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함에 대한 두려움

2025. 2. 16. 08:00Berlin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던 신호등 연합(적색의 독일 사회민주당 =Sozialdemokratische Partei Deutschlands (SPD), 황색의 자유민주당 =Freie Demokratische Partei (FDP), 그리고 녹색의 동맹 90/녹색당 =Bündnis 90/DIe Grünen (Grüne))이 깨지고, 독일은 바삐 선거 정국에 돌입했습니다. 내주, 연방의회 선거가 예정됐는데, 새로이 들어설 정부 앞에 놓인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ZDF(Zweites Deutsches Fernsehen)가 만하임의 포어슝스그루페 발렌(Forschungsgruppe Wahlen)을 통해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당장 이번 일요일에 연방의회 선거가 열린다면" 우니온(독일 기독교 민주 연합 =Christlich Demokratische Union Deutschlands (CDU), 그리고 바이에른 기독교 사회 연합 =Christlich-Soziale Union in Bayern (CSU))에 표를 던지겠다는 응답이 30%(전주 대비 증감 없음)로 가장 많았고,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ür Deutschland (AfD))이 20%(전주 대비 증감 없음) 지지를 얻어, 차순위에 올랐습니다. 그 뒤로 SPD 16%(전주 대비 1% 상승), 그뤼네 14%(전주 대비 1% 하락), 링케(좌파당 =Die Linke) 7%(전주 대비 1% 상승), FDP와 동맹 자라 바겐크네히트(Bündnis Sahra Wagenknecht (BSW)) 각 4%(두 정당 모두 전주 대비 증감 없음) 등이 따랐습니다. 누구에게, 어느 정당에 표를 던질지 마음을 굳혔다는 응답의 비율은 72%, 일 주 전의 65%에서 소폭 늘었습니다. 링케의 약진, 가능한 "부활"이 눈에 띄는 가운데, 불과 일 년 전, 유럽 의회 선거에서 만인을 놀랬던 BSW가 FDP와 같이, 연방의회 입성을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링케에서 떨어져 나온 뒤, 세를 규합하여 당을 만든 자라 바겐크네히트는 당장 자신의 정치생명을 결정할 중대한 기로에 섰습니다. 만일, BSW가 연방의회 밖의 정당이 된다면, 심지어는 그가 정치권을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지만, 바겐크네히트는 그러한 미래 계획이 현재 머릿속에 없다고 강조합니다. 어떻게든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명입니다.

 

제61회 뮌헨 안보 회의(2025년 2월 14일~16일)의 뜨거운 화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쏘아 올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정전 논의입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빠진 협상 시도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데, 사진 속 J. D. 밴스, 미합중국 부통령은 이곳에서 유럽 동맹국들을 비판하고, 심지어는 우악스러운 내정 간섭을 시도하여 균열을 심화했습니다. [ⓒ Sven Hoppe/ dpa]

 

 불과 며칠 새, 각오했던 대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여기저기 관세를 부과하고 나섰고, 어느덧 햇수로 사 년째를 맞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멈추는 협상도 백악관이 주도하겠다며 옷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도 없고, 심지어 유럽 연합은 철저히 배제하려는 시도에 유럽 각국이 난색을 보이는데, 때마침 뮌헨 안보 회의(Münchner Sicherheitskonferenz)에 참석한 J. D. 밴스, 미합중국 부통령이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지 못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한다며(그리고 그가 러시아 혹은 중국으로부터 군사적인 위협보다 더 심각하다며) 대서양 건너의 동맹국들을 비판해, 균열이 심화합니다. 특히, 밴스 부통령은 독일연방공화국 정치인들이 "방화벽(Brandmauer)"을 허물고 우익 극단주의 정당, AfD가 연립정부(연정) 구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발언하여 뭇매를 맞습니다. 이 망측한, 몰상식한 내정 간섭에 대하여, 올라프 숄츠(SPD)는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연방의회 선거 이후, 그에게서 연방 총리직을 인수할 가능성이 큰 프리드리히 메르츠(CDU)는 또, 증오 언설과 나치 표어 등을 금지하는 독일의 법을 편들어 보호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만(Gulf of Mexico)"이라는 이름을 "아메리카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꾸라는 지시에 불복한 AP(Associated Press)를 집무실과 전용기에서 쫓아낸 점을 들어, 실제로 언론 탄압은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받아쳤습니다. 메르츠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연단에 오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 방위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평화를 되찾기 위한 과정에 핵심 역할을 하겠지만, 유럽도 나서야 한다는 뜻을 반복해서 전했습니다. 그는 그 누구도 유럽을 휘두르거나, 쉽게 여기지 못하도록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우크라이나가 휴전 회담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2월 24일, 크렘린이 "특수 군사작전"을 선언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일으킨 전쟁의 중단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럽 정상들의 긴급회의를 소집했습니다.


