위를 가져오고, 그를 유지하는 데 있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곳에서 독일인들의 삶을 바꾸어 놓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바로 이러한, 오랜 사업의 틀조차 확실하게(이미 그 전부터 망조가 들었으나) 사라지게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을 (미국이 나서서) 군사적으로 지켜주는 일에 거의 관심이 없습니다. 계속 수정하는 방위 분담을 지향합니다. 러시아는 에너지 공급원이 아닌, 최고 위협, 적으로 변했고, (거꾸로) 중국에서 들어온 값싼 재화가 독일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그 반대로는 아닙니다. 이쯤에서 차기 연방 정부가 '효과적인' 새로운 사업 계획, 외교 정책을 수립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연합을 상대로(도) 소위 "관세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몹시 크고,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인 경쟁 구도도 격화합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상대라고 해도,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독일은 동아시아의 거대한 전제 정치 국가와 정치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그런고로 다시금 유럽의 단결을 끌어내기가 최대 과제로 보입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등은 크렘린과 종종 뜻을 같이하고,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심지어는 이웃 나라, 프랑스도 흔들리는 낌새가 완연합니다. 이는 유럽 각지에서 기상하는 우익 극단주의 물결에 편승해, 무엇도 하지 않으면, 환상통만 더 자극합니다. 여러 정치학자는 새로운 연정이 유럽 연합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폴란드 외교부 장관,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도 지난 2011년, 자신은 오늘날, 무대책보다 덜 발휘되는 독일의 힘을 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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