도이체 반이 제시간에 운행하는 날은 승객의 운이 아주 좋은 날입니다. [ⓒ jgseins__jh]

 

 

 기반 시설 확충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철도만큼 그 재정비 사업이 시급한 영역도 없습니다. "여름 동화(Sommermärchen)"까지는 없었다지만, 지난해, 그래도 뭇사람을 다시 축구와 사랑에 빠지게 하며 제법 성공적으로 개최됐다고 평가받는 UEFA 유로 2024 기간에도 도이체 반(Deutsche Bahn)은 시종일관 말썽을 피워, 질타받았습니다. 대회 극초반부터 겔젠키르헨의 "엉망진창 대중교통"이 도시를 찾은 영국인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당했고, 네덜란드 대표팀과 잉글랜드 대표팀의 준결승전을 앞두고는 볼프스부르크와 루어 지역을 잇는 선로의 문제로 오렌지 군단이 네 시간여 늦게 격전지인 도르트문트에 도착, 공식 기자 회견이 취소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제 국경선을 넘어, 도이체 반은 독일의 부끄러움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곳에서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기차가 예정보다 십 분, 십오 분 늦어도, 우스갯소리로 "그만하면, 제시간에 오는 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갑자기 운행이 멈추거나(운휴), 노선이 변경되는 일이 원체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도이체 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ICE(Intercity-Express)와 IC(InterCity) 66.9%가 정시에 운행됐습니다. 장거리 여행객의 72.7%가 제때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재작년 1월보다 각각 4.0%, 5.7% 높아진 비율이지만, 여전히, 세 명 중 한 명은 오 분이 될지 한 시간이 될지 모르는 열차 지연을 승강장이나 열차 안에서 경험하는 셈입니다. 끝없이 펼쳐놓은 공사 현장과 (그럴 수밖에 없게 하는) 낡은 선로, 60여 년 전부터 그대로 사용해 온 결함 있는 신호소 등, 원인은 다양합니다. 그나마 객차 현대화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으니, 좌석 수가 기존보다 25% 많고, 에너지 소비량은 30% 줄인, 60억 유로 상당의 신규 ICE 열차 137대가 투입을 기다립니다. 지난해, 기반 시설 공사 때문에 발생한 시간표 변경 건수만 총 170만 건에 달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정해진 기한 내에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지연으로 인한 승객 보상금은 2023년에 이미 1억 3,000만 유로를 넘어섰습니다. 도이체 반 최고 경영 책임자인 리하르트 루츠는 작년에 장거리 운송에서만 7억 유로 수입 손실이 발생했으며, 상반기 파업을 제외하고, 열차 지연과 계획되지 않은 시설 공사, 그로 인한 수요의 증가 따위가 주된 이유라고 <<타게스슈피겔>>에 설명했습니다.

 

드레스덴의 카롤라브뤼케가 지난 9월, 홍수 때문에 풀썩 주저앉았습니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다리의 붕괴에 중요한 교통로가 사라져 버렸음은 물론이고, 엘베강 선박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연방 디지털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조속히 개조되거나 재건돼야 하는 고속도로 교량은 8,000개에 이릅니다. [ⓒ Marko Förster]

 

 수십 년간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 전국의 철도와 도로, 교량이 황폐해졌습니다. 당장 십 년 정도 안에 운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투자 수요가 1,300억 유로에 달하리라 추산되며, 그중 철도 보수에만 600억 유로 가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연방 디지털교통부는 조속히 개조되거나 재건돼야 하는 철도 총길이가 17,600㎞ 이상, 고속도로가 7,000㎞ 이상, 고속도로 교량과 철도 교량 숫자가 각 8,000개, 1,200개라고 밝혔습니다. 지난여름에 도이체 반은 전반적인 노선의 개보수를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크푸르트암마인과 만하임을 연결하는 70㎞ 길이 노선, 일명 "리트반(Riedbahn)"에서 선로 117㎞와 스위치 152개, 가공 전차선 140㎞가 다시 설치됐습니다. 지지난달 둘째 주, 리트반이 재가동되기까지, 일평균 300대 열차가 오가는 노선 운행이 다섯 달 정도 멈춰 있었습니다. 올해 8월부터는 아홉 달에 걸쳐, 베를린에서 함부르크까지 278㎞ 철도 노선 개보수도 시작됩니다. 2031년까지 41개 노선의 대대적인 개조가 예정됐으며, 이러한 노력으로 도이체 반은 내후년까지 전체 75% 내지 80% 열차의 정시 운행을 목표합니다. 철도에서 디지털화에는 690억 유로 정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지난 2018년, 연방 디지털교통부가 추산한 비용(280억 유로)보다 훨씬 큽니다.

 밀리듯이 쌓인 과제가 실로 어마어마한데, 인건비라도 줄이겠다고 반기 보고서에 30,000명 이상 인력 감축 목표를 보고(그 효과는 대단히 의심스럽지만)할 만큼, 도이체 반 재정은 어느 때보다 불안정합니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도이체 반이 지난해, 슈투트가르트의 디지털화 차기 확장 단계 사업에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나서, 빈프리트 크레치만(그뤼네),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총리의 노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이 주정부는 슈투트가르트 도심에서 간선 노선 디지털화에 열을 올리는 중으로, 지난여름까지 작업으로 시간당 약 36대의 에스반(S-Bahn) 운행이 원활해졌습니다. 크레치만은 이 일과 관련하여 올라프 숄츠에게 화가 섞인 연락을 했습니다. 1994년, 국가 운영 사업에서 주식회사로 출발한 도이체 반이지만, 그 막대한 부채와 운영 비용을 댈 투자자를 찾을 수 없어, 궁극적인 민영화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채, 여전히, 그 지분 100%를 연방 정부가 소유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리트반에서 개보수 작업이 다섯 달 정도 진행됐습니다. 2031년까지 전국적으로 41개 노선의 대대적인 개조가 필요합니다. [ⓒ Arne Dedert/ dpa]

 

https://www.zdf.de/nachrichten/wirtschaft/unternehmen/bahn-bundestagswahl-sorge-union-plaene-100.html

 

Union will "Bahn vom Kopf auf die Füße" stellen

Die Bahn kämpft mit massiven Problemen. Die Union denkt bei einem Wahlsieg über eine Zerschlagung nach, eine Trennung von Betrieb und Netz.

www.zdf.de

 

https://www.spiegel.de/wirtschaft/unternehmen/verkehr-und-infrastruktur-oekonomin-philippa-sigl-gloeckner-ueber-die-gruende-des-investitionsstaus-a-3c5b553e-d614-4ec2-a623-df4cfdd25694?giftToken=e345ecb3-72cb-42c9-b733-465f36b7e495

 

(S+) Ökonomin Sigl-Glöckner über marode Infrastruktur: »Es ist Wahnsinn, wie wir Verkehr heute finanzieren«

Brücken kollabieren, die Bahn blamiert sich vor der Welt: Das deutsche Verkehrssystem hat große Probleme. Die Ökonomin Philippa Sigl-Glöckner sieht die Ursache in Regeln wie der Schuldenbremse und in der Angst vor den Wählern.

www.spiegel.de

 

 신호등 연정 예산 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삼 년 동안 530억 유로 정도 연방 예산이 철도 기반 시설에 투자되고, 당장 올해, 그중 160억 유로가 쓰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예산안은 연방의회 선거 이후에 발표될 예정이므로 그대로 이루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CDU가 철도 회사를 나누는 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합니다. 선거 이후, 도이체 반은 기반 시설을 담당하는 회사와 여객 운송을 담당하는 회사로 쪼개질 수 있습니다. 철도와 운송 노동조합(Eisenbahn- und Verkehrsgewerkschaft)은 우니온이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작정이라고 비판하며, 베를린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합니다. 연방의회 교통위원회 소속인 울리히 랑에(CSU)는 그러나, 연방 정부가 철도 기반 시설 확충과 신규 건설, 개보수 작업 등에 더욱 깊숙이 손을 뻗으려면, 이러한 방식으로 철도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설파합니다. 베를린 응용과학 대학교(Hochschule für Technik und Wirtschaft Berlin)의 크리스티안 뵈트거 교수(산업 마케팅, 운송, 철도)도 지금의 도이체 반은 정치적으로 너무도 거대한, 견고한 세력이라, 법인 분리를 통해 연방 정부의 통제력을 강화하겠다는 발상이 충분히 논리적이라고 지원합니다. 앞서, 연방의회는 독일연방공화국 내 고속도로의 점진적인 민영화 논란이 불거진 지난 2018년, 연방 디지털교통부 산하에 아우토반 GmbH를 설립하면서 연방 정부와 각 연방주의 재정 관계를 회복하고, 고속도로 계획과 건설, 유지 관리 체계를 재정비한 경험이 있습니다.

 다만, 울리히 랑에와 우니온이 전형적인 사례로 자주 언급하는 이 아우토반 GmbH는 그 헌법적인 적합성에 대하여 연방 감사원(Bundesrechnungshof)으로부터 공격당하거나, 지독한 관료주의, 접근성 결여, 고용 미승계, 건설 현장에서 정보 시스템의 유지 관리 부족 등으로 비판받는 등, 설립된 지 햇수로 팔 년 차를 맞은 오늘도 여러 진통에 시달립니다. 조직 개편도 필요할지 모르지만, 당장 '어떻게' 자금을 확보할지 대책을 마련하기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매일 약속된 시간보다 늦고, 가끔 전화 서비스가 끊어지기도 하고, 식당 칸에서 제공하는 식사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도 많지만, 독일에서는 여전히, 그리고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이 기차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베를린에서 뮌헨까지 닿는 ICE를 이용하는 승객이 2019년에는 23%에 불과했다면, 작년에는 12월 중순까지 그가 70%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독일인들에게 애증의 대상인 도이체 반이 선거 이후 어떤 모습을 할지 뭇사람이 궁금해합니다.

 

지난 4일, 올라프 숄츠가 SPD 정신에 상징적인 레비어를 찾아, 제철 산업은 독일 경제에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100년 뒤에도 이곳에서는 강철이 계속 생산된다고 대담한 발언을 했습니다. [ⓒ Carlo Feick]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의 경우, 이번 연방의회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제한적이라고 선거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녹색 경제 산업 전략과 에너지 전환의 구체적인 방향을 두고 벌어지는 열띤 토론이 선거 이후, 연정 구성 과정에는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이라고 하면, 흔히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 상황 극복에 사고를 국한하기 쉽지만, 그보다 다양한 목표가 있습니다. 독일은 가능하면, 오는 2030년까지 석탄 화력 발전과 완전히 작별해야 하고, 2045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합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며, 가구당 에너지 소비량은 26.5% 떨어뜨려야 합니다. 하나하나 이루어 가려면, 실행 방안을 점점 더 구체화해야 합니다.

 지난 4일, 화요일, 뒤스부르크를 찾은 올라프 숄츠는 제철 산업이 독일 경제에 매우 중요하며, 앞으로 100년 뒤에도 이곳에서 강철이 계속 생산된다고 말했습니다. 연방의회 선거전이 한창인 와중에, SPD에 정신적으로 의미가 큰 레비어(Revier)에서, 몹시 대담한 발언을 내뱉은 셈입니다. 아직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물린다고(내달 12일부터) 발표하기 전이었는데, 그는 유럽 연합이 철강 보호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전략적으로 레비어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이는 또 있습니다. 로버트 하베크(그뤼네)가 대형 제철소들의 기후 친화적인 전환을 지원하는 69억 유로를 약속하고 나섰습니다. 그가 독려하는 "녹색 강철 생산"은 수소를 철광석의 환원제로 사용합니다. 전통적으로는 고로에 석탄을 넣고 일산화탄소를 발생시켜, 전로에서 철강과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를 얻는다면, 직접 환원 시설에 수소를 투입하여 얻은 중간 생산물을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얻으면, 부산물로 물이 나옵니다. 하베크가 이 공정을 지지하는 가장 분명한 까닭은 역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기 때문입니다. 철강 제조 산업은 독일에서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의 7.6%를 담당합니다. 과도기에는 천연가스가 석탄을 대신할 수 있고, 어느 시점엔가 모든 시설이 수소를 쓰게 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제철 산업에서 수소 수요가 커지면, 에너지 회사들이 그 생산과 수송에 열을 올리도록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거대 제철소가 위치한 뒤스부르크(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이젠휘텐슈타트(브란덴부르크주), 잘츠기터(니더작센주) 등은 지역 경제의 심장과 같아서, 주정부의 동참도 끌어내기 쉽습니다. 실제로 티센크루프(ThyssenKrupp AG)는 뒤스부르크에서 전환에 필요한 시설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하베크는 앞으로 몇 년간 독일에서 주택 건설과 철도 기반 시설 개보수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려면, 철강을 그만큼 많이 조달해야 하는데, 국제 시장이 몹시 불안정한 오늘, 국내에서 자체 생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방산에도 철강은 많이 필요합니다.

 

뒤스부르크, 티센크루프 제철소의 고로. 제철 산업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는데, 로버트 하베크가 현장의 기후 친화적인 전환을 지원하는 69억 유로를 약속했습니다. [ⓒ Rupert Oberhäuser/ Imago Images]

 

 현장에서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민 중입니다. 오늘, 유럽 연합에서 제철 산업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데 대한 수수료를 면제받고 있지만, 이 '특혜'는 내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를 밟아, 사라질 예정입니다.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섰는데, 아르셀로어미탈(ArcelorMittal S.A.; 본사를 룩셈부르크에 두고 실질적인 권력은 런던에 있다는 유럽 최대 제철 기업입니다.) 같이 큰 기업은 나라마다 정책에 맞춰서 생산 전략을 달리할 여력이 되지만,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제철소에서는 어느 한쪽을 골라서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예를 들어, 딜링엔/자아의 슈탈홀딩자아(Stahl-Holding-Saar GmbH & Co. KGaA)는 수소를 투입하는 직접 환원 시설을 들이려고 26억 유로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습니다. 니더작센주 주정부가 26.5% 지분을 소유한,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철강 생산 기업, 잘츠기터 AG(Salzgitter AG)도 지난 2022년, 일찌감치, 이쪽으로 노선을 정했습니다. 이들의 새로운 제철소에서는 내년에 국내 최초로 "녹색 강철"이 생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장 너무 비싼 비용이 걸림돌입니다. 과도기에 수소를 대신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에너지 위기"가 찾아온 뒤, 매서운 속도로 올랐습니다. 메가와트시(MWh)당 50유로를 호가하는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보다 50%가량 뛰었습니다. 그런데, 수소 생산량 증대가 기대보다 더딥니다. 머지않아 독일이 세계에서 수소가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할 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우선, 수소보다 천연가스를 더 많이 사용하는 잘츠기터 AG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수소의 비중을 키우지 않으면, 전환 과정에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도로 뱉어 내라는 압박에 시달릴 텐데, 지금 추세로는 2029년에나 수소 사용을 '눈에 띄게' 늘릴 수 있습니다. 아르셀로어미탈 바로 다음, 유럽 철강 시장에서 2위를 다투는 티센크루프도 천연가스를 더 오래 쓰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는 매한가집니다. 이제 와서 방향을 바꾸자니, 그에 따른 비용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만만치 않습니다. 기업은 결국, 무슨 일이 있어도 앞만 보고 달려야 합니다.

 

https://www.morgenpost.de/politik/article408026684/irrweg-gruener-stahl-konzerne-reagieren-kuehl-auf-csu-vorschlag.html

 

Irrweg grüner Stahl? Konzerne reagieren kühl auf CSU-Vorschlag

Die CSU will weg von grünem Stahl mit Wasserstoff und hin zu CO2-Abscheidung. Das Echo von Seiten der Konzerne ist zurückhaltend.

www.morgenpost.de

 

 

 수소를 환원제로 쓰는 전략에 대하여 부상하는 강력한 대안은 탄소 포집과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 기술의 활용입니다. 이는 이산화탄소를 모아서 폐유전이나 가스전, 해저의 안정된 지질층 등, 저장 장소로 운반, 침전시키는 과정입니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기나, 저장을 위해 넓은 바다와 닿은 해외로 그를 수출하기는 당장 독일에서 모두 금지돼 있지만, 이 발상은 연방의회 선거에서 승리가 확실시되는 프리드리히 메르츠와 우니온을 사로잡았습니다. 메르츠는 지난달 중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또 다른 철강 도시, 보훔에서 CCS 기술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기업들은 고로를 계속 가동하면서, 결국, 수소를 사용하는 복잡한 과정을 '완전히' 피할 수 있습니다. CSU는 "녹색 강철이라는 허황한 소리"를 종식하고, CCS 기술에 의존하기를 지지한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생산비가 너무 높은 "녹색 강철"이 국제 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니온은 강하게 의심합니다. 게다가, 인플레이션 속, 싼값에 재료를 구하느라, 자동차 기업들이 아시아 철강 시장으로 조금씩 눈을 돌리며, 국내에서 민간 기업의 '국산' 철강 수요가 감소하는 중입니다. 아르셀로어미탈이 독일에서 투자를 보류하여, 브레멘과 아이젠휘텐슈타트의 시설 재건축이 (적어도) 지연됐습니다. 잠재적으로 떠맡는 과업이 한둘이 아닌 상황, 우선순위를 정하면서 우니온은 비용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이념적으로도 급하지 않아 보이는 "녹색 강철"을 뒤로 미루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수소를 환원제로 쓰는 대신, CCS 기술이 보편화한다면, 양쪽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는 티센크루프야 타격이 덜하지만, 로버트 하베크의 69억 유로 지원금이 꼭 있어야 하는 기업들은 몹시 난감해집니다. 다시, 잘츠기터 AG는 CCS 기술에 맞게 고로를 재정비하는 데만 10억 유로 이상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고 추산, 지금 따르는 노선과 양립이 불가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연방의회 선거 이후, SPD와 그뤼네가 다수를 형성할 가능성은 (둘 중 하나가 우니온과 함께할 수는 있어도) 거의 없어 보입니다. 현장에서는 이제, 크게 두 가지를 촉구합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연정이 다른 색으로 물들더라도 에너지 가격을 비롯하여, 산업 구조 변혁에 필요한 틀은 안정적으로 유지해 달라는 하나와 "녹색 강철"을 연방 정부, 각 주정부, 도이체 반과 같은 국유 기업에서 주문, 사용하면서 선도적인 시장 구축에 힘써 달라는 하나입니다.

 

로버트 하베크는 신호등 연정의 연방 총리 대리이자, 연방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으로서 "녹색 수소" 확보를 위한 사업과 핵심 보급망 구축 계획을 주도했습니다. [ⓒ Reuters]

 

https://www.faz.net/aktuell/wirtschaft/klima-nachhaltigkeit/gruener-wasserstoff-robert-habecks-hoffnungswert-wankt-110081966.html

 

Grüner Wasserstoff: Robert Habecks Hoffnungswert wankt

Ohne Wasserstoff wird die deutsche Industrie nicht grün. Doch die Zweifel wachsen, ob es davon ausreichende Mengen zu bezahlbaren Preisen geben wird.

www.faz.net

 

 신호등 연정에서 연방 총리 대리와 연방 경제기후보호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하베크는 "녹색 수소(물을 전기분해하면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얻은 수소)"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을 이끌었습니다. 당장 메가와트시당 230~250유로 수준인 수소 가격이 (메가와트시당) 150유로까지는 떨어져야, "녹색 강철"의 수익성을 논할 수 있고, 종이와 유리, 도자기, 메탄올과 암모니아 등의 생산, 발전, 난방 등에서는 그 손익분기점이 (메가와트시당) 50유로로 관측됩니다. 신호등 연정은 2030년까지, 연간 300만 톤 이상 수소의 연소열과 맞먹는 95~130테라와트시(TWh) 출력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독일은 필요한 수소의 50~70%를 수입할 수 있습니다.

 로버트 하베크는 대표적으로, 다이아몬드와 금, 우라늄 등을 수출해서 먹고 살던 나라, 나미비아에서 일을 크게 벌였습니다. 핼리팩스섬 남동부에 풍차 700개를 세우고 태양 전지판으로 50헥타르를 덮어, 현재까지 나미비아 역사상 최대 규모 단지를 조성하고, 연간 37만 5,000톤의 녹색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하베크는 3년 전, 나미비아 수도인 빈트후크를 방문했습니다. 이러한 거대 사업을 추진하면서 건설 노동자 90%를 나미비아 국민으로 채우고, 자재 30%를 현지에서 수급하여, 나미비아의 산업화를 돕는 동시에, 녹색 수소를 대량 생산, 에너지 전환에 박차를 가할 심산입니다. 생산 방법은 문자상 간단합니다. 해수를 사막으로 끌어다가 풍력과 태양광으로 일으킨 전기를 이용해 수소와 산소로 분해합니다. 안정적인 운송을 위해 하버-보슈법으로 수소와 질소를 붙여, 암모니아화합니다. 여기까지가 나미비아에서 이루어지는 공정입니다. 암모니아를 독일로 들여오면, 다시 수소와 질소로 분해합니다. 하베크가 앞장서서 추진한 이 사업은 하지만, 여러 논쟁거리를 낳았습니다. 선정된 부지가 뤼더리츠의 국립공원 안이라는 점부터 문젭니다. 나미비아 전체 면적의 17%가 국립공원으로 지정(세계 1위 수준)돼 있습니다. 핼리팩스섬에는 펭귄을 비롯한 무수히 많은 조류와 지금도 새로이 발견되는 동식물 종이 서식합니다. 해안가와 사막의 조화가 최적의 일조량과 바람을 제공하여, 풍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에 안성맞춤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보전돼야 하는 생태의 보고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본 사업을 수주한 기업, 하이픈(Hyphen)은 해당 국립공원에서 전체 면적의 0.5%만 활용할 예정이라며, 생물종 다양성 보호를 위해 자신들도 동물들이 오가며 물을 마실 지대를 마련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했지만, 이들은 불투명했던 업체 선정 과정에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공개 입찰 과정 자체가 생략됐다며, 탄생 반년 만에, 실적이라고 내세울 무언가가 전혀 없는 기업이, 어떻게 이리도 큰 사업을 따냈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에둘러 비판합니다. 사실,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연간 3,800만 톤의 녹색 수소를 증산한다는 목표가 세워졌지만, 해당 분야에 '신뢰할 수 있는' 투자금은 6%밖에 모이지 않았습니다. 뤼더리츠의 시설도 언제 완공될지 미지수입니다. 사업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받습니다. 장차 이 시설이 가동되면, 나미비아에 어떤 이득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약속된 노동력의 동원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니, 나미비아 인구의 상당수가 북쪽에 사는 생업 농부라, 남서쪽 해안, 뤼더리츠에 녹색 수소 생산 기지를 건설한다고 얼마나 거기 지원할지 불분명합니다. 녹색 수소를 (위탁) 생산하는 국가로서 경쟁에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걸프만 국가들, 칠레, 캐나다 등, 2030년까지 95~130테라와트시를 생산, 그 대부분을 수출할 경쟁자들에 한두 발짝 뒤진 나미비아가 조급하게 사업 계약서를 남발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뤼더리츠는 화석 연료 시대에나, 다가오는 에너지 전환기에나, 국제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왔습니다.

 

2032년까지 전국적인 수소 유통망 구축 계획. [ⓒ Vereinigung der Fernleitungsnetzbetreiber Gas (FNB Gas)]

 

 로버트 하베크와 신호등 연정은 인도에서도 녹색 수소를 대량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뤼더리츠에서와 같은 규칙이 적용됩니다. 생산물은 바닷길로 독일에 전해져야 합니다. 작년 10월에 하베크가 뉴델리를 찾았고, 양국 정부가 긴밀한 협력을 위한 문서 작성을 완료했습니다. 인도는 향후 십 년 내, 연간 500만 톤의 수소 생산력을 갖추려고 합니다. 그런데, 질소 고정 이후, 배편으로 암모니아를 나미비아나 인도에서 독일까지 실어나르는 비용은 막대합니다. 또, 독일에서 암모니아를 다시 녹색 수소와 질소로 분해하는 과정에서 34% 손실이 예상됩니다. 여러모로 파이프를 연결해서 스페인 등,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 수소를 들여오는 안과 비교해, 하베크와 신호등 연정이 추진한 이 사업이 얼마나 비용 효율적인지 의문입니다.

 역시 지난해 10월, 독일 연방 연결망청(Bundesnetzagentur)의 클라우스 뮐러(그뤼네)는 전국적인 수소 유통망 구축을 위한 로버트 하베크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연방 정부는 총 189억 유로를 들여서, 오는 2032년까지, 총길이 9,040㎞(세계 최대 규모)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이 서로 다른 연방주의 대규모 산업 중심지, 저장 시설과 발전소를 잇도록 해야 합니다. 이르면, 올해부터 일부 노선이 개통됩니다. 전체 노선의 60% 정도는 기존의 천연가스 송유관을 개조하여 충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천연가스 공급도 여전히 중요하므로, 뮐러에 따르면, 20억 유로를 투자하여 천연가스 송유관을 추가 건설할 계획입니다. 하베크는 이 사업이 미래 독일의 에너지 대전환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홍보했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기존의 생산 전략을 포기하고, 연방 차원의 녹색 경제 산업 전략에 동참하도록 적절히 자극하지도 못하면서, 이런 대형 발표만 해서는 필요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고 꼬집습니다. CDU에서는 사업 계획의 지역적인 불균형도 지적했습니다. 초기 연결망 구축은 대부분 북쪽에서만 이루어지며, 남독, 바덴뷔르템베르크주나 바이에른주에는 거의 2030년에나 연결망이 닿을 예정이라, 이곳에서 녹색 산업 발전이 뒤처질 수 있습니다. 큰 틀에서 정책적인 연속성은 중요한데, 연방의회 선거 이후, 그뤼네와 하베크의 세가 작아지면, 세부 계획에 얼마나 변화가 생길지 주목됩니다.

 

로버트 하베크와 그뤼네의 난방법에 따르면, 미래에 전국 모든 난방 체계는 65% 이상 재생 가능 에너지로 구동해야 합니다. 의도와 달리, 이는 겨우내 생활 공간을 덥히는 데서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했는지 모릅니다. [ⓒ Marijan Murat/ dpa]

 

 전염병 창궐과 전쟁, 극심한 가뭄에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가난, 기아와 영양실조가 만연해졌고, 깨끗한 물에 대하여 충족되지 못하는 수요가 늘었습니다. 기후 변화의 결과는 점점 더 잔인해져만 갑니다. 독일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2023년,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시행, 시장가 급등에 대응해 보려 했습니다. 일반 가정과 소규모 사업장에서 전년도 소비량의 80%까지, 킬로와트시(kWh)당, 가스는 12센트, 지역난방은 9.5센트, 전기는 40센트로 가격 천장을 정했고, 연간 사용량이 각 150만kWh 이상인 큰 사업장에서는 전년도 소비량의 70%까지, 산업 요금으로, (킬로와트시당) 가스에는 7센트, 지역난방에는 7.5센트, 전기에는 13센트 상한을 적용했습니다. 2022년 10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는 천연가스, 지역난방, 액화천연가스 등에 기존 19%에서 7%까지 인하한 부가가치세를 매겨, 추가 공급을 독려했고, (보편적으로) 일회성 에너지 요금 보조금도 뿌렸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계 지출, 생활비에서 에너지값의 부담은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현상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사회 계층을 더 강하게 때렸습니다. 연방통계청(Statistisches Bundesamt)은 이미 지난 2020년에 독일에서 난방비 지출은 가구 소득에 비례했고, 총지출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저소득 가구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로버트 하베크와 그뤼네의 "난방법(Heizungsgesetz)"은 신호등 연정 내내 가장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습니다. 오는 2045년까지, 전국 모든 난방 체계가 65% 이상 재생 가능 에너지로 동작하게 하기를 목표하는 이 법안은 그뤼네가 내세운 난방 펌프 효율에 대한 불신 등으로 나쁜 여론, 시선에 부딪혔습니다. 그뤼네는 논의 과정에서 독단적인 행보와 고자세로 신호등 연합을 흔들고, 비판받았으며, 유럽 의회 선거에서 쓰디쓴 대가를 치렀습니다. 그러나, 시계는 그와 별개로 빠르게 돌아갔습니다. 당장 지난해부터, 새로운 주거 지역의 신축 건물에는 이 새로운 난방법의 의무 기준이 적용됐으며, 신축 건물의 난방 시스템 전환 기간은 오는 2028년 중반까지로 제시됐습니다. 각 가구에서 기존 난방 시스템을 곧바로 손보지는 않아도 되고, 고장 시, 수리도 허용되지만, 그가 더는 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지면, 구동 원리를 바꾸어야 합니다. 연방 정부는 이 중장기적인 전환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에게 연방 총리 후보로서 자리를 양보하고 그와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만, 우니온 내 영향력이 상당한 마쿠스 죄더(CSU)는 이 난방법의 '완전한 폐지'를 희망합니다. CDU는 죄더의 요구에 선을 긋고 있으나, 선거 이후, 보조금에 관해서는 대대적인 재논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큽니다. 베를린에서 전환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분담하고, 어떻게 마련할지 싸우는 동안, 일부 연방주에서는 훨씬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앞으로 적용되는 법정 기준에 맞추려면, 지난 세기의 건물 하나하나 난방 체계를 바꾸어야 합니다. 옛 동독 지역에서는 지역난방 체계가 비교적 발달했지만, 대부분 공동 주택 단지와 난방 시스템이 재통일 직후, 90년대에, 마지막으로 수리됐습니다. 낡은 채로 버려진 건물이 너무 많고, 임대인이나 임차인이나, 보유 자산, 준비금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큰돈을 들여서 눈앞의 큰 작업을 마무리해도 누군가 들어와 살지 않으면, 집주인이 경제적인 덤터기를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환을 게을리하면, 어느 시점에는 (유효한) 공급이 몹시 부족해져, 매매가와 월세가 걷잡을 수 없이 오릅니다. 보기에 따라, 결국, 그뤼네의 난방법이 이들을 진퇴유곡에 몰아넣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AfD가 동쪽을 파랗게 칠하는 동안, 그곳에서 그뤼네의 인기는 바닥을 찍었습니다.

 

유럽 연합,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의 야심 찬 사업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이 예상/계획보다 훨씬 느리게 감소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수수료는 앞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습니다. 머지않아, 운전자가 주유 시, 벤진 1L에 최소 40센트를 내야 할 수 있습니다. [ⓒ Jonas Walzberg/ dpa]

 

https://www.oekom.de/buch/earth-for-all-deutschland-9783987261114

 

Earth for All Deutschland | oekom verlag

»Ein unverzichtbarer Leitfaden für alle, die die Zukunft aktiv mitgestalten wollen.« Claudia KemfertInmitten zahlreicher Krisen und verschärf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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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0월, 로마 클럽(Club of Rome)과 부퍼탈 인스티투트(Wuppertal Institut für Klima, Umwelt, Energie)가 함께 펴낸 <<Earth for All Deutschland: Aufbruch in eine Zukunft für Alle>>에 보면, 기후 변화에 대하여, 목표 지향적으로, 속력을 높여서, 경제와 사회 구조를 바꾸어,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신호등 연합의 난방법처럼 편을 갈라서 싸우게 하는 대신, "녹색 성장"의 사회적인 통합을 이루려고 힘써야 합니다. 환경세를 둘러싼 논쟁에서가 대표적입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CDU; 유럽 의회에서 유럽 국민당 소속), 유럽 연합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야심 찬 사업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05년부터 발전소와 공장 등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화석 연료를 운송과 건물 난방에 사용할 때 일정한 수수료를 내게 했습니다. 독일에서는 친환경적인 경제 구축을 목표로 사 년 전부터 이와 같은 정책이 시행돼 왔습니다. 전기자동차와 난방 펌프가 보급되고, 가스와 석유, 휘발윳값은 점차 비싸집니다. 주택 난방에 대한 더욱 엄격한 기준과 자동차를 위한 국가 전력망 정비, 2035년부터 휘발유와 디젤차 판매 금지(현재, 연방의회 선거전에서 우니온은 이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등이 차례를 기다립니다. 일정량의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중산층, 저소득층 가구의 부담을 줄이고 탄소 중립 전환을 추진하니, 이론적으로는 매우 이상적인 형태입니다. 그러나, 유럽 차원에서 실상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유럽 연합은 건축에서 계획된 에너지 기준을 보류했고, 특히 동부유럽과 남부유럽에서는 전기차 충전소 건설을 미적거렸습니다. 전기자동차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채로 시장에 나왔습니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은 구상보다 훨씬 느리게 감소하는 중이며,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수수료는 그 반대로, 훨씬 빠르게 올라야 합니다. 2030년까지 건축과 운송에 톤당 45유로 이산화탄소 배출세가 적용된다면, 전문가들은 그 뒤로 톤당 150유로에서 많게는 250유로까지 상한선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이는 운전자가 주유 시, 벤진 1L에 최소 40센트를 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국가, 특히, 국가 경제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동구권에서 배출세 부과 계획의 연기 혹은 폐기를 요구하며 폰데어라이엔을 원망하지만, 철회는 이미, 어떠한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페터 리제(CDU; 유럽 국민당 소속 유럽 의회 의원) 등, 환경 정책에 공을 들이는 정치인들은 그 계획 적용이 늦으면 늦을수록, 오히려, 탄소 배출세가 더 빠르게 오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합니다. 전문가들 역시, 유럽 연합이 시행 계획을 고수해야 한다고 역설하는데, 이들은 새로운 지원 정책의 개발도 촉구합니다. 그는 우니온과 그뤼네가 힘을 실어주는, 일회성이 짙은 기후 지원금을 말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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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는 "변하지 않는" 국가로서 독일의 모습이 든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멀리 여행을 다녀와도, 아는 그대로의 규칙이 적용되는 안정감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우직함"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자리를 지키는 국가로서 독일이 아니라, 경쟁에 뒤처지고 후퇴하는 국가로서 독일의 모습이 더 크게 보였습니다. 코로나 범유행과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은 우리 세대가 현재를 바라보는 관점을 우리 부모 세대의 관점에서 많이 달라지게 했습니다. 연방의회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오늘, 너무도 많은 과제가 쌓였고, 그를 다루기가 어렵습니다. "간단한 해결책"을 들먹이는 세력이 달콤한 말로 유권자를 유혹하고 이득을 취하려 하고, 실제로 그러한 시도가 나름의 성공을 거두고 있으나, 아직 "방화벽"은 허물어지지 않았고, 이 나라가 그 모든 위기를 차근차근 헤쳐 나갈 인내심과 내력을 가졌다고 믿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